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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청년들 유혹하는 '인터넷 지하드'

[기타] | 발행시간: 2015.01.31일 12:53

ⓒ시사IN 조남진 터키 현지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의 베시리에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서 5㎞만 가면 시리아 국경이 나온다. 위는 2013년 8월 베시리에 근처 국경에서 주민들이 ‘불법 월경’을 하는 모습이다.

한국인 청소년 김진수군(가명ㆍ17)이 홍 아무개씨(45)와 함께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것은 1월8일이었다. 이 공항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투신하려는 서방국가 젊은이들이 시리아로 갈 때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다. 더욱이 터키는 중동 및 유럽 여행객들이 단기 체류하는 경우에는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 나라의 주요 도시들을 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여행객을 배려하는 것이다. 한국인도 같은 대우를 받는다.

김군은 터키에 입국하자마자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로 가는 국내선에 탑승했다. 가지안테프에서 국경 도시 킬리스까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지금까지 '이스탄불 공항→가지안테프 공항→킬리스'라는 여정은 서방국가 젊은이들이 시리아의 IS 거점으로 가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던 경로다. 물론 터키 경찰과 정보국 직원들이 이런 젊은이들을 적발하기 위해 공항마다 삼엄하게 진을 치고 있다. 김군이 터키 당국의 눈을 피해 킬리스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IS 투신 희망자가 없었던)인 데다 중년의 동행인이 함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킬리스는 인구 9만여 명의 소도시다. 시리아로 향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터키 내의 최종 목적지'다. 여기서 IS 인솔책을 만나면 차량으로 불과 수십 분 거리인 국경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터키 측의 국경 경비도 매우 허술하다. 한반도의 휴전선이 높은 철조망과 수많은 군인들로 에워싸인 철옹성이라면, 터키-시리아 국경은 그냥 허허벌판인 개활지다. 올리브 나무가 간간이 보일 뿐이다. 간혹 맞닥뜨릴 수 있는 터키 측 경비대원들 역시 매수하기가 그리 힘들지 않다는 평이다. 한마디로 어렵지 않게 시리아의 IS 거점에 도달할 수 있다. IS를 동경하는 서방 젊은이들이 킬리스로 몰리는 이유다.

터키 정부가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킬리스까지만 가면 뚫린 구멍이 너무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스탄불 공항과 가지안테프 공항에서 삼엄한 검문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서방국가의 정보기관원들이 공항에 파견되어 자국 젊은이들이 시리아로 넘어가기 전에 귀국 조치하는 일도 있다. 이렇게 되자 시리아로 가려는 서방국가 젊은이들은 새로운 경로를 개척했다. 유럽에서 육로를 통해 터키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일단 터키 북쪽의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가면 야간열차로 이스탄불에 도달할 수 있다. 그다음에는,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해 시리아 국경으로 가면 된다. 혹은 터키의 유수한 관광지를 우회하면서 터키 정부의 감시망을 따돌릴 수도 있다.

김군 "킬리스에 가면 내가 아는 호텔이 있다"

김군의 최종 목적지는 킬리스의 한 호텔이었다. 큰 건물이 없는 킬리스에서는 이 호텔이 일종의 랜드마크 구실을 한다. 시리아행 외국인이 주로 묵는 곳으로 유명하다. 외국인들이 '하룻밤' 자고 시리아로 떠난다고 해서 '원나잇 호텔'로 불리기도 한다. 김군은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이 호텔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하다. 동행한 홍씨에게 "킬리스에 가면 내가 아는 호텔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군 일행이 이 호텔에 도착한 것은 지난 1월9일 밤(현지 시각). 여장을 풀고 곧바로 잤다. 김군은 일찍 일어났다. 이튿날 오전 8시쯤에는 이미 배낭을 메고 호텔 문을 나섰다. 그는 호텔 건너편의 모스크에서 한동안 서성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부터 트위터 등으로 꾸준히 접촉해온 '하산'과 사전 약속을 했을 것이다. 오전 8시25분쯤, 한 남자가 모스크로 와서 김군을 만났다. 그들은 시리아 번호판을 단 카니발 자동차에 탑승했다. 차는 킬리스에서 남동쪽으로 18㎞ 떨어진 베시리에 마을까지 달린 뒤 두 사람을 내려놓았다. 시리아 난민촌이 있는 지역이다. 여기서 김군의 행적은 끊어졌다.

지금까지는, 터키 현지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과 수사 내용을 종합해서 확인한 김군의 행적이다. 그가 탄 차는 터키와 시리아를 오가는 불법 월경 택시로 추정된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내전 이후 난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리아 번호판을 단 자동차에도 국경 통과를 허가했다. 터키-시리아 국경에는 이런 택시들의 불법 영업이 성행한다.

필자가 접촉한 이 지역의 택시 기사 마무드 씨(가명)는 "터키와 시리아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시리아로 넘어가는 외국인들도 많이 태웠고 요금은 비싸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외국인 손님이 베시리에 마을로 갔다면 최종 행선지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거의 100% 시리아"라고 단정했다.

베시리에 마을은 킬리스에서 자동차로 25분 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남쪽으로 5㎞만 내려가면 시리아 국경이 나온다. 더욱이 이 국경 지대에는 정식 검문소도 없다. 필자가 인터뷰한 베시리에 주민은 "우리 마을만 지나면 곧바로 시리아로 넘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김군은 베시리에 마을에서 '불법 월경 전문가'인 다른 IS 관련자를 만나 시리아로 넘어갔을 것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김군의 행적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터키와 시리아 간 국경은 약 900㎞에 달하지만 국경 검문소는 13개에 불과하다. 김군이 베시리에를 거쳐 시리아로 넘어갔을 수는 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다."

김군이 터키에서 온ㆍ오프 라인으로 접촉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는 실종 전날인 1월9일 오전 8시쯤 '누군가'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2분30초쯤 통화했다. 김군은 종적을 감추고 5시간쯤 뒤인 1월10일 오후 1시40분쯤에도 같은 번호로 전화해서 4분30초 동안 통화했다. 김군과 통화한 '누군가'의 연락처는 터키의 한 통신사에 가입되어 있는 전화번호다. 한국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해 10월 트위터에서 IS 관련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노출된 '누군가'의 전화번호는 '지난해의 전화번호'와 달랐다. 현재로서는, 김군이 여러 경로로 얻은 연락처들이 새끼를 치면서, IS의 모집책이나 국경 안내인 등과의 접촉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비밀 메신저인 '슈어스폿' 역시 효율적인 매체로 작동했을 것이다.

외롭고 지친 청년들을 유혹하는 '인터넷 지하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는 한반도의 청소년이 지구 저편에서 활동하는 '하산'이라는 인물을 온라인에서 접촉하고, 그를 매개로 여러 인맥을 거쳐 생전 처음 가는 곳(킬리스)에서 낯선 교통수단(국경 택시)으로 당초 원했던 행선지에 도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김군이 그동안 IS 관련자들에게 보낸 트위터를 보면 그의 영어 실력은 그리 유창한 편이 아니다. 터키어나 아랍어는 아예 모른다. 그런데도 의외로 쉽고 간단하게 IS로 갈 수 있었다. 이미 세계 90여 개국의 2만여 젊은이가 김군과 비슷한 경로를 거쳐 시리아로 들어갔다.

IS 처지에서 보면 선전전의 성과다. 이른바 '인터넷 지하드'. 더욱이 IS가 일단 '낚은' 젊은이들을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거점까지 데려가는 과정을 보면, 국가별ㆍ임무별로 인력들의 분업 체계까지 갖춘 듯하다. IS는 수년 전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무작위로 스팸 메시지를 뿌리면서 이에 반응하는 외롭고 지친 젊은이들을 유혹해왔다. 그 젊은이들의 존재감을 충족시켜주고 '새로운 삶'을 제시하며 서서히 세뇌시킨다. 김군 역시 이런 인터넷 지하드의 희생자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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