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지원유세 영향 없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의 곳곳을 누비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아내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후보 지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17일(현지시간) 오후에도 딸 첼시와 함께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 아내의 선거유세를 도왔다.
최근 아내가 초기경합주인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마음은 무거울 만하다. 그는 철저히 ‘낮은 보폭’를 이어가고 있다. 수백명의 지지자를 상대로 하는 연설에서 아내의 경쟁자인 샌더스 의원을 일절 비판하지 않는다. 좀처럼 거론도 않는다.
대신 아내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로 지지자들의 호응을 유도해 냈다. 이를테면 아내와의 첫 만남을 소개한다. 로스쿨 재학 시절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아내가 영부인과 상원의원으로서 공헌한 점을 자연스럽게 거론한다. 전직 대통령의 아내 사랑에 지지자들은 박수를 보낸다. 정작 열렬 지지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던 그때처럼 이번엔 샌더스 의원 때문에 좌절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런 와중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원유세가 유권자들의 표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로이터통신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8%가 이렇게 대답했다. 반면 12%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15%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73%가 영향이 없다고 대답했다. 클린턴 부부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조사결과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원유세가 ‘부담’도 ‘무기’도 되지 않은 셈이다. 아내에게는 강력한 비밀병기가 되지 못했으며, ‘성 추문’을 거론하고 있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노렸던 부정적 파급 효과도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