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우철]
LG 투수 중 최고참인 이대진(38)은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되뇌었다. 모든 선수들이 버릇처럼, 어쩌면 자동 반사에 가깝게 내뱉는 말이지만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의 각오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대진은 올 시즌 임정우, 유원상, 김광삼, 정재복 등 새까만 후배들과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지난해 KIA에서 방출된 뒤 LG가 자신을 받아줬지만 2경기에서 단 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올 시즌은 정말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하고 있다. 나이를 먹은 데다 세 차례의 어깨 수술로 구위는 예전만 못하지만 경험이 묻어나는 투구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대진은 최근 LG 투수 중 가장 돋보이는 투구를 펼치고 있다. 지난 8일 독립팀 고양과의 경기를 포함해 세 차례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12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 중이다. 직구 구속이 시속 13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를 제압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더 이상 선발 등판 계획이 없어 4일 조기 귀국한 이대진은 "감독님이 젊은 선수와 똑같이 경쟁시키겠다고 하셔서 큰 동기 부여가 됐다. 후배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니까 즐겁고 안정된 투구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태 LG 감독은 "베테랑 투수 중 한 명을 선발진에 넣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베테랑 중엔 당연히 이대진도 포함된다. 박석진 LG 2군 투수 코치는 "고참이 잘 해야 팀 분위기가 살고, 어린 투수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줄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김 감독의 의중을 설명했다. 이대진은 통산 100승을 거둔 대투수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 경험이 풍부하다. 시련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서 누구보다 투수의 마음을 잘 안다. 한화가 박찬호, 두산이 김선우에게 기대하는 것 중에도 그 같은 역할이 포함돼 있다.
물론 선발 투수를 뽑는 첫 번째 기준은 기량이다. 이대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선발 투수가 되는 게 맞다"고 밝힌 뒤 "지금 상태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버겁다는 느낌은 없다. 6이닝 이상 100개가 넘는 공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석진 코치는 "자신감이 생겨서 올해는 다를 거라고 본다. 구질도 개발한 모양이다. 무엇보다 팔이 안 아프다는 게 첫 번째"라고 이대진의 재기를 전망했다.
어떻게 보면 LG로선 이대진을 선발 로테이션에 넣는 게 부담이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투수 1명를 불펜으로 돌리거나 빼는 기회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대진은 "나이는 많지만 난 아직 경쟁력이 있다.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유니폼을 벗지 않은 것"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벌여 반드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발이 됐든 중간이 됐든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 이대진의 굴곡 많은 야구 인생
연도 내용
2012 LG 선발투수 도전
2011 LG 입단
2011 KIA에서 방출
2010 폐 기흉 수술
2009 통산 100승 달성·한국시리즈 우승
2004 오른 어깨 수술
2003 투수 복귀
2002 타자 전향
2001 오른 어깨 수술
2000 오른 어깨 수술
1999 오른 어깨 통증으로 재활
1998 탈삼진 1위(183개)·10타자 연속 탈삼진 신기록(5월14일 현대전)
1997 다승 2위(17승)·한국시리즈 우승
1996 평균자책점 3위(2.37)·한국시리즈 우승
1995 탈삼진 1위(163개)
1993 해태 입단해 10승·한국시리즈 우승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