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실연남’들의 대응이 너무 과격해졌다. 애인을 돌려달라며 자살소동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헤어지자는 여성을 납치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경우까지 빈발하고 있다.
실연이 부른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발 일방적 이별 통보 좀 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안전한 이별 요령’을 설명했다. 연인의 이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모(24)씨는 지난달 초 7개월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 김모(23)씨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다. 배신감에 휩싸여 한 달을 보내다 17일 오후 5시쯤 흉기와 렌트카를 준비해 자신의 선배(29)와 함께 서울 삼성동의 김씨 직장에 찾아갔다.
안씨는 회사 건물에서 나오던 김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차에 태워 납치했다. 옆에서 말리던 김씨 직장동료(23·여)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내려치기도 했다. 안씨는 김씨를 차 안에 감금한 채 돌아다니다가 3시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안씨에 대해 납치·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12일에는 실연당한 뒤 여자친구 집에 불을 지른 30대 남성이 검거됐다.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한때 동거까지 했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여자친구 집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달아났던 서모(39)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서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버림받은 남성의 복수심은 나이와 무관했다. 경남 마산 동부경찰서는 지난 9일 자택에서 헤어지자는 내연녀와 말다툼하다 목 졸라 살해한 이모(61)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범행을 저지르고 제초제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지난해 7월 ‘울산 자매 살해사건’의 범인 김홍일(26)도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경우였다. 이별을 원하는 여성이 남자친구의 위협에 애만 태우다 경찰을 찾기도 한다.
강남경찰서는 안씨 검거 보도자료에 이례적인 조언을 담았다. ‘헌신적 애정공세를 펴던 남성이 실연당한 뒤 보상심리로 저지르는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별범죄를 예방하려면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한다. 일방적 이별 통보보다는 남성에게 서서히 정리할 시간을 줘 상실감을 줄여야 한다.’
수원 여성의전화 송주연 소장은 “나만 바라보라는 식으로 애정을 강요하는 것도 이별 후에 남성의 배신감과 분노를 키울 수 있다”며 “남녀 관계에서 나타나는 폭력 성향은 쉽게 고쳐지기 어려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