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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라져가는 벼짚을 두고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5.16일 16:30
(안도) 박영옥



  청국장을 잘 발효시키는데는 벼짚이 제일이라고 해서 어느날 가까운 농촌마을로 간적이 있었다. 그런데 몇집을 다녀도 벼짚이 없다는것이다. 기계로 농사하다보니 이전처럼 집집이 소를 키우지 않아서 짚이 필요 없으니 가을에 기계로 가을하면서 그대로 밭에다 두었다는것이다.

  어릴때는 농촌에 가면 벼짚들이 집집의 앞마당에 수두룩히 쌓여있는건 물론 마을의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는데 지금은 한오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참이나 돌아다녔는데 어느 집 문앞에서 소가 벼짚을 씹어먹고 있었다. 그래서 겨우 한단을 얻을수 있었다. 새노랗고 부드러운 벼짚을 보노라니 어릴때 일이 떠올랐다.

  어릴 때 나는 겨울방학이면 시골에서 사는 외가집으로 놀러갔다. 그때 외가집에서는 매일마다 벼짚으로 가마니를 만들었다.

  벼짚은 밀짚이나 보릿짚 같이 빳빳하지도 않고 부드러워 무엇을 만드나 모두 적당했다.

  가마니를 만들려면 온집 식구가 동원되다싶이 했다. 어떤사람은 새끼를 꼬아야 했고 어떤 사람은 가마니를 짜야 했는데 한사람이 너무 오래 짜느라면 힘겨워 다른 사람이 바꿔 앉기도 했다.

  가마니 짜는 기계는 나무로 만든것인데 발판을 디디면서 짚 한오리씩 물릴 때마다 덜커덩하고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그 소음이 귀찮았지만 습관이 되니 괜찮았다. 그렇게 짚 한오리씩 한오리씩 걸려들면서 만든 가마니를 가져다 팔면 돈이 생겼는데 돈 버는 기분으로 외숙모와 이모는 아침부터 밤중까지 가마니 기계에 앉아서 열심히 가마니를 짰다.

  밑바닥을 깊게 짜 마주 붙인 가마니는 멍석을 만들듯이 엮어 일일이 곡식을 말로 되지 않아도 알수 있도록 대강 용량을 가늠하여 만들어 말이나 소등에 얹어 운반하기 좋게 했고, 특히 곡식을 담은후 바람이 잘 통해 벌레가 생길 념려가 없었고 좁은 장소에도 차곡차곡 쌓으면 많이 포개 놓을수 있었다.

  또한 가을이면 벼이삭을 털어낸 벼짚으로 이여을 엮어 지붕을 덮은 샛노란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아득한 평화로움으로 다가왔다. 직선의 웅장함보다 곡선의 부드러움을 사랑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이 밖에도 짚신, 즉 벼짚으로 만든 짚신에서도 느낄수 있다. 뿐만아니라 외할머니는 쩍하면 벼짚 몇오리에 재를 묻혀서는 놋숟가락들을 닦았다. 그러면 숟가락들이 반짝반짝 윤기가 났다. 그리고 여름이면 저녁에 탈곡장에 쌓여놓은 짚속에서 숨박꼭질을 놀기도했다. 벼짚냄새를 맡으면서 꽁꽁 숨느라고 짚속에 깊이 들어갔다가 붙잡히면 벼짚우에서 딩굴대며 깔깔 웃어댔다. 그러다가 잘 시간이 돼서 집에 들어서면 엄마가 “너 또 벼짚속에서 놀았구나”하면서 머리에 묻은 짚오리를 털어주시던 일이 새삼스럽다. 수수한 벼짚은 오랜 세월후에도 이같이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었다.

  또한 그 시절에 흔히 운반용으로 쓰이던 지게의 어깨 끈과 등받이도 짚으로 만들어 썼다. 물건을 묶기 위해 밤이면 어른들이 사랑방에 모여 담배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이야기꽃을 피우며 짚을 엮어 새끼를 꼬았는데 이젠 농촌 어디를 가도 새끼를 꼬는 로인들을 찾아볼수 없다. 짚으로 만든것보다 편리한 것들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기때문이다. 어쩌면 시대 조류 따라 둥근 초가지붕이 주는 멋스러움이 사라져 버린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너무 흔해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짚이였지만 지금은 쓰려고 해도 구하기가 어렵게 되였다.

  그래도 아직까지 농촌에 가면 혹시 소가 커다란 두 눈을 껌뻑대며 벼짚을 우썩대며 씹는것을 볼수 있어 다행이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벼짚을 두고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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