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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정석' 과외받는 남자들

[기타] | 발행시간: 2013.03.04일 02:36

2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카페에서 픽업 아티스트로 불리는 연애 강사 곽현호(가운데)씨가 수강생에게 낯선 여성에게 말 거는 법을 알려 주고 있다.

20·30대 "연애기술 부족"… 픽업 아티스트에 강의 의뢰

데이트부터 '하룻밤'까지 이론 공부 후 클럽서 실습… "여성 정복대상 인식" 비판도

지난 2일 오후 6시 경기 수원시 수원역 인근의 한 카페. 3.3㎡ 남짓한 스터디 룸에 모인 남성 4명이 곽현호(29)씨의 작은 손짓 하나까지 기억하려는 듯 온 신경을 집중했다. "다른 애들은 나이트클럽에서 여자랑 잘 노는데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뻔하다. 첫 대화가 '몇 살이고 어디에 사느냐' 식의 호구조사라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

연애 기술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곽씨는 일명 픽업 아티스트. 낯선 여자에게 접근해 연애를 하거나 혹은 하룻밤을 즐기는 법까지 수강료를 받고 가르쳐주는 신종 직업이다.

곽씨 수강생들은 근처에서 작업용으로 구입한 옷(일명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뒤 실습장소인 수원의 한 나이트클럽으로 옮겼다. 안주에 보탤 과자와 초콜릿, 에너지음료도 미리 준비했다.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다. 곽씨는 "(여성의) 외모나 옷차림, 특히 신경 쓴 티가 나는 부분을 간접적으로 칭찬해야 한다"며 "호감 표현도 직접적이면 의식적으로 거부할 수 있어 무의식 중에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첫 실습이었지만 성과는 있었다. "색다른 경험을 위해 강의를 듣는다"고 한 민모(31)씨는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눈 지 한 시간도 안돼 손을 잡고 나이트클럽을 나서는 데 성공했다.

연애에 서툰 남성들 사이에서 픽업 아티스트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픽업 아티스트란 이름의 직업이 등장한 것은 불과 3, 4년 전이지만 현재 줄잡아 수만 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아직 결혼중개업소처럼 양지로 올라섰다고 볼 수는 없어도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상당히 널리 퍼져 있다. 픽업 아티스트의 강의코스와 공략대상, 작업장소 등은 천차만별이다. 곽씨의 경우 3주 코스 수강료가 100만원을 호가하고, 1 대 1 프리미엄 강의는 수백 만원에 달하는데도 연간 수십명이 그를 찾아온다. 곽씨의 연매출은 1억원에 육박한다.

픽업 아티스트들은 수강생이 모이면 주로 이메일을 통해 예습을 시키고 1주일에 한 번 정도 이론강의와 실습을 진행한다. 강의에는 여성에게 접근할 때의 자세 멘트 시선처리 억양 등 세세한 부분이 포함된다. 심지어 악수로 시작해 어깨에 손을 올리고 팔짱을 낀 뒤 키스를 하거나 잠자리를 같이 하는 기술까지 가르친다.

강의를 듣는 이들은 결혼을 못해 몸이 단 노총각이 아니라 주로 20대와 30대 초반의 멀끔한 남성이다. 대학원생 서모(26)씨는 "소심한 성격인데다 남학교만 다녀 여자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며 "연애 경험이 풍부한 남자들을 따라잡으려면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T업계 프리랜서 김모(38)씨는 "3년 전 결혼까지 생각한 여자가 다른 남자가 생겨서 떠났다"며 "여자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내가 싫었고 키가 작다는 외모 콤플렉스도 극복하고 싶었다"고 수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고액의 수강료 논란과 함께 여성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인식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진심은 중요하지 않고 기술이 있어야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도 묻어 나온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여성과의 교감이 기술적인 영역으로 함몰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사랑마저도 돈을 주고 배워서 살 수 있다는 남성의 생각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던 연애조차도 돈을 주고 배우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사회가 학습에 익숙해졌다"며 "결혼도 쟁취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고액 과외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ㆍ사진=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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