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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200명 '미의 왕국' 일구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12.20일 23:27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는 여장부다. 사각의 링에 오르는 복싱선수 같은 마음으로 매일매일의 위기와 싸워왔다고 했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32년 만에 100호점 '준오헤어' 대표 강윤선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의 주문이다. 고대 히브리어로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뜻이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노래로도 유명하다. ‘멋의 동네’ 서울 청담동 애브뉴 주노 강윤선(54) 대표의 사무실 메모판에도 ‘아브라카다브라’가 적혀 있다. “우리 속담 ‘말이 씨가 된다’와 비슷해요. 매일매일 저를 다잡는 주문입니다. 말을 꺼냈다면 반드시 이뤄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마법이 통했을까. 강 대표의 2014년 세밑은 각별하다. 그가 창업한 미용브랜드 ‘준오헤어(Juno Hair)’가 지점 100호 시대를 맞았다. 지난 14일 문을 연 수원 노보텔점이 100호점이다. 가맹비를 받는 여느 체인과 달리 본사에서 투자하고, 경영에도 간여하는 직영점 개념이다. 1982년 서울 돈암동을 시작으로 32년 만에 맺은 결실이자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준오헤어는 2005년 글로벌 미용기업 웰라가 선정하는 ‘세계 10대 헤어브랜드’에 오르기도 했다. 함박눈이 뿌리던 15일 그와 마주 앉았다.

 - 가위질 하나로 ‘미의 왕국’을 이뤘다.

 “가맹점 형태로 갔다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더라면 고른 품질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용업은 피플 비즈니스, 관계 비즈니스다. 감동을 줘야 한다. 에비앙 생수는 어디에서나 똑 같은 걸 살 수 있지만 머리 손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단말머리를 예로 들면 길고 짧은 잣대가 없다. 철저히 주관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만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균질한 서비스를 주려고 한다.”

 -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교육시스템 덕분이다. 2년6개월 과정의 아카데미를 두고 있다. 대학에서 미용을 전공했어도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총 100가지의 실습코스가 있다. 교육시간이 1600 시간에 이른다. 한 해 150~200명 정도 배출되는데 이들이 주로 신규 지점에서 일하게 된다. 이후 경력이 쌓이면 지점 원장, 혹은 소사장을 맡게 된다. 100호점 원장도 경기 분당점 출신이다.”

 - 브랜드를 빌려 달라는 요청이 많을 텐데.

 “욕을 가장 많이 먹는 부분이다. 지인들이 ‘너 정말 안 줄 거야’라며 섭섭해한다. 그런 요청을 거절하기가 매우 힘들다. ‘칼 들고 오겠다’는 이도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기술이 없으면 결국 망하고 만다.”

 - 직원 수가 꽤 많겠다.

 “2500여 명이다. 억대 연봉 직원이 200명이 넘는다. 처음에는 주먹구구 자체였다. 남의 집에서 일하다가 내 사업을 시작했다. 그간 숨가쁘게 달려왔다. 93년 집을 팔아 직원들과 함께 영국 비달사순 아카데미에 유학을 가기도 했다. ‘세계 최고가 되자’며 서로 북돋웠다. 체계적 교육 없이는 제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그때 익힌 게 기초가 됐다. 요즘 비달사순에서 배우려면 1인당 44주 과정에 2400만원을 들여야 한다.”

 - 천생 또순이인 모양이다.

 “워낙 어렵게 자랐다. 10대 중반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 중학은 전수학교를 다녔고, 고교 1학년 나이에 1년제 기술학교에서 미용을 배웠다. 아무리 힘들어도 책을 놓지 않은 게 큰 힘이 됐다. 제 DNA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없는 것 같다. 고민은 많았지만 좌절은 없었다. ‘해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되지’라며 스스로를 부추겼다.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는 필리핀 속담도 있다.”

강윤선 대표 사무실에 있는 화이트보드 메모판. 온갖 사업 구상과 각오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하면 된다’는 좀 낡은 방식 아닌가.

 “무조건 밀어붙이자는 게 아니다. 긍정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외부 강연을 가면 항상 꺼내는 얘기가 있다. 엄청난 화상을 입고도 작가로 성공한 이지선양과 쌍꺼풀 수술이 잘못됐다고 자살한 여성을 대비시킨다. 누가 더 상처가 크겠는가. 저도 어릴 적에 끓는 물에 빠져 목·팔 등에 흉터가 생겼지만 일에 바빠 콤플렉스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원효 대사가 그랬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 서경대 교수 직함도 있다.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리더십과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학위는 없지만 실전 경험을 인정해준 것 같다. 경북대에도 나가고 있다. 전문대를 포함해 대학 강의를 한 지 15년째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 검정고시를 거쳐 지난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2학년이다. 가톨릭대 경영학과에도 수시 합격했지만 사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 왜 상담심리학인가.

 “미용은 사람을 상대하는 디자인이다. 심리학을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된다. 학벌 때문만은 아니었다. 생각이 깊어지면 디자인도 깊어질 것이다. 현재 전국의 미용실은 8만7000여 개, 종사 인구는 30만 명에 이른다. 경쟁이 치열하다. 차별화된 무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 직원들에게도 사진·음악 등 다른 분야를 더 파고들라고 권하는 이유다.”

 - 나름의 경영원칙이 있다면.

 “시간 관리다. 매일 아침 그날 할 일 6개를 적어보라. 그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실행해도 훌륭한 하루가 된다. 빌 게이츠나 일반인이나 하루 24시간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다. 어떻게 채우느냐가 문제다. 예전에 ‘95세 일본 할아버지의 회고’란 글을 본 적이 있다. 65세에 정년 퇴직해 95세까지 30년을 덤으로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105세 생일날을 위해 어학공부를 시작했다는 사연이었다. 그 글을 집안에 붙여놓고 늘 읽고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 사람을 대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어떤 고객이 내게 1억원을 벌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를 향한 눈빛·몸짓이 달라질 것이다. 미용업에선 신규 고객 창출보다 기존 고객 유지가 더 중요하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고객이 서비스 100가지 중 99가지에 만족해도 마지막 1가지에 불만을 느끼면 다시 그곳을 찾지 않을 수 있다. ‘100-1=99가 아니라 0’이라는 정신으로 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줄 수 있다. 매일 아침 ‘나는 내가 좋다’를 세 번만 외쳐보라. 멋진 하루가 될 것이다.”

 - 멋진 헤어스타일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자연스러운 것, 꾸민 것 같지 않은 스타일이다. 헤어 디자이너를 미켈란젤로 같은 조각가에 비유하곤 한다.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 아름다움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컷이든 염색이든 그 사람에게 가장 알맞은 형태를 제공해야 한다. 100세 고령화사회가 화두인데, 나이가 들었다고 흰머리를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젊게 보이게만 꾸밀 이유가 없다. 그만의 품격을 살려야 한다. 만약 귀신이 꼬불꼬불 파마머리에 빨간 리본을 달았다면 무섭게 보이겠나.”

 - 올 9월 베트남 하노이점도 열었다.

 “이제 시작이지만 미용한류를 꽃피우고 싶다. 필리핀·중국 진출도 구체화하고 있다. 그냥 지점을 내는 게 아니라 현지인에게 우리 기술을 가르치며 함께 성장하려고 한다. 우리의 영원한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내년 5월께 8층 규모의 아카데미 건물이 완공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용 교육기관으로 키우려 한다. 국내 지점도 250개까지 늘리고 싶다. 우리 브랜드를 딴 미용용품도 출시될 예정이다. ‘최고의 효도는 준오 입사하는 것’이라는 평소의 생각을 실현하려 한다. 미용은 아무래도 가난한 집 아이들이 많이 선택하는 거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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