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를 10분 남겨두고 30세 직장인 김 대리의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김 대리는 ‘슬립사이클(Sleep Cycle)’이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상 알람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중력감지센서가 잠자는 동안 사람의 뒤척임을 감지해 얕은 잠을 잘 때 부드럽게 깨우는 앱이다. 전날 맞춰둔 기상시간 30분 전부터 몸이 뒤척이는 진동을 포착해 얕은 잠을 잘 때 알람을 울려 잠을 깨운다.
김 대리는 출근 준비를 하며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한다. 기온과 강수확률 등을 확인한 결과 오후 늦게 비가 올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우산을 집어든다.
오전 8시 서울 성동구의 집을 나선 그는 회사가 있는 강남구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끌고 나섰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이지만 요일별로 이동 경로가 조금씩 다르다. 내비게이션 앱이 당일 차량 통행량에 따라 이동 경로를 달리 안내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매일 크게 지각하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제시간에 출근할 수 있다.
오전 10시, 팀회의가 시작됐다. 김 대리는 현재 한 정보기술(IT)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하는 IT기업 특성상 회의는 수첩과 필기구 대신 태블릿PC로 진행된다.
이전 같으면 팀 막내인 김 대리는 자신을 비롯한 팀원들의 자료 준비를 위해 아침부터 복사기 앞에 진을 쳐야 하지만 이제 모두 태블릿PC를 들고 회의에 참석, 내부망을 통해 자료를 다운받기 때문에 더 이상 불필요한 복사 작업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슬슬 배가 고파진 김 대리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낸다. 점심시간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이제는 짧은 검색으로 회사 주변의 종류별 맛집을 쭉 훑어볼 수 있다. 추천 음식점 카테고리에 달린 방문자들의 댓글까지 꼼꼼히 확인한 그는 5분 거리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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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고 잠시 짬이 난 김 대리는 최근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갈 시간은 없지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의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10분 만에 향수와 꽃을 고른 뒤 여자친구 집으로 곧바로 배송되도록 했다. 긴 하루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쩍 쌀쌀해진 요즘 날씨를 의식한 김 대리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집에 있는 보일러를 작동시켰다.
김 대리처럼 최근 스마트폰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의존도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만 19∼44세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의존도 평가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8.5%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11년 실시한 조사에서 약 38%가 의존성이 높다고 말했던 것보다 10.5%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편리한 스마트폰이 때로는 악몽 같은 경험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며칠 전 회식자리에서 김 대리는 술에 취해 스마트폰을 술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아침에 늦잠을 잤다. 회사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평소 전화번호 저장 기능을 이용하는 탓에 외우는 번호가 없다.
불편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각종 인터넷계정 비밀번호를 담아둔 탓에 김 대리는 하루 종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또 늘 스마트폰을 이용해 많은 일을 해결해와서인지 당장 출근하는 일부터 친구 혹은 거래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는 사소한 일까지 모든 일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 9월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가 스마트폰 사용자 529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스마트한가?’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이 암기하고 있는 전화번호 수가 평균 7.2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스마트폰이 삶을 스마트하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8.6%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중독된 듯 늘 스마트폰을 끼고 있다’가 절반을 차지했고 이어 ‘머리보다 손이 우선한다’(43.6%), ‘빠른 것에 익숙해져 인내심이 부족해진다’(39.7%), ‘신상정보 노출이 쉬워졌다’(23.5%) 순이었다.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삶이 많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감퇴하는 ‘디지털치매’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