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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고릴라, 희한하게 말이 되네

[기타] | 발행시간: 2013.07.20일 18:08

[한겨레21] [문화] 고릴라가 야구 하는 비주얼부터 후덜덜한 영화 <미스터 고>,

아시아를 거점으로 한 가장 현실적인 글로벌 프로젝트

‘이건 뭔가 굉장한 것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미스터 고>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저게 도대체 뭘까.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발상도 놀라운데 그 고릴라의 비주얼이 후덜덜하고 ‘킹콩’을 연상시키는 폭주 장면이나 야구장의 열기를 부감으로 잡은 화면의 스케일도 입이 딱 벌어진다. 저게 어떻게 말이 되는가? 저걸 어떻게, 말이 되도록 엮을 것인가? 하지만 본편을 보고 난 느낌은 ‘거, 희한하게 말이 되네’이다.

225억원 제작비 중 120억원이 시각특수효과 비용

중국 룡파 서커스단의 야구 하는 고릴라 링링을 방송에서 본 한국의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는 돈이 된다는 생각에 링링을 찾아간다. 큰 빚을 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대신해 서커스단을 이끌던 소녀(서교)는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리다 링링과 함께 한국에 온다. 성충수가 한국프로야구협회와 구단을 구워삶아 링링을 프로야구 선수로 입단시키자 링링은 가공할 홈런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일본 구단주들이 링링을 스카우트하러 입국한 가운데 중국의 사채업자는 룡파 서커스단의 길들여지지 않은 고릴라 레이팅을 투수로 데려오는데….

<미스터 고>는 아시아 최초의 주연급 디지털캐릭터영화이자, 국내 최초로 100% 3D로 촬영한 영화다. 225억원의 순제작비 중 120억원이 시각특수효과 비용이다. 150명이 넘는 국내 전문가가 4년간 공들인 링링의 비주얼은 과연 웅장하고 자연스럽다. 북슬북슬한 털의 질감이 살아 있고 뚝배기 같은 표정도 볼수록 정이 간다. <킹콩> <혹성탈출> 등 어느 영화랑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주연배우의 위용이다. 육중한 링링의 중량감이 생생하고 레이팅과 몸싸움하는 장면에선 생동감이 넘친다. 한마디로 비주얼은 기대 이상이다. 그런 링링을 잡아내는 카메라의 앵글이나 화면 구성도 뛰어나다. 야구장 꼭대기로 기어오르는 링링을 헬기로 포획하려는 장면 등을 항공촬영한 부감 숏이나 쭉쭉 뻗는 홈런 볼과 관중의 열기로 들끓는 경기장 전반을 폭넓게 아우르는 화면은 스포츠 영화로서 쾌감을 선사한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 <국가대표>가 하늘을 나는 듯한 스키점프의 활강을 생생하게 전했던 것에서 더 나아간 모습이다.

<미스터 고>는 볼거리에만 치중한 영화가 아니다. 1985년 허영만의 만화 <제7구단>에서 따온 ‘야구 하는 고릴라’라는 황당한 모티브가 실사영화 속에서 어떻게 설득력을 지닐지가 관건이었지만 영화는 이를 자연스럽게 납득시킨다. 경기 해설을 맡은 마동석은 관객의 반신반의하는 심정을 대변하는 동시에 링링을 선수로 받아들이게 하는 심리적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주제로 한 영화이면서 <각설탕> 등이 보여준 아전인수 격의 휴머니즘을 극복한 것도 칭찬할 만하다. <각설탕>은 뚜렷한 선악 구도를 전제한 채 ‘착한’ 주인공의 승리를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고 그 희생을 동물의 자발적 의지로 해석하면서 ‘인간 주인’과 ‘동물 노예’의 관계를 우정으로 미화하고 신파로 종결지었다. 그러나 <미스터 고>는 인간의 승리를 위해 동물의 희생을 그리지 않 는다. 자신이 링링의 부모와 같다고 말하는 소녀의 오만 을 돌아보고 오히려 링링이 소녀를 돌봐왔음을 보여준 다. 영화는 작위적인 선악 구도를 만들지 않는다. 가장 악역이어야 할 사채업자도 악인이 아니다. 그의 눈물 섞 인 하소연은 웃음의 백미다.

CG 캐릭터가 실사 인간들과 교감 이뤄

<미스터 고>는 인간중심적 감상주의를 성찰하면서 도 이를 더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 이는 <미녀는 괴로 워> <국가대표> 등이 외모지상주의나 애국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겁게 파고들지는 않았 던 것과 일관된 태도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인간 사냥꾼’ 으로 알려진 성충수가 나름 선수를 키워보고픈 욕심도 있었고 사태가 어려워지자 책임지고 소녀와 링링을 보호 하려 든다는 것이 썩 매끄럽게 와닿지 않는다. 소녀의 역 할이 뒤로 갈수록 무력해진다는 점도 아쉽다.

<미스터 고>는 범아시아 프로젝트의 전범이 될 가능 성이 크다. 중국어 분량이 상당한 이 영화는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인 화이브라더스가 제작비의 25%를 투 자하고 배급도 분담해 중화권 국가를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몽골·인도·중동 등 아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개 봉할 예정이다. 오다기리 조의 깜짝 출연으로 일본 관객 의 호감까지 올린 이 영화는 일본과도 개봉을 논의 중 이다. <미스터 고>의 성취는 여러모로 <디워>의 실패를 돌아보게 한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캐릭 터를 볼거리로만 소진했던 <디워>와 달리, <미스터 고> 는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한 캐릭터에 서사와 정서를 부여하고 실사 화면의 인간들과 교감을 이루어냈다. 또 한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상징에 집착해 ‘중심과 변방’이 라는 지정학적 환상에 매몰되는 대신 중국 시장과의 협 력을 통해 ‘아시아를 거점으로 한, 가장 현실적인 글로 벌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전략은 성충수가 한국 야 구를 교두보 삼아 링링을 일본·미국으로 진출시키겠다 는 야심을 드러내는 대목과 겹친다. 성충수의 성패와 별 개로, <미스터 고>는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트랜스아시 아 시네마’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건투 를 빈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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