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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주방일을 할줄 알면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11.03일 09:53
(흑룡강신문=하얼빈) 대도시진출과 코리안드림 그리고 외국나들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 가정생활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남자들이 녀인들을 대신하여 부엌일을 하는것이다.

처음 부엌일을 할때였다. 며칠은 견딜만 하는데(안해가 해놓고 간 반찬들이 있어서) 그 다음부터 계속 부엌에서 돌아칠 생각을 하니 앞이 막막하였다. 그래서 며칠 견디다 못해 하루는 돈이고 머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고 전화하고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정작 돌아오면 어찌는가?

누군가 '피할수없으면 즐기라'라고 하였다. 그래서 우선 주방일이 성가스럽고 두렵다는 마음가짐부터 바로 세우기로 하였다. 주부들처럼 알뜰하게는 못한다해도 그래도 내가 먹는 음식은 어찌하든 남자인 내 손으로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없는 재주지만 료리법을 배우기 위해 신문과 잡지들에 실린 료리법들은 물론 텔레비죤의 음식제조 프로를 시청하면서 내게 필요한 음식만드는 법을 메모하여두었다가 그대로 실천해 보려고 노력하였더니 그래도 면무식은 되였다. 그래도 잘 안되는 음식은 멀리 집떠난 안해에게 전화를 쳐서 이런 음식은 어떻게 만들면 되는가? 물어서 실천하고 체면을 무릅쓰고 이웃의 녀인들에게 묻기도 하였다.

전과 달리 지금은 전기밥가마며 가스렌지등 고효률적인 주방용도구들이 있고 제일 하기 싫은 설거질에 필요한 좋은 세척제가 있는데다 남자들이 장만하기 힘든 고추장이며 된장이며 김치 등 일상의 먹거리들은 물론 포장을 뜯고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먹어도 되는 각종 완성된 기성식품들이 있기에 '호라비'들 살기가 훨씬 편리해진 세월이다.

하지만 남자가 주방일을 한다는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것이 "오늘은 무엇을 해 먹을가?"이다. 밥보다는 반찬이 더 문제다. 때로 친척들이나 친지들이 오래 두고 먹을수 있는 장조림이며 김치며 청국장이며 그밖에 가정에서 정성들여만든 새 반찬들을 가져다 주는데 한편으로는 감사하지만 혹 자꾸 이런 도움을 받는데 습관되여 부엌일에 게을러지거나 싫증나게 될가봐 거절하기도 한다. 하여 무엇이든 내가 만들수있는 음식가운데 먹고싶은것이 있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그것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지금까지 하다 말다 하면서도(안해가 어쩌다 집에 오면 하지 않고)지나온 해수를 손꼽아보니 거의 20여년, 그동안 부엌일을 하면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적도 한두번 아니다. 한번은 가스렌지에 차물을 끓이는 물주전자를 올려놓고 불을 단후 밖에 나가 두어시간 남짓 돌고 집에 오니 부엌은 물론 집안이 온통 연기로 가득찼는데 주전자의 물은 이미 다 증발되고 주전자가 벌겋게 달아 있었다. 하마트면 큰 화재가 날뻔 했다. 물이 나오지 않는 날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밖에 나가 있다나니 집바닥이 온통 한강수로 된적도 한두번 아니다. 이런 실수를 할적마다 언제까지 부엌일을 해야하는가? 막연한 생각에 기분이 울적해질적도 있으나 내가 부엌일을 할수있어야 안 사람이 밖에 나가 마음놓고 돈을 벌수있기에 아파서 쓰러지지 않는 한은 계속해야할 나의 주방일이다.

내 주위에는 녀자가 밖에 나가 돈을 벌고 나처럼 남자가 부엌일을 하면서 스스로가 먹을것을 챙기지 못해 영양곤핍증에 걸렸는가하면 변변한 안주조차 없이 밥대신 곧잘 술로 끼니를 떼우다가 간암이나 위암 등 불치의 병을 얻는 '호라비'들도 있다. 때문에 남자가 주방일을 할줄아는것 역시 생활의 기교이면서도 재부요 돈이라고 할수있다.

남자로서 주방일을 해보면 녀자들의 부엌고생을 더 잘 알게 되여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되며 설사 녀자가 곁이 있다해도 남자로써 제일 고약한 음식타발을 하지 않게 된다. 더욱이 자신이 주방일을 할줄알면 주방에 얽맨 안해들의 부담과 근심을 덜어줄줄 알게되고 녀자의 존재와 가치를 리해하고 존중하여 가정의 소중함을 아는데도 필요하지 않을가 싶다.

토닥토닥 칼도마소리는 결코 녀자들만 낼수있는 소리가 아니다. 반들반들 윤기나는 오지독은 녀자의 손에서만 빛나는 것도 아니다. 남자도 부지런하면 족히 할수 있다는 신심을 가져야겠다.

이제 주방일이 더는 남자의 금지구역이 아니다. 세상에 남자로 태여났다가 주방일도 한번 해볼만한 삶인것이다. 더구나 홀로사는 인생이 각별히 많은 오늘에 와서 더욱 그러하다.

출처: 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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