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정치 > 국제시사
  • 작게
  • 원본
  • 크게

스노든 사냥'에서 한 발 뺀 오바마, 왜?

[기타] | 발행시간: 2013.06.29일 11:25
[백병규의 글로벌포커스] 미래 평가 의식…에콰도르는 미국과 무역협정 '파기' 선언

[미디어오늘백병규 언론인] 에콰도르, 무역특혜협정 파기 선언…협정 파기 불사모스크바 공항 체류 장기화에 호흡 조절?…미래 평가 의식?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 긴급 수배령을 내려놓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앞날이 지극히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해 간첩죄 등으로 수배된 스노든은 여권이 말소되고, 그가 망명을 신청한 에콰도르 정부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28일 닷새째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

에콰도르의 반응은 두 갈래다. 에콰도르 정부는 27일(현지시각) 전격적으로 미국과 맺은 안데스무역특혜협정(ATPA)을 파기한다고 선언했다. 에콰도르가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할 경우 안데스무역특혜협정 등의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미 상원 외교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이다.

페르난도 알바라도 에콰도르 정부 대변인은 "에콰도르는 그 누구의 위협이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협정의 만기가 도래한다 해서 스노든의 망명 허용 여부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무리 상업적 이해가 크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거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또 미국에 인권교육을 위해 2,3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노든이 에콰도르 망명을 신청한 것을 두고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에콰도르의 '인권문제' 등을 거론한 것을 염두에 두고 제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에콰도르 "미국의 압력에 굴복 안할 것"…스노든 망명엔 '신중모드'



▲ 세네갈 다카에서 에드워드 스노든을 송환시키기 위해 외교적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오바마 미 대통령. 사진= < 가디언 > 비디오 화면 갈무리

에콰도르 정부가 안데스무역특혜협정의 파기를 선언한 것을 두곤 에콰도르 정부가 스노든의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에 이미 검토하고 있던 방안 가운데 하나라는 풀이도 있다. < 가디언 > 은 에콰도르 정부가 그렇지 않아도 안데스무역특혜협정의 갱신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에서 공화당이 에콰도르와의 협정 연장에 제동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협정 갱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던 에콰도르 정부가 마침 '스노든 문제'로 미국이 압력을 넣자 선제적으로 협약 파기를 선언했다는 풀이다.

에콰도르 정부가 안데스무역특혜협정의 파기를 선언한 것은 스노든의 망명과 관련해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돌아가는 분위기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스노든의 망명 허용 여부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베티 톨라 에콰도르 정무장관은 스노든의 망명 요청이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모스크바 공항에 머물고 있으며, 아직 에콰도르 영토나 혹은 에콰도르 대사관에 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법률에 따르면 망명 여부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망명 신청자가 에콰도르의 '주권'이 행사되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이 그의 망명 신청 사실을 확인하고, 망명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스노든의 망명 수용 여부를 놓고 에콰도르 정부 안에 신중론도 상당함을 시사해준다.

여권이 말소된 스노든에게 에콰도르 정부가 '난민여행허가서'를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를 톨라 정무장관이 전면 부인한 것도 그런 기류의 하나다. 미국의 스페인어 TV방송인 < 유니비전 > 은 26일 런던 주재 에콰도르 영사관이 발급한 '안전통행증'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톨라 장관은 그러나 "이는 에콰도르 정부가 공인한 것이 아니며, 그 서류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것을 발행한 사람(개인)에게 있다"며 에콰도르 정부의 공인 서류가 아님을 거듭 확인했다. 여권까지 말소된 스노든으로서는 모스크바를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푸틴 반격에 오바마 "외교적 무리 않을 것"

상황은 장기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외교적으로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던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신경전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나서면서 한 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서부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 중인 오바마 미 대통령은 28일 세네갈 다카에서 "미국의 기밀정보를 유출시킨 에드워드 스노든의 추방을 위해 외교적으로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9살의 해커를 붙잡기 위해 긴급 요격상태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노든 문제로 얼굴을 붉힌 러시아나 중국과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면서 스노든 문제가 '우선순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하루 이틀 전까지 주요 정치인들과 미국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나서 앙앙불락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스노든을 추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스노든을 출국시킨 홍콩 정부의 처사는 물론 그 배후로 중국 정부를 겨냥해 러시아든 중국이든 만약 스노든을 의도적으로 비호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스노든을 인도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미국과는 범죄인인도협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사진= < 가디언 > 비디오 화면 갈무리

러시아나 중국은 '적반하장'이라며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를 반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직접 나서 스노든을 옹호하며 그를 미국에 인도할 생각도, 또 러시아가 그럴 권한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산지나 스노든은 자신들을 인권 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보의 공개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들을 넘겨줘 그들을 감옥에 보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는 모스크바 공항에 있지만, 환승구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입국한 것이 아니"라면서 "우리는 그의 여행을 저지하거나 방해할 그 어떤 이유도, 권한도 없다"며 미국의 인도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통행권'을 상실한 스노든을 적극 후원한다거나 혹은 편의를 봐줄 것 같지도 않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스노든에게 '잠정적인 피난처'를 제공하면서 정보를 캐려 시도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기자들이 우크라이나 같은 제3국을 통해 일부러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 내려 그곳을 샅샅이 훑었는데도 스노든의 자취를 찾지 못하자 온갖 억측이 떠돌고 있다.

푸틴은 스노든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돼지 털 깎는 일에 비유했다. "비명소리가 난무하겠지만 쓸 만한 털은 별로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괜히 별 이득도 없는 일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 홍콩 정부가 몇 가지 '절차적 문제'와 이름을 잘못 쓰는 '실수' 등을 꼬투리 잡아 미국의 체포요구를 뿌리치고 스노든의 출국을 도운 것도 이 문제에서 발을 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스노든의 운명 vs 오바마 평가

어쨌든 스노든으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공항 터미널 생활이 앞으로 얼마나 갈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에콰도르가 그의 망명 신청을 적극적으로 받아 줄 경우에도 최소 두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로서는 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옴짝달싹하기 힘든 처지다. 이는 그가 미국 정부에 맞서기로 했을 때 이미 정해진 운명과도 같다.

그러나 그것을 겪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나마 지구촌의 주요 언론이 그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고,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같은 세계 정치 무대의 주역들이 그의 신변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사가 돼 있는 것이 그의 유일한 보호막인 셈이다.

영국 < 가디언 > 의 전언에 따르면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앞으로 분명히 (스노든을 다룰) TV 드라마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때 오바마 미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어떻게 묘사될까? '법적인 채널을 통해 처리 하겠다'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차분한 대응'은 앞으로의 평가까지 염두에 둔 것일까? 한 나라의 정치적 지도자가 미래의 평가를 의식해 그나마 언행에 조심한다면 그래도 다행스런 일이다.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91%
10대 0%
20대 9%
30대 27%
40대 45%
50대 9%
60대 0%
70대 0%
여성 9%
10대 0%
20대 0%
30대 9%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반려견 훈련 전문가로 수많은 인기를 끌었던 보듬컴퍼니 대표 '강형욱'이 직장 내 괴록힘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온라인 곳곳에서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 화제다. 이에 강대표가 출연하고 있는 KBS2 '개는 훌륭하다'는 20일 결방했다. '개는 훌륭하다'가 방송되는 시간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다 행복하다" 구성환 덕에 '나 혼자 산다' 시청률 대박... 무슨 일?

"다 행복하다" 구성환 덕에 '나 혼자 산다' 시청률 대박... 무슨 일?

그간 연예인들의 인맥 자랑, 화려한 삶을 보여주는 프로로 변질됐다며 시청자들에게 쓴소리를 들었던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배우 구성환을 통해 다시금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배우 구성환은 지난 17일 '나 혼자 산다'에 단독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위약금 얼마나 될까?" 김호중, 음주운전 후폭풍... 퇴출 청원까지?

"위약금 얼마나 될까?" 김호중, 음주운전 후폭풍... 퇴출 청원까지?

가수 김호중이 최근 '음주운전', '사고 후 미조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오는 23일과 24일에 KSPO돔에서 펼쳐질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 무대에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1일, 관련 업계 측에서는

"장군님 살려주세요" 박철, 23년 피하다 결국 '신내림' 받아 무슨 일?

"장군님 살려주세요" 박철, 23년 피하다 결국 '신내림' 받아 무슨 일?

사진=나남뉴스 배우 박철이 신내림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속인 전문 채널인 '베짱이엔터테인먼트'에서는 배우 박철이 신병을 호소하며 결국 신을 받는 장면이 공개됐다. 어두운 표정으로 등장한 박철은 "무거운 마음의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