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구스만이 2014년 첫번째 탈옥에서 체포될 당시 모습. © 로이터=뉴스1
(쿨리아칸 로이터=뉴스1) 정이나 기자 =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지난 11일 탈옥한지 일주일. 구스만은 자신이 이끌던 마약조직 '시날로아'의 근거지이자 고향인 북서부 시날로아주에서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가고 있다.
멕시코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는 교도소에서 감행한 탈출극으로 인해 시날로아주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가 대통령보다도 강한 영향력이 갖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시날로아주가 낳은 '유명인'인 구스만이 탈옥했다는 소문은 정부가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돌기 시작했다.
시날로아주 주도 쿨리아칸에 거주하는 하이메 카리요는 "그가 감옥에서 나오기를 모두가 기다렸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도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카리요는 마약 대부들에 대한 찬양을 노래로 풀어내는 음악 장르 '나르코코리도' 밴드 '부크나스 데 쿨리아칸'의 멤버다.
카리요는 구스만에 대해 "대통령보다도 더 강력하다"며 "정부 내부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묘사했다.
쿨리아칸은 마약 밀매자들의 성지이자 조직범죄의 제단(altar)으로 묘사되는 곳이다.
주민들에게는 '영웅'이자 '전설'로 칭송받는 구스만은 어디에 있든 시날로아 카르텔의 통치권을 다시 손에 넣기까지는 길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행정부의 한 관계자도 "구스만은 타고난 재주가 있는데다 대담하고 용감하다"고 평가하며 "(할리우드 등) 미국에서 이 얘기를 영화로 만들 것조차 뻔하다"고 말했다.
구스만이 이끄는 '시날로아' 카르텔은 멕시코 마약밀매 조직 가운데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조직으로 구스만은 자신의 조직을 키우기 위해 뇌물 공세를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정치인들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불신도 그의 영향력이 커지는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쿨리아칸의 한 상점 직원인 클라우디아 산체스는 구스만이 "정치인들보다 낫다. 우리 세금을 훔쳐가지도 않고 일자리를 준다"며 "그를 교도소로 잡아넣은 수많은 부패 정치인들보다 현명하고 낫다"고 말했다.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지난 11일(현지시간) 탈옥하기 전 지내온 알티플라노 교도소 감방. © 로이터=뉴스1
쿨리아칸 외곽에는 마약 밀매조직의 성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상을 떠난 마약 밀매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묘지가 있다. 바로 '하르디네스 데 우마야(Jardines de Humaya)' 묘지다.
이 곳에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경쟁조직인 '로스 세타스'의 수장 아르투로 벨트란 레이바(1961~2009)를 비롯해 생전 멕시코의 '현대판 로빈후드'라고 평가받던 헤수스 말베르데(1870~1909)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스만의 탈옥 이후 그의 안전과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하르디네스 데 우마야'를 찾는 방문객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르코랜드: 멕시코 마약왕과 그들의 대부'의 저자 아나벨 에르난데스는 최근의 추세에 대해 "비극적이게도, 지난 토요일 발생한 탈옥으로 인해 엘 차포 구스만은 멕시코 수많은 지역에서 존경받은 사람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스만은 지난 11일 수감중이던 멕시코시티 인근 알티플라노 교도소에서 지하터널을 이용해 탈옥한 뒤 지금까지 행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코카인, 마리화나 등의 마약을 미국에 공급하는 멕시코 최대 범죄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어 '마약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993년 마약밀매 등 혐의로 체포돼 2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2001년 푸엔테 그란데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이후 그는 13년만인 2014년 2월에야 다시 체포돼 재수감됐다.
일각에서는 삼엄한 경비를 뚫고 터널을 만들어 탈옥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과 함께 그가 교도관과 외부 관계자들을 매수해 세상 밖으로 걸어나갔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멕시코 교정당국은 15일 구스만이 지난 1년5개월간 지내온 감방을 언론에 공개했다.
콘크리트 선반과 작은 테이블, 소형 TV가 전부인 이 방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렸던 마약왕이 지냈다고 보기에는 꽤나 단촐해보였다.
그가 머물던 감방 20호에 이르기까지 설치된 17개의 철제 문과 각 문을 지키는 교도관들만이 구스만의 악명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멕시코 정부는 구스만 생포에 380만달러(43억5000억원)의 현상금을 제시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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