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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못 가는 유치원 교사들, 울고 있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2.24일 11:36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 김은형 전교조 유치원위원장.

ⓒ 윤근혁

"전국의 유치원 교사들은 수십 년 동안 설움을 참고 또 참았어요. 이런 형편에서 교육부가 정규수업을 하루 8교시까지 확대하라고 억지 지침까지 내리니까 폭발한 것이지요."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이 요새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은형 전교조 유치원위원장(51, 경북 백원초 병설유치원 교사)은 이를 두고 "지금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교육의 현실에 대해 눈물로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유치원 교사들은 정규수업과 방과후 과정 그리고 행정업무까지 도맡아 하면서도 군소리 없이 일했어요.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까지는 유아지도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갑니다. 그런데 올해 교육부가 유치원 교육과정과 유치원 교사들을 짓밟는 행동을 저질렀습니다."

"3~5시간 자율 운영해도 유아 하원 시간은 같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현재 국공립 유치원은 전체 유치원의 절반 가량인 4574개이며, 유치원생 수는 14만1827명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유치원 교사는 모두 1만375명이다.

지난 2월 3일 교육부는 이전과 달리 올해부터 3∼5세 유아들에게 하루 5시간, 300분 수업(초등 1교시 40분 기준, 약 8교시)을 강제하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이 지침에 대해 유아교사들은 "3∼5시간 학급별 자율운영을 규정한 '유치원 교육과정' 고시 위반이며 유아 인권유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초등학교 6학년도 하지 않는 8교시 정규수업을 3살 유아에게 강요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6개 시·도교육청까지 나서 교육부의 지침을 거부했다. 전교조와 유치원 교사들은 지난 12일 직권남용 혐의로 서남수 교육부장관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교육부를 제소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 길바닥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23일로 단식 나흘째를 맞은 김 위원장은 "이번 단식은 유치원 교사들만 편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와 유아교사들에 대한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벌이는 것"이라면서 "교육부 지침과 달리 3∼5시간 자율 운영을 해도 유아들의 하원 시간은 다르지 않으니 학부모들도 우리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유치원 교사 28년 차인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23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단식농성장인 정부서울청사 길바닥에서 벌인 일문일답.

"10분 집중하기도 힘든 유아가 8교시 수업? 아동학대"



▲ 지난 1월 28일 집회에 참석한 한 유치원 교사가 자녀를 데리고 나왔다.

ⓒ 윤근혁

- 유치원 교사가 길 위에서 단식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전국 유치원 교사 8000명 가운데 1000명이 두 차례 모였다. 이들은 교육부 앞에서 '유아 8교시' 강제 지침 반대 집회를 열었다. 그럴 때마다 유치원 교사들은 눈물을 흘렸다. 정규수업에 방과후 과정, 행정업무에 지친 교사들이 교육부의 전횡에 분노와 설움을 한꺼번에 터트렸다. 나도 교육부가 유치원 교육과정 고시를 어기는 행동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 지금 가장 큰 논란거리는 유아에게 하루 8교시 정규수업을 강제하는 교육부 지침인데….

"교육과정은 정부의 고시다. 그런데 이걸 교육부가 어겼다. 고시는 3∼5세 유아와 유치원 실정에 맞도록 3∼5시간을 자율 운영하라고 해놨는데, 교육부가 엉뚱한 지침을 만들어 내려보냈다. 유아의 나이와 유치원 형편에 상관없이 무조건 하루 8교시 정규 수업을 강행하라는 게 주 내용이다. 이건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 유아들에게 하루에 8교시를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유아들은 수업에 집중하는 시간이 10분을 넘기기 어렵다. 이런 아이들에게 하루 300분씩 정규 수업을 받으라는 것은 학습노동을 강요하는 아동학대다. 8교시 수업은 중학교 수업시수와 같은 것 아닌가? 이런 것을 3살 아이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그래서 선진국의 유치원 정규시간은 180분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아학자들도 180분이 최대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 교육부는 300분 내내 수업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점심이나 바깥놀이 시간도 5시간 안에 포함돼 있는데….

"교육부 지침대로라면 정규수업은 무조건 300분을 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빈틈없이 공부를 시키라는 것이다. 유아들의 경우, 식사 시간에도 수업목표가 있다. 바깥놀이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렇게 단체 수업을 하는 게 하루 5시간, 초등학교 40분 1교시로 따지면 8교시나 된다는 것이다. 너무 지나친 일이다. 게다가 이 유아들은 오후 2시 이후부터 5시까지 3시간 가량 방과후 과정 수업을 받아야 한다."

- 유아교사들이 '5시간 강제 지침'을 반대해서 하루 3시간 수업을 한다면 유아들의 귀가시간이 오후 12시쯤으로 앞당겨지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지난해처럼 3∼5시간 범위 내에서 융통성 있게 정규수업을 하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정규수업 뒤에 방과후 과정 수업이 있는 데다 돌봄 기능이 있는 유치원에서는 오후 10시까지도 유아들을 돌본다. 교육부의 5시간 지침이 철회되더라도 유아들의 귀가시간은 지난해와 똑같다."

- 유치원 귀가 시간도 변함이 없는 것이라면, 왜 교육부가 8교시 수업을 강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나?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할 때 교육부가 '2014년부터 5시간 (수업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런 정책적인 문제 때문에 전교조, 한국교총 그리고 시·도교육청이 모두 반대하는 데도 교육부가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박근혜 정권이 정규수업을 5시간으로 늘렸다' 이렇게 홍보용으로 쓰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유치원 교사 편하려고 집단행동? 오해다"

-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을 두고 '근무를 편하게 하기 위해 벌이는 집단행동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유치원 교사들은 오후 2시 전에는 화장실도 못 간다. 대부분의 병설 유치원에는 교사가 한 명뿐이다. 이들이 3∼5살 혼합반 아이들을, 많게는 30명을 가르친다. 이러다 보니 불안해서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교사들은 이런 것에 신체리듬이 적응돼 있다. 이런 형편에 '교사들이 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다. 교사들은 정규수업 3시간을 하더라도 어차피 방과후 과정이 끝나는 오후 5시까지 유아들과 같이 있어야 한다. 물론 방과후 과정은 임시강사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고 유아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은 바로 유치원 교사들이다."

- 개인적으로 병설유치원 교사하면서 어려웠던 일을 말해 달라.

"나도 3∼5살 혼합반 학생 14명을 가르치고 있다. 그중에 변을 못 가리는 아이가 있었는데, 변을 보고 나면 다른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난리가 난다. 이 아이를 나 혼자서 씻길 때 나머지 아이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8교시를 강행하는 것은 이런 위험에 아이들을 내던지는 것이기도 하다."

- 위원장이 근무하는 경북지역 유치원의 경우, 올해부터 8교시를 해야 한다.

"벌써 소문을 들은 3살 아이 학부모들은 (유치원) 지원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3살 아이가 어떻게 오후 2시까지 8교시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차라리 좀 더 커서 4살 때 유치원을 보내겠다고 하더라. 그나마 3살 아이 한 명이 지원했는데 최근에 학부모가 원서를 다시 들고 갔다. 내년에 보내겠다고 한다. 수업을 8교시까지 하게 되면 3살 아이들은 오후에 운동장 쪽으로 도망간다. 지나친 정규수업 분량을 회피하고 싶다는 순진한 거부의 몸짓이다. 이런 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걱정이다."

- 유치원 교사들이 수업 말고 하는 일이 무엇인가?

"유치원에는 초·중·고와 달리 행정 담당 직원이 없다. 그래서 행정업무를 한두 명 있는 교사들이 모두 맡아서 처리해야 한다. 공문 처리는 기본이고 유아학비 정산, 방과후강사채용, 차량관리, 수업료 징수, 간식식단 짜기, 유치원운영위원회 안건준비, 정보공시, 안전시설관리….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초·중·고에서 부장 10여 명과 행정실 직원이 하는 일을 유치원 교사 한두 명이 모두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행정전담 인력-방과후 정규교사도 필요"



▲ 김은형 전교조 유치원위원장.

ⓒ 윤근혁

- 8교시 강제 지침 반대 말고도 지금 유치원 교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 있나?

"초·중·고처럼 행정전담 인력을 배치해달라. 그래야 유치원 교사들이 수업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 그리고 방과후 과정을 맡을 정규 교사가 필요하다. 지금은 임시강사들과 보조원이 맡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유치원 교사들이 방과후 과정까지 참여해야 하는 형편이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우리는 교육부에 대화를 요구해왔고, 지금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 교사들을 제대로 만나주지도 않는다. 교육부는 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전체 유아교육계가 자신들의 지침을 반대하고 있는지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는 25일에는 전국 유치원 교사들이 서울에 올라와서 다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잘못된 지침부터 거둬들이고 열악한 유아교육 환경을 고쳐나갈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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