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황강댐 방류를 시작한 6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에서 한 주민이 수위를 살피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6일 오전 10시40분쯤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북삼교 아래 임진강변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강가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방송이 울려 퍼졌다. “임진강 상류 지역 수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으니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사전통보 없이 수문 열었지만
군, 위성까지 동원해 개방 여부 확인
즉각 한수원·연천군에 통보 조치
“서서히 댐 방류, 수공은 아니다”
이날 오전 6시 북한의 갑작스러운 황강댐 방류에 따른 정부의 조치였다. 군 당국은 오전 7시20분 황강댐 방류를 확인하고 즉시 한국수자원공사와 연천군에 이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오전 8시30분부터 군남댐∼임진교∼장남교에 이르는 임진강 주변 15곳에 설치된 경고방송 시설에선 대피 방송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무인정찰기와 아리랑 위성 등 인공위성을 통해 황강댐의 수위와 수문 개방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기는 이스라엘이 제작한 ‘서처Ⅱ’나 국산 ‘송골매’가 투입된다고 한다. 군은 휴전선 이북의 북한군 동향 파악을 위해 전방에 무인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북한군의 동향은 물론 황강댐 등 남측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각종 시설물도 감시 대상이다. 인공위성 사진 판독을 통해 수시로 황강댐 수위를 파악하고, 수위가 상승하면 무인기를 투입해 집중 감시에 나선다. 황강댐이 방류할 경우 수량 증가로 수위 상승뿐만 아니라 강폭(수폭)도 넓어진다. 따라서 군 당국은 황강댐 주변의 수폭도 감시하고 있다.
남북은 2009년 10월 임진강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북한이 황강댐 방류 시 사전에 통보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사전 통보 없이 수문을 열었다. 저수량이 3억5000만t가량인 북한의 황강댐은 휴전선에서 42.3㎞ 정도 떨어져 있어 초당 500t의 물을 방류할 경우 8시간 가량 지나면 남측 필승교에 도착한다. 북측 지역엔 임진강 수위를 관측하는 시설이 없어 사전 통보가 없을 경우 물폭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 5월 두 차례 방류할 때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아 임진강 하류의 그물 등이 유실되는 등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2009년 9월 6일 새벽에는 북한의 무단 방류로 임진강 유역에서 야영하던 관광객 6명이 사망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의 방류를 일단 수위조절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수공(水攻)은 댐을 폭파하는 등 많은 물을 한꺼번에 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최근 비가 많이 와 황강댐이 거의 만수위에 다다랐고 서서히 방류량을 늘렸다는 점에서 수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황강댐 방류에 대비해 2010년 건설한 홍수조절용 군남댐의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한다. 한국수자원공사 김태광 차장은 “임진강 수위의 기준인 필승교 수위가 5일 오전 4시50분 2.24m로 최고를 기록했다. 현재 군남댐의 수문을 열어 수위 조절을 하면서 2m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