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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블록버스터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기타] | 발행시간: 2012.04.06일 09:13
다시 중국 영화다. 동아시아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도 있지만 <양자탄비>를 그냥 넘기기는 아까웠다. 저우룬파(주윤발), 장원(강문), 거여우(갈우), 류자링(유가령)의 연기를 한꺼번에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홍콩 누아르의 중심이었던 저우룬파는 누구나 알 것이고, 장원은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의 주연으로 유명해졌고, 거여우 역시 장이머우 연출 <인생>의 주인공이며 중국 최고의 코미디 배우이다. <동사서독> <금지옥엽> <해상화> 등에 출연했던 류자링은 량차오웨이(양조위)의 오랜 연인으로도 유명하다. 능글맞은 악역 연기를 선보이는 저우룬파, <붉은 수수밭>에서 보여줬던 강인하고 열정적인 사내를 재차 연기하는 장원, 두 사람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신들린 개그를 펼치는 거여우. 세 사람의 연기 앙상블만으로도 <양자탄비>는 풍요롭다.

1920년대, 청나라는 무너졌지만 혼란은 여전했던 시대. 장곰보(장원)가 이끄는 마적단이 달리는 열차(열차이긴 하지만 말들이 끄는)를 습격한다. 현장으로 부임하기 위해 열차를 타고 가던 마방덕(거여우)과 부인은 겨우 목숨을 건진다. 돈을 내놓으라는 장곰보에게, 마방덕은 죽은 비서인 것처럼 연기하면서 현장으로 부임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 장곰보는 부하들과 함께, 마방덕을 데리고 가짜 현장으로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청 지역은 토호인 황사랑(저우룬파)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곳이었고 현장의 힘은 너무나 미약했다. 마방덕은 일단 토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 다음에 백성들에게 돈을 뜯어내면 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가난한 백성의 돈은 빼앗지 않는 게 원칙이었던 장곰보는 토호들, 그것도 황사랑에게 돈을 뜯어낼 것이라고 선언한다.

<양자탄비>는 일종의 중국판 서부극, 즉 마카로니 웨스턴이다. 치외법권의 시골 마을이 있고, 나쁜 악당과 좋은 악당이 대결을 벌인다. <양자탄비>가 장원과 저우룬파의 관계만을 중심으로 그려졌다면 야성적인 웨스턴으로 귀결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여우가 끼어들면 육탄전만으로는 아쉽다. <양자탄비>는 엎치락뒤치락 상황이 바뀌는 곳곳에 양념처럼 거여우를 중심으로 한 ‘웃기는’ 상황을 끼워넣는다. 게다가 장곰보와 황사랑이라는 인물은 지략으로도 제갈량 못지않은 술수의 소유자다. 장곰보가 백성들을 위해 신문고를 부활시키자, 황사랑은 고발을 역이용해 장곰보의 부하를 사지에 몰아넣는다. 장곰보와 황사랑은 서로 암살과 납치 계획을 수없이 세우지만, 두 사람 모두 교묘하게 빠져나가거나 되치면서 다음 수를 펼친다. 만담이라도 펼치듯, 상대의 계획을 추측하며 저우룬파와 장원이 대응책을 설명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중국 상업영화의 현주소

장원은 1994년 <햇빛 찬란한 날들>로 감독에 데뷔한 후 <귀신이 온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등을 연출했다. <붉은 수수밭>의 거칠고 생명력이 넘치던 연기와는 달리 소년의 눈으로 문화혁명을 바라본 성장영화 <햇빛 찬란한 날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영화였다.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한 <귀신이 온다>는 대단히 야성적이고 힘찬 영화였고. 다양한 스타일에 익숙한 장원 감독은 <양자탄비>를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상업영화로 제련했다. 한국 관객이 보기에는 조금 들떠 있고, 허황한 영화로 보이겠지만, 중국에서는 수익 1억 달러를 넘기는 대성공을 거둔 흥행 영화다.

<양자탄비>는 지금 중국의 상업영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두우면서도 희극을 포기하지 않고, 도발적이면서도 계몽적인 선에서 마무리 짓는다. 저우룬파, 장원, 거여우를 블록버스터에 투입하고 멋진 스펙터클도 보여준다. 부족한 것은 보편적인 상식과 공감을 뛰어넘는 무엇. 기존의 가치와 세계를 깨지 않으면 답습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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