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지명자가 화요일 오전 사퇴의사를 밝혔다.
문창극 한국 국무총리 지명자가 24일(화)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비쳐진 과거 발언으로 거센 비판여론에 휩싸인 후 내린 결정이다. 이로써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내각을 개편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력은 또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
박 대통령이 총리직에 내정한 두번째 후보인 문 지명자는 전국에 방송된 TV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사퇴한다고 밝혔다.
언론인 출신의 문 지명자는 이달 10일 총리로 내정된 이래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과거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과 함께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추락해왔다. 당시 사고로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정홍원 현 국무총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문 지명자는 정 총리를 대신할 총리감으로 박 대통령이 낙점한 두번째 후보다. 당초 안대희 전 판사 겸 대법관을 지명했었으나 재산증식 논란으로 사퇴했다.
한국에서 총리는 다분히 상징적인 직책이지만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문 지명자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비난은 근거없는 것이지만 사퇴함으로써 논란을 종식시킬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검증해 국민들의 판단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안타깝다”며 문 지명자의 사퇴에 유감을 표했다.
후임으로 누구를 지명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열렬한 개신교도인 문 지명자는 2011년 교회 강연에서 1910-1945년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게으른 한민족의 민족성을 고치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했다.
이것이 큰 논란이 되자 문 지명자는 “오해가 생겨 유감”이라고 사과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확산되었고, 그를 선택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하락일로를 걷다 한동안 멈추는가 싶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말 많고 탈 많은 국무총리 인선 문제로 다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