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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정치학] ‘정치’ 영화를 닮았다… ‘정치인’ 영화를 이용한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4.13일 04:01

#1. 대선 후 미국에서 칩거하다 귀국길에 오른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는 ‘어찌 지냈느냐’는 질문에 “영화 ‘링컨’을 감명 깊게 봤다”고 했다.

#2.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5분이나 눈물을 펑펑 쏟은 적이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한 직후였다.

안 전 교수가 엄중한 귀국 회견장에서 영화 얘기를 꺼내고, 대선 후보가 영화를 보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뒤이어 ‘링컨’과 ‘광해’에 대한 호들갑스러울 정도의 관심이 쏟아졌다.

정치권과 언론은 ‘링컨’에 담긴 ‘안철수 정치’의 함의를 분석하느라 한동안 부산을 떨었다. ‘광해’는 주인공들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의원을 연상케 한다는 소문 때문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돈 크라이 마미’를 관람하는 것으로 안전한 사회 구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와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밀월 관계’에 있다. 정치인이 영화에 감명 받았다고 하면 자칫 한가한 소리 한다고 비난을 받을 법도 한데 오히려 해당 정치인의 인기는 더 치솟는다. 또 ‘정치 영화’는 흥행 참패라는 공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에는 정치권과의 연관성 때문에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와 영화의 ‘달콤한 로맨스’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과 괴리된 현 정치 상황을 그 이유로 꼽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12일 “어떤 정치를 펼치겠다고 골백번 떠드느니 ‘링컨’을 보고 공감했다는 말 한마디의 파급력이 더 크지 않느냐”며 “영화를 통해 등을 돌린 유권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에 등을 돌린 대중의 관심을 되돌리는 데 영화가 그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 의원 측 핵심 참모도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수도, 싸이의 말춤을 출 수도 있지만 영화가 메시지 전달력에서는 더 유용하더라”며 “영화에는 남녀노소도 좌우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정치적 ‘레토릭’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영화평론가 이상용씨는 “영화는 정치인의 말하기 방식으로 활용할 만하다”면서 “정치인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히면 나중에 꼬투리가 잡히는 일이나 비난을 피해갈 여지가 생긴다.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제각기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전과 달리 대중들이 정치 소재 영화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오히려 환호하는 추세도 두 영역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대중들은 정치인을 영화 주인공에 투영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정치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관람을 한다. 근래 민주당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고문 피해를 다룬 ‘남영동 1985’나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26년’, 용산참사를 다룬 ‘두개의 문’ 등 정치영화·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끈 이유다. 역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패배 이후 ‘재기의 의지’를 담은 영화 ‘레미제라블’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정치와 영화의 속성 자체가 닮은 구석도 있다. 영화는 대중을 상대로 하고, 정치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똑같다. 아울러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부르듯 드라마틱하게 흘러가는 게 영화를 빼닮았다. 때문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살아남는 영화와 정치가 손잡는 건 어쩌면 ‘필연’이 아닐까.

국민일보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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