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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가득한 고향 뒷동산서 추억을 되새기다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3.17일 15:43

3월초에 남쪽의 고향을 찾았다. 일년에 두세번은 아버지 계신 시골을 방문하고, 하룻밤을 보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아버지께서는 지난 한해 동안 병원에 한번밖에 가지 않으셨다고 자랑을 하셨다. 재작년에는 최소 3~4번을 입원하셨는데, 좋은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알고보니 해당 지자체에서 아버지를 독거노인으로 지정하여, 정밀 관리해주고 있으며, 1달에 최소 2~3번 방문해 안부를 묻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해 주고 있다. 아울러 시골집이 외풍이 심해 감기에 취약함을 감안해서, 아버지가 묵고 있는 방 벽을 보온재로 보완하여 새로 단장해 주었다.

방안은 아늑했다. 그런 이유로 겨울 감기에 취약하신 아버지는 매년 고생하셨는데, 이번 겨울은 그런 보완조치로 1번만의 가벼운 입원으로 넘기신 듯하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식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아뭏든 지자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고 사람 사는 세상의 돌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온기를 느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고향의 뒷산을 찾았다. 최근 이상하게도 고향에 올 때마다 비가 와서 불편했는데, 어제도 비가 오더니 왠걸 아침이 되니 파란 하늘에 상쾌한 봄바람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뒷산을 찾았다.

우선 유농골이다. 사실 내 동네 뱅골 또는 호동 부락에는 4개의 골짜기가 있다. 첫째는 동쪽으로 유농골이 있으며, 다음은 비석골이 있으며, 살고 있는 집 바로 뒷쪽에는 지메낭골, 그리고 서쪽으로는 구농골이 있다. 왜 그런 이름인지는 모르겠고, 옛적부터 누군가 그곳에 살면서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어릴 적 날이면 날마다 휘젓고 다녔던 뒷동산은 이제 수풀이 무성하여 한치 앞도 들어갈 수 없었는데, 지금은 겨울의 끝 무렵인지라 수풀이 녹아 들었고 힘이 없어서 산속 깊이까지 헤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어설픈 산길을 따라 걷고 걷다 보니, 어릴 적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참 그 시절에는 개울가의 냇물도 졸졸 흘러내렸는데, 물은 말라 붙었고 잡초만 무성하며, 대신 그 시절에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의 수종이 산골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고요한 산속에 인적은 간 곳 없고, 산 가운데를 휘젓고 다니는 이름 모를 산새 소리와 들 짐승만이 자연의 풍광을 만끽하고 있다. 오랜만에 푸석푸석한 산길을 따라 걷는 내 모습이 그곳의 옛 친구들이 알기나 하려나..

중학교 졸업할 때 까지는 산 구석구석마다 진달래는 어느 골이 가장 화려한지, 그리고 어느 골이 가장 먼저 피는지, 개 살구꽃 복숭화꽃은 어느 곳에 피어 있는지, 어느 시점에 가장 맛있는 산딸기는 어디에, 가을에 따먹는 밤송이 중 씨알이 작은 것은 어디에 왕밤은 어디에, 조생종은 어디에 만생종은 어디에, 산 주인따라 엄격하고 관대한 곳은 어느 곳이 좋은지..

이른 봄에 동백꽃이 피고 비라도 내리고 나면 긴 대나무 빨대로 동백꽃 꿀을 빨아 마시기에 어느 곳이 좋은지, 서리가 내리고 첫눈이 내릴 시점에 홍시는 어디 곳에 남아 있는지, 초여름에 검붉게 읽어 가는 버찌 열매 중에 새콤달콤한 열매는 어디에 열리는지, 고사리 산나물 채취에 가장 좋은 곳은 어디 곳이며, 계절 따라 먹을 것이 산 계곡 어디에 있고, 풀 나무와 낙엽 채취에 적합한 곳이 어느 곳인지..

부모님께 꾸중이라도 듣고 마음이 울적 할 때 어느 곳에 가야 마음이 풀어지는지, 산속에서 소는 자유 방목하고 혼자 맘껏 자유를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느 곳이며, 눈이라도 흩날리는 어스름한 겨울 저녁이면 혼자 어느 곳에 걸어야 느낌이 최고인지, 더운 여름에 어느 골에 가야 시원한 석간수에 몸을 담글 수 있는지.. 하나 하나가 기억 속에 새롭지만, 이제 둘러 볼 수 있는 곳은 무성한 수풀과 잡목, 뒤얽힌 가시나무 등으로 무척이나 제한적이다. 나머지는 머리 속의 추억으로 맘껏 휘젓고 다닐 수 밖에..

누군가 고향의 뒷동산을 보게 된다면 그냥 그저 그렇고 그런 잡목이 우거지고 2~3백미터 고지의 서너 산봉우리가 마을을 싸고 도는 평범한 시골 마을의 정경이겠지만, 그 속에서 웃고 울던 산골 소년에게는 아늑한 엄마의 품 같은 그리움의 동산이다.

유독 나에게만 고향의 추억이 깊어 가는 겨울 저녁 외양간의 황소 먹이 되새김 하듯 되풀이 하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에게 추억의 되새김은 배부르지 않아서 질리지 않은가 보다.

고향을 떠나 이국 땅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열심히 살아가는 주변의 동료들에게 머릿속으로나마 성큼 다가서는 고향의 봄 향기와 꽃 그림자가 추억으로 가득하시길 바란다. (jgkim12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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