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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살수 있었는데…" 서울대병원장, 뒤늦게

[기타] | 발행시간: 2012.05.16일 07:33
간암 4기서 극적회생 한만청 前 서울대병원장 "암과 친구가 돼야 이긴다"

"암(癌)은 정말 악동 같은 놈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몸에서 나왔으니 사실은 내 피붙이로 봐야는 게 맞죠. 이 사고뭉치는 우리 몸을 샅샅이 잘 알기에 완전히 떼어놓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사는 동안만이라도 서로 잘 지내보자며 살살 달래야죠."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한 한만청(79·사진) 박사는 서울대병원에 들여온 최신 기계를 시험하던 중 간암 4기를 발견,항암치료를 마칠 무렵 폐로 전이,생존 확률 5%에 불과한 상황을 뚫고 암과의 전쟁을 이겨낸 역전의 용사다.

서울대병원장이면서도 정작 자신의 간암 수술을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박사에게 맡겨 서울대병원 의사들의 집단 반발을 사기도 했던 화제의 인물.

지금은 암 극복 경험을 책(암과 싸우지말고 친구가 돼라)을 펴내고 암과 싸우는 사람들을 돕는 의료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생존율 5% 간암 말기서 극적으로 회생하다

한 박사에게는 지난 12년간 `영상의학 최고 명의(名醫)` 혹은 `서울대 병원장 역임`이라는 타이틀보다 `말기 암을 이겨낸 의사`라는 개인 경험이 더 큰 훈장처럼 따라붙고 있다.

그는 1996년 서울대 병원장 시절 자신의 주도로 서울대병원내에 건강검진센터를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서울대병원 환자들 조차 종합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병원을 찾아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

한 박사는 최첨단 검진기기 도입해 조기진단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는 환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높였을뿐만 아니라 병원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 센터에서 우연히 종합검진을 권유받고 간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검사에서 1.5cm 크기의 간암을 발견했다. 당시 알콜주사로 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퇴직 후 1998년 간암이 재발, 14cm 크기의 암 덩어리를 제거해야 했다.

불운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우측 간 절제술을 받은 후 얼마 안 돼 암 세포는 폐로 전이돼 그는 생존율 5% 미만이라는 말기 암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11년 동안 투병, 기적적으로 생존한 1%의 사나이가 됐다.

팔순을 바라보고 있는 한 박사는 한때 암과 투병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력적이었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젊은이처럼 단단한 가슴을 소유했고, 허리는 꼿꼿했다. 눈동자는 빛났으며 피부는 윤기가 났다. 질문에 답하는 그의 목소리와 손동작은 거침이 없었으며 열정적이었다.

한 박사는 지난해 10월 췌장암으로 사망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대해 "재능있는 친구인데 정말 안타깝다"면서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숲으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병원을 찾아 의사들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도 충분히 잘 살아있을텐데"라고 지적했다.

잡스가 지난 2003년 암 진단을 받았지만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대안 치료요법에 의존했다 큰 낭패를 봤던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주치의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수술을 권했지만 잡스는 그때마다 화를 냈다고 한다. 결국 이듬해 7월 본인의 고집을 꺾고 수술을 받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9개월 동안 증세가 더욱 악화됐고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다.

한 박사는 잡스가 의사의 진료를 거부하고 각종 비방(秘方)을 찾으면서 귀한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은 이제 `불치의 병`이 아니라며, 잡스도 만약 10개월 먼저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암은 집 안의 속 썩이는 형제와 같다"

한 박사는 10년 넘게 투병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 치유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치료의 주체로 선 나 자신을 믿는 것`과 임상적으로 검증된 `증거 중심의 의학`을 따르는 것. 쓸데없는 잡약과 항암식품에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며, 조급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낙천적인 태도도 필요하다.

그는 "지난 14년 동안 혈압약 하루 한 정 이외에 어떤 약이나 건강식품, 영양제도 먹은 일이 없다. 오로지 세끼 끼니에 나의 모든 걸을 걸었다"면서 "건강 비법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고, 잘 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과 마음가짐 이라는 것.

제철에 맞는 신선한 재료로 준비한 식사를 남김없이 먹는 것이 제1원칙이다. 식사의 원칙으로 ▲ 신선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 ▲ 인스턴트 음식은 먹지 않는다. ▲ 짜게 먹지 않는다. ▲ 제철 나물 두 가지 이상을 매끼 식탁에 올린다. ▲ 아침에 생야채를 드레싱 없이 먹는다 등이다.

한 박사는 "특히 밥만 제대로 먹으면 비타민 등과 같은 잡약은 필요 없다"면서 "내 밥상이 이름하여 `북청 물장수 밥상`인데 제철 나물 1-2가지만 무쳐주면 남김없이 싹 먹어치운다"고 말했다.

그는 암 환자를 위한 항암식품이나 특효 음식이라는 것 자체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비결은 자신의 분수에 맞는 운동을 적당하게 하는 것. 사실 그는 암 발병 전에는 30년 이상 담배를 피웠고, 운동은 바쁜 일과를 핑계로 거의 안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암 발병 이후 담배를 독하게 끊었고, 운동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운동의 경우 과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암환자들이 체력을 키운답시고 무리하게 런닝머신을 뛰다가 더 큰 사고를 당한다는 것.

한 박사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수술 후에도 정말 꼼짝도 하기 싫을때조차 병실 벽을 붙잡고 한바퀴,두바퀴 걸었던 게 체력을 회복하는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암이 강하게 부닥쳐 올수록 보듬어 안고 달래야한다"면서 "그렇게 친구로 만들어 언젠가는 꼭 돌려보내겠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98년 우측 간 절제술을 받고 이어서 화학 요법을 6개월 정도 받은 후, 3~6개월 간격으로 혈액검사와 복부 CT 등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받아왔다"면서 항암 화학요법 시 약물을 넣기 위해 사용되는 동전 크기 만한 중심정맥관인 `케모포트(Chemoport·주사를 위해 만든 혈관연결)`를 훈장에 비유했다. 암에 걸려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나들었지만 암이란 존재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건강을 미리 챙기고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준 친구라는 것.

한 박사는 "케모포트는 바로 암이 내게 준 훈장이자 흐트러지려는 생활 태도를 점검하게 해주는 선물"이라면서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간사해서 몸이 조금만 좋아지면 먹는 것, 생활하는 것 모두 해이해지기 마련인데 케모포트 청소하러 병원에 들를 때마다 `아 내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내가 암 환자였구나`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덧붙였다.

■ He is…

△ 1934년 생 △ 서울대 명예 교수 △ 서울대 의대 졸업.서울대 의학박사 △ 미국 하버디 의대 펠로우△ 서울대 의대 교수와 서울대 병원장 역임

서울대 병원장 재직 당시 `연구 중심, 환자 중심 병원으로의 개혁`을 이끌어내며 체계화된 의료 서비스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국내 최초로 북미, 일본, 유럽 방사선의학회 명예 회원이 됐으며 한국의 영상의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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