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인구]
배우 임수정(33)이 새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영화사집 제작, 민규동 감독, 17일 개봉)에서 특별한 변신을 했다. 대표적인 동안배우로서 늘 맑고 앳된 캐릭터를 해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 그것도 결혼 7년차에 잔소리와 독설이 입에 밴 아내 정인 역이다. 극중 '하의실종' 패션으로 섹시함을 잃지 않았으나 남편을 다그치는 모습에선 '순악질 여사' 저리가라다.
임수정은 "속사포 같은 독설 대사를 해야하는 게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으나 류승룡·이선균 선배와 감독님의 한결같은 응원으로 계속 할 수 있었다"면서 "예전에는 결혼에 대해 꿈도 꿔보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비로소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웃었다.
-미혼인데 결혼한 아내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미혼이냐 기혼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인이라는 캐릭터에 끌렸는데 마침 그가 아내였을 뿐이다. 그보다는 시나리오에 적힌 정인의 수많은 대사 분량에 잠시 주저했다. 다 논리가 있는 대사여서 정확한 암기를 필요로 하는 것들이었는데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용기를 냈나.
"출연할까 망설일 때 민규동 감독님이 '너 아니면 안된다'며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셨다. 연기력에 정확한 대사 전달력을 가진 배우는 너뿐이다는 말에도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웃음)"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첫 날 첫번째 촬영신이 신문배달 아저씨와 티격태격하는 대목이었다. 역시 속사포 대사로 몰아부쳐야 하는데 거의 '멘붕'의 지경까지 갔다. 나 때문에 민폐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힘을 냈다."
-평소에도 말이 많은 편인가.
"그렇지 않다. 정반대다. 말수가 적고 느린 편이다. 그런데 정인처럼 얘기하려니 솔직히 힘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인은 말이 너무 많다."(웃음)
-결혼에 대해 생각해봤을 것 같다.
"류승룡·이선균 선배가 모두 유부남이어서 현장에서 '진짜 아내들이 이래요'라고 물어봤던 것 같다. 그러면 선배님들은 '맞다'고 하면서도 나중에 휴대폰으로 가족과 늘 통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하면 어떤 아내가 될까.
"이번에 나쁜 예를 간접경험해서 최소한 남편에게 좋은 내조가 무엇일지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자기방식대로 상대방을 숨막히게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았다."
-어떤 남편감이 좋을까.
"내 얘기를 잘 들어주거나 혹은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정신적 교감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노출 연기가 살짝 보였는데…
"베드신이나 정사신이 센 건 아니다. 그러나 노브라에 면티 등 은근한 노출 패션을 했다."
-앞으로 '은교' 수준의 노출 연기 어떨까.
"작품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해야겠지만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은교'는 노출 수위가 너무 세지 않았나."
-대표적인 동안배우로서 30대 중반에도 동안을 유지하는 비결은.
"시간·노력·돈이다. '원래 동안이에요' 하는 건 이제 아닌 것 같다. 유지하기 위해서 세안을 꼼꼼히 하고 마사지와 팩을 하고 스킨케어를 받는다. 이건 바꿔말하면 그만큼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든다는 얘기다."
-최근 오래있던 소속사를 옮긴 이유는.
"배용준 선배의 키이스트로 옮긴 지 한 6개월쯤 됐다. 전 소속사에서도 좋은 지원을 받았으나 최근 배우로서의 욕심이 달라졌다. 다른 환경이 주는 자극도 필요했다."
-요즘 흥행 공약이 유행인데 공약 하나 한다면.
"공약을 하면 오히려 흥행이 저조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공약은 비밀로 하고 싶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