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세계 5대양에 떠나니는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은 모두 5조2500억개, 무게만해도 총 26만9000톤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무게는 바닷 속에 15톤 짜리 관광버스 1만8000대가 빠져 있는 것과 맞먹는다.
이는 미국과 프랑스, 칠레, 호주, 뉴질랜드 등의 다국적 전문가 팀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24차례 태평양 남북부, 대서양, 인도양, 호주연안, 벵갈만 등의 바다에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결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최신호에 게재된 이번 연구가 “세계 해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규모를 조사한 첫번째 연구”라며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먹이사슬 전체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주로 식음료 포장재, 옷에서 나온 생활 쓰레기였다. 비닐봉지, 낚시도구파편도 있었다. 대부분은 5㎜ 미만의 초소형 크기였다.
조사 원정대는 작은 플라스틱은 주로 그물을 던져 발견했고, 큰 것은 배 위에서 육안으로도 보였다.
‘지구인’이 각지에서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5대양에서 바다 소용돌이를 만나, 거대한 쓰레기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유명한 ‘대 태평양 쓰레기 구역’은 그 크기가 대략 텍사스만했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줄리아 라이저 연구원은 배를 타고 거대한 쓰레기 소용돌이를 가로지르는 일은 “플라스틱 수프”를 항해하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크기에 따른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 분포도.(단위 ㎢당 조각수)[출처 =가디언]
라이저 연구원은 “그물을 던져 한시간 반 동안 둔 뒤 조사해보면 그물 속에 플라스틱이 해양 생물보다 더 많았다”며 “바다 속 전체 플라스틱 양을 시각화시키기 어렵지만, 그 무게는 전체 인간의 바이오매스(생체량ㆍ임의의 공간 내에 존재하는 특정 생물체의 양)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다 소용돌이는 일종의 ‘파쇄기’ 같은 기능을 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잘게 부셔 퍼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저자인 마르커스 에릭슨은 “5개 아열대 소용돌이 중간 지대에서 쓰레기 구역을 발견했는데, 세계 바다에서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종착지는 그곳이 아니다”면서 “초소형 플라스틱은 결국 거대한 해양 생태계와 상호작용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초소형 플라스틱을 먹은 작은 물고기를 큰 물고기가 먹고, 이 큰 물고기는 결국 먹이사슬 최상위층인 인간의 식탁 위에 올라온다는 얘기다.
다른 큰 플라스틱 조각은 바다표범 등 바다 동물 목에 들어가 질식사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플라스틱 자체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만 유해한 게 아니라 플라스틱이 기름 등 해양오염 물질을 끌어당겨 더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가디언]
라이저 연구원은 “우리는 비닐을 먹은 거북이, 낚시줄을 소화시킨 생선을 보았다”며 “플라스틱은 물 속에서 유기성 오염에게 자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얼마나 많은 오염을 소화시키는 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분명 플라스틱이 미치는 화학적 영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사팀은 현재 전세계 플래스틱 재활용율이 5%에 그치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라이저 연구원은 “우리의 플라스틱 사용을 개선하거나, 바다 플라스틱 오염 감시를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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