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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와 조선말의 위기를 두고 /려호길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09.08.14일 12:25
려호길

중국동포학자들이 오랜 세월 방치하여 온 조선어의 위기를 두고 논쟁에 들어갔다. 피치 못 할 ‘조선말규범집’개정이 부른 논쟁이라지만 늦게나마 생각을 모으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관련기사에 따르면 한국어를 표준어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남과 북의 언어를 공동 유입해야 한다는 주장, 중국동포사회의 수요에 따라 남과 북의 표기법을 일부 유입해야 한다는 주장, 앞으로 남북이 공동 편찬하는 ‘겨레말 큰 사전’에 준하자는 주장으로 엇갈리고 있다.

조선말은 ‘만주’로 이주한 조선인사회에서 형성되었고 ‘만주’지역 타 민족들과의 교류와 곡절 많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변화 발전하였으며 중국동포사회의 150여 년 환난의 역사가 반영되고 민족정서가 묻어 숨 쉬는 언어이다. 비록 오랜 세월동안 중국어 유입이 상당해지고 표현형식과 내용이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훈민정음의 체계를 잃지 않은 한반도의 언어의 일종으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조선어는 평양어에 준하고 있지만 조선말은 연변(목단강일부지구 포함)은 함경도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기타 산재지구에서는 지역단위로 과거 전라도 경산도 충청도 등 한반도 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들의 언어를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100여 년 전의 한반도 언어가 많다. 이는 과거 한반도의 언어를 연구함에 있어서 사료적 가치가 있을 뿐더러 조선인들의 ‘만주’이주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동포들의 조선어사용을 살펴보면 교과서는 평양어에 준하고 있지만 ‘연변일보’를 비롯한 연변에서 출판되는 간행물들은 함경도언어와 그로부터 파생된 ‘연변말’을 적지 않게 사용하고 있고 기타 산재지구의 간행물들은 ‘남도’언어의 영향으로 평양어와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서는 연변보다 한 발 앞서 한국어 유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동포사회가 ‘조선말규법집’으로 진통을 느끼고 있은 것은 한국어사용이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이미 중국동포들의 문자와 언어생활에 상당량 유입되었고 문화 교육 예술분야의 학자 지식인 작가들도 한국어사용으로 시체를 따르고 있다. 이는 한국어를 표준어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의 당연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한국말사용은 아직까지도 겉치레일 뿐 중국동포들이 모이는 곳이면 중국 현지의 지역적 차이(연변 요녕 흑룡강 몇 개 지역 등)를 조금씩 보이는 조선말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중국동포사회는 조선어와 조선말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좋은 환경이다. 중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동북3성(省)의 각 현시에서 온 동포들이 함께 어울려 노동하고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끼리 모이면 신나게 조선말을 주고받다가도 한국인만 보이면 조선말을 뚝 끊고 잠자코 있거나 할 수 없이 잘 되지도 않는 한국말로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한국을 처음 찾는 중국동포들은 한국어를 몰라 ‘반벙어리’가 되고 언어장애로 기가 죽어 감히 한국인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실도 주목할 바이다. 이는 한국어를 배우기에 앞서 한국에서 조선말사용의 필요성을 시사해 주며 아울러 중국동포들의 몸에 밴 조선말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어가 중국동포사회에 준 영향은 조선어와 조선말의 위기를 불러온 주원인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를 걸러낸 한국어를 ‘조선말규범집’에 수록해 봤자 실제로 알파벳에 ‘풍덩’빠져 허우적거리고 영어를 생활화하고 공교육화 하고 있는 한국어를 터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영어를 배워 한국인들과 ‘맞바람’을 피우는 것이 한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중국동포들의 체질에 맞는 문자와 말은 아무래도 독자적인 조선어와 조선말사용이라고 하겠다. 또 ‘아’다르고 ‘어’다르고 수다스러운 한국어는 점잖고 말수더기가 적은 중국동포들의 체질에도 잘 맞지 않는다. 중국동포들의 특성에 맞는 조선어와 조선말을 살려 민족의 ‘DNA’를 유지하고 민족의 컨디션을 회복하여 ‘신토불이’하는 것이 중국동포들의 건강에 유리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평양어만 고수하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고 현실을 방관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 또 남북이 공동 편찬하는 ‘겨레말큰사전’으로 요행을 바라는 것도 중국동포들의 실정에 맞지 않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조선말규범집’은 과거 평양어의 기초에서 피치 못할 한국어를 유입하면서 이참에 장기간 중국어문화권에서 형성 발전된 중국동포사회의 언어형식과 내용을 반영하여 중국동포 스스로의 규범집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 한국에서 경산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 말들과 함께 조선말도 ‘간도어’혹은 ‘중국동포언어’로 통할 수 있는 여건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동포포용정책’의 일환으로 되어야 하며 중국동포사회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한국정부와 국민의 중시를 받아야 하며 한민족공동체 구성의 필요한 환절로 인정받아야 한다. 또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은 스스로 심리부담과 모멸감을 버리고 내 언어를 지키고 민족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철면피하고도 담차게 조선말을 사용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조선말사용이 현실화 될 때 그 현상은 중국동포사회에 역행하여 사춘기소녀의 허영심 같은 ‘한국말 따라 하기’의 사회적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으며 중국동포의 문자와 언어생활이 반영된 조선어와 조선말을 보존할 수 있다.

2008년10월10일 서울에서

흑룡강신문 200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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