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대통령을 도왔던 정치인들이 인사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기병 기자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돌아온 서청원 前 한나라당 대표
"원로(元老)가 아니라 중진 정치인으로 불러달라."
서청원(70) 전 한나라당 대표는 12일 "국가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낙천한 뒤 2008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서 전 대표는 지난 8일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돌아왔다. 서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개인 사무실에서 "요즘도 대선 때 도와준 사람들을 만나 점심, 저녁 먹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 곁을 지켰다.
―취임 이후 대통령을 만났나.
"정국이 워낙 급박해 만날 일이 없었다. 대통령이 워낙 바쁘신데…."
―박 대통령과 가까운 원로급 측근들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도 있다.
"또 원로인가. 나는 한 명도 인사 추천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도왔던 정치인들이 인사에 개입해선 안 된다. 대통령에게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한다. 뒤에서 조용히 울타리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말 나올까 봐 우리(측근 원로그룹)도 함께 만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보나.
"북한이 자꾸 도발하고 심술을 부리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떠보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확히 간파하고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줬다."
―인사(人事) 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약(藥)이 됐을 것이다. 청와대도 검증에서 미비한 점을 발견해 보완했을 것이다. 대선이라는 전쟁이 끝나면 진 쪽은 상처가 크다. 인사를 원만히 하려면 검증도 중요하지만 상처받은 야당을 잘 보듬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대야(對野)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난 여당도 야당도 다해봤다. 국정은 여당만으론 안 된다. 여당은 늘 야당을 겸손하게 보듬어야 한다. 과거 대통령들이 했던 것처럼 국회를 홀대해선 안 된다. 대통령, 여당, 장관들이 모두 야당을 만나야 한다. 여야 관계를 승패의 관점으로 봐선 안 된다."
―중재 역할을 할 생각은.
"정당의 주역이 바뀌었다. 요즘도 정대철, 김상현 등 과거 함께 했던 정치인들을 자주 본다. 하지만 지금 정치는 내 몫이 아니다."
―대선 이후 새누리당이 무기력증에 빠진 것 같은데.
"창업(대선)에 올인하다 보니 치열함이 사라진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워낙 큰 자리를 차지해서 그런지 빈자리를 제대로 메우지 못하는 건가."
―정치 선배로서 여당에 조언한다면.
"내가 뭘 하겠나. 이래라저래라 할 위치도 아니다. 다만 정당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 전문가 출신들이 많다 보니 개인으로서 일은 잘해도 과거 같은 동질성, 끈끈함이 없다. 지금처럼 가면 창업에는 성공했지만 수성에는 실패한다."
―지난 정권 때 고초를 겪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은.
"2010년 석방(비례대표 공천 헌금 사건으로 수감)되면서 '어제는 이미 과거'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대단히 억울했지만 그런 생각하면 건강만 나빠진다. 감정은 다 털어냈다. 이 전 대통령은 언젠가는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수감 중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면회를 가서 '더는 정치보복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을 김영삼 전 대통령 못지않게 충심으로 모시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박 대통령처럼 애국심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아 조금 힘들겠지만, 분명히 믿을 수 있는 분"이라며 인터뷰를 맺었다.
조선닷컴 [정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