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조세 무링요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웬일일까? 주심을 다 칭찬하고 나섰다. 가시 돋힌 독설로 심판진을 맹비난했던 무링요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전 진행을 맡을 하워드 웹 주심에게는 우호적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무링요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18일 새벽(이하 한국 시각)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11-2012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을 치른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강적을 맞아 싸우게 된 무링요 감독은 17일 새벽 기자 회견에 나서 웹 주심의 경기 진행 능력을 칭찬하고 나섰다.
그는 "웹 주심은 내게 있어 이상적 심판이다. 챔피언스리그 등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한 주심인 만큼 그가 적절한 판정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심판도 인간인 만큼 때론 실수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선수들이 평소대로 주심의 경기 진행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외다. 무링요 감독과 챔피언스리그 주심 간 악연은 무척 지독하기 때문이다. 첼시 사령탑 부임 첫해인 2004-2005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바르셀로나-첼시전 진행을 맡은 안데르스 프리스크 주심은 경기 후 "주심과 프랑크 레이카르트 바르셀로나 감독이 하프타임에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을 봤다"라는 무링요 감독의 폭탄 발언에 팬들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리다 끝내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티켓을 놓고 바르셀로나와 맞섰을 때는 "내가 속으로 품고 있는 말을 내뱉는다면 이 자리에서 내 경력이 끝날지도 모른다.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톰 헤닝 오브레보, 마리오 부사카, 안데르스 프리스크, 볼프강 슈트라크, 프랑크 데 블레켈레와 같은 이들이 도대체 왜 매번 나서는가"라고 몇몇 주심들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심판 판정의 불이익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유럽 주심들에게 제대로 미운 털이 박혀 있는 무링요 감독이 경기 전 주심을 칭찬하고 나섰으니 분명 이례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좋은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웹 주심은 인터 밀란과 바이에른 뮌헨의 격돌로 치러진 2009-2010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담당했다. 당시 인터 밀란 사령탑이던 무링요 감독은 2골을 몰아친 디에고 밀리토의 맹활약에 힘입어 유럽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경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링요 감독은 웹 주심을 유럽 최고의 판관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믿을 만한 주심이 나서는 뮌헨 원정 경기, 무링요 감독이 이끄는 갈라티코 군단의 진정한 힘을 보일 수 있을지 흥미롭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