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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를 한춘이라 부른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3.07.02일 10:41
인물이름 : 림국웅



여기, 고래희의 문인 한분이 있다. 본명인 림국웅보다는, 시인 한춘이나 평론가 산천으로 더 익히 알려진 그는, 중국 북방조선족문단의 태두요 중국조선족시단의 현대시 기수이다. 담배와 술과 사랑과 문학만을 고집하며 70 평생을 살아오신 그는, 요즘 암투병 중에도 시집과 수필집을 북경에서 펴내는가 하면 또 다른 수필집 역시 곧 세상과 대면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글을 쓴다는 말에 극구 사양하다가 그러면 쓰되 추도문처럼은 쓰지 말고, 거창한 문학상 몇 개 받았소 라는 식의 괜한 문장은 만들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고 필자의 인상 속 한춘 선생을 나름대로 스케치해보기로 했다. 게다가 잡지사측의 요구가 편폭의 제한으로 3천자 이내라고 하니 이 글은 말 그대로 거목의 나뭇잎 한두 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시인 한춘과 담배

  시인 한춘선생을 처음 만나뵌 것은 지난 세기 90년대 말쯤이었다. 연변작가협회에서 <문학의 밤> 행사가 펼쳐진 후 이튿날 흑룡강 문인들과 길림 문인들을 대동하여 소하룡에 있는 세 그루 노송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마침 나도 동행하게 되었다. 내가 작가협회에 막 도착했을 때 간밤에 마신 술들이 아직 덜 회복이 된(?) 일행은 사람들이 다 모이기를 기다리며 작가협회 초대소에서 한담들을 하고 있었다. 그때 소개받아서 알게 된 키 큰 김성우 시인과 다부진 몸매의 한춘 시인은 그러나 벌써부터 글로는 모시고 있던 터였고 필자의 시 또한 그분들의 배려로 흑룡강신문과 <은하수>잡지들에 발표가 되면서 글일면식(?)은 있는 터였다.

  그리고 거기서 필자의 두 눈으로 확인한, 평소 말로만 무성히 듣던 한춘 선생의 독특한 개성이라면 줄담배였다! 필터 없는 화원표 담배만 선호하시는 선생은 담배 한 갑을 뜯어서 첫 대를 붙여 물고는 얘기를 하다가 그 담배가 거의 탈 무렵이면 의례 새 담배 한 대를 꺼내 상 모서리에 탁탁 치곤 했다. 그렇게 새 담배에 옴팍하니 자리를 낸 뒤 피우던 담배를 거기 꽂아서(그건 실로 대단한 기술로서 웬만한 솜씨로는 터져버리거나 바람이 새기 일수였다) 계속 피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얘기가 끝나서 보면 담배 한 갑에 꽁초 하나만 재떨이에 덩그렇게 남군 했다. 대단한 애연가요 폭연가였다.

  그렇게 피우는 담배가 하루 세 갑 넘는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은 출장이라도 떠나게 되면 가방에 먼저 담배부터 챙겨 넣곤 한단다.

  필자가 흑룡강신문사에 와서 어느 한번은 상지문인들의 모임에 선생을 모시고 가게 되었다. 이제 흑룡강사람이 되었으니 일단 이곳 문인들과 면목을 익혀두는 게 낭패가 없을 거라는 선생의 적극적인 추천이 한 몫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할빈-상지행 장거리버스에 탑승했는데 한 시간도 채 못 되여 선생의 담배인이 <재발>하였다. 밀폐된 공간이요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 차 안에서의 금연은 불문율로 진작부터 정착이 되었던 시절이었다. 선생은 마침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연기가 피어올라서 거푸 세 모급도 빨기 전이었다.

  <저 맨 뒤에 앉으신 분 담뱃불 꺼주세욧!>

  운전기사아저씨가 백미러로 담배 피는 선생을 발견하고 대뜸 호통쳤다. 말씨가 고왔더라면 모를까 기사의 어투는 다분히 폭력적이었다. 나이도 한참 어린 사람이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환갑이 넘은 사람한테 태도나 어투부터가 아니었다.

  <노인이 담배 참지 못해 한 대 붙여 물었는데 이것만 다 태우게 해주시우!>

  선생이 이죽거렸다. 그날따라 차 안에는 손님들도 적었고 가뜩이나 늑장을 부리며 출발한 데다가 차를 운전하며 제 할 짓 다 하던 운전기사의 소행에 다들 적이 아니꼬운 눈빛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안 됩니다. 다른 손님들한테 해롭습니다.>

  <우린 괜찮습니다. 노인이 것두 딱 한 대만 피겠다는데 참...>

  오히려 다른 손님들이 야단이었다. 그래서 선생은 동행들 덕분(?)에 담배를 흡족하게 피울수 있었다. 물론 절반쯤 피고는 스스로 담뱃불을 끄긴 했지만.

  참, 누가 담배꾼 아니랄까봐...

평론가 산천과 술

  -영남이. 점심에 술 한잔 할까?

  엘레베이터에서 나와 막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내 등 뒤에 달착지근한 말 한 마디가 얹혀진다. 약간 석쉼한 그 목소리의 임자는 평론가 산천선생이다.

  -저야 마다할 리 있겠습니까!

  그렇게 시작된 술은 시를 안주삼아 소주 둬 병이 동이 나면서 저녁을 넘고, 인생을 썰어 맥주 열댓 병쯤이 거덜나면서 자정을 넘기고, 평론에 수필에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면서 새벽 다섯 시까지 이어진다.

  -오늘 덕분에 멋있는 시간 보냈습니다.

  술을 사주고도 되레 인사까지 덤으로 얹어준다. 그리고 걸핏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깍듯한 경어체가 튀어나온다.

  -덕분에 무일푼이 문학산책 한 번 잘했습니다.

  한 달에 둬 번은 그렇게 산천평론가한테 잡혀 술을 무진장 마셔야 했다. 술상에 앉으면 화제도 다양했다. 우선 안주로부터 각 민족의 음식습관이며 예의범절 및 그날의 술안주로 등극한 요리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은 경청하는 사람에게 대단한 고급향수가 아닐 수 없었다. 술에 대한 이야기, 축구에 대한 이야기, 마작에 대한 이야기, 차에 대한 이야기 등 애호나 흥취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문학에 대한 이야기와 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실로 퍼내도퍼내도 마를 줄 모르는 샘줄기마냥 선생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그게 또한 같이 술 마시는 사람은 어느새 술 한 병이 굽이 났는지 모르게 만들어버린다. 정작 많이 마셨는데, 시간이 많이 흘렸는데 취기는 오르지 않는다.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 취할 사이가 없는 것이다. 결국 둘이서 소주 두 병 정도 내야 장소를 옮기기 일수다.

  -자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2차 가야지.

  할빈에 와서 알 게 된 것이지만 여기서는 1차, 2차, 3차... 아무리 몇 차를 옮겨도 역시 술판이다. 그것도 식당만 옮기는 정도이다. 연변에서는 2차는 노래방, 3차는 사우나, 4차는 양고기뀀, 5차는 다방 등으로 다양한 장소가 펼쳐지지만 할빈은 아니다. 오로지 식당만 옮긴달 뿐 역시 술판이다. 하긴 소주를 하다가 맥주로 바꾸긴 바꾸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다.

  우리는 그렇게 신문사 주변 깨끗한 술집들을 주름잡았다. 물론 매번 맨 마지막은 죽집이였다. 그런데 죽집에서도 소주를 마셔야 했다. 맥주가 아닌 소주만을 선호하는 선생은 언제봐도 소주만 주문했다. 물론 손님이 사정에 의해 맥주를 요구하면 그 또한 선선히 들어주셨다. 그러나 반드시 맥주는 굽을 내야 한다는 선제조건이 있었다.

  지난 토요일 필자는 암투병 중인 산천평론가의 병문안을 갔었다. 이미 네 가지 치료 방법을 다 썼고 아직 두 가지가 남았는데 한 가지는 스스로 포기했고 다른 한 가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신이 나서 떠드는 선생과 나는 하루빨리 쾌차하여 다시 한 번 멋진 술판을 벌릴 굳은 약속을 했다. 그러자 얼마나 속이 든든한지 몰랐다. 아니면 그 많은 술을 나 혼자 어찌 다 마시라고...

  인간 림국웅과 사랑

  북방문단의 태두이며 중국조선족시단에서 현대시의 기수로 불리는 한춘 시인, 신인발굴과 양성에 누구보다 힘을 아까지 않으면서 평론으로 현대시에 널찍한 자리를 찾아준 산천 평론가, 노래방에 가도 아가씨와 춤 한 번 추지 않고 그대로 잠만 자다가 나오는 인간 임국웅. 필자는 흑룡강신문사에 몸 담그면서 매일이다시피 선생의 문학을,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한지 한 달이 지났을까. 어느 날 문득 선생이 휴게실에서 한 마디 하신다.

  -이제 흑룡강사람이 됐고 신문사에 온지도 한 달가량 되었는데 투명장을 바쳐야지?

  -투명장이요?

  -문인이 글로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게 바로 투명장이지.

  -아아, 그런 투명장...

  그래서 필자는 급히 수필 한편을 썼다. <여기 할빈에는 사람들이 산다>는 제명의.

  -좋았어!

  과분한 칭찬이 아니라 더욱 분발하도록 등 다독여주는 그런 배려는 받아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흑룡강문필회라도 열리면 타지에서 온 문인들을 일일이 껴안고 등을 투덕투덕 두드려주는 선생은 글에 있어서만큼은 추호의 에누리도 없다. 그러면서도 수개의견까지를 그토록 자상히 말씀해주시는 데는 실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미륵 같은 모습이지만 문학비평만큼은 누구보다 신랄하신 선생께서 하루 빨리 쾌차하시어 다시 그 호방한 웃음소리에 술 한 잔 마시고 싶다. 그렇게 빌 뿐이다.

  /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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