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영화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세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며 각각의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 변신을 보여준 배우 송강호./영화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포스터
[스포츠서울닷컴ㅣ성지연 기자] "알유 남쿵민수?"
새로운 빙하기, '설국열차(감독 봉준호)'에 탄 크리스 에반스(32)가 송강호(46)에게 어눌한 발음으로 묻는다. "너는 남궁민수냐"고. 그러자 송강호가 대답한다.
"저는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입니다."
올 한해,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송강호를 설명하며 누리꾼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퍼진 유머다. 그다지 웃긴 유머라고 할 순 없지만, 송강호가 2013년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설명하기엔 효과적인 듯하다.
송강호는 올 한해, 세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지난 8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통해 기관사 남궁민수로 분했고 11월 개봉한 한재림 감독의 '관상'에선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2013년 그의 마지막 작품인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에선 세무 변호사 송우석으로 분해 12월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2013년, 송강호가 세 작품을 통해 보여준 '티켓파워'는 일찍이 "송강호의 힘", "명품 배우 송강호" 등 화려한 수식어를 만들어 가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송강호란 배우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 연극 '동승'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송강호는 22년 배우 인생에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매번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영화 '살인의 추억',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괴물' 스틸
1991년, 연극 '동승'으로 데뷔한 그는 22년 차 배우다. 소위 배우로서 '색깔' 그러니까 '이미지'라는 것이 생기고도 남을 경력이다. 그간 인터뷰를 통해 만난 신인 배우들은 눈을 반짝이며 송강호를 "대 선배"라 칭하고 롤모델로 꼽는다. 그들은 "송강호와 영화를 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며 주먹을 불끈 쥔다.
흥미로운 건 신인 배우들이 '롤모델'로 꼽는 송강호가 이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미지'가 없다는 것.
'송강호'하면 흥행작은 생각나도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없다. 굳이 떠올리면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넘버3)", "밥은 먹고 다니냐(이하 살인의 추억)",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라고 외쳤던 그의 유행어 정도다. 특정 이미지가 없다는 건 배우로서 특색이 없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송강호란 배우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변화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세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 송강호는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놀랍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남윤호 기자
송강호는 매번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변화했고 성장했지만, 특히 유독 올해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이 백지 같은 배우를 오롯이 빛나게 했다. <스포츠서울닷컴>과 인터뷰에서 "아마 작품 활동을 하며 처음 있던 일인 것 같다. 이렇게 한꺼번에 사랑을 받기도 처음"이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터뜨린 걸 보니 그 역시 이런 인기를 체감하고 있는 듯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고 다양한 맛을 내는 와인처럼, 깊고 진한 향기를 내뿜는 사람이 있다. 매번 새로운 작품으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22년 차 배우 송강호에게 모든 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이유도 아마도 이 때문은 아닐까.
amysung@media.sportsseoul.com
연예팀 ssent@medi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