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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의 쾌재 “내 다시 전성기가 돌아올 줄 알았지”

[기타] | 발행시간: 2012.05.23일 12:05

‘온달치킨’의 노릇노릇 익은 전기구이 통닭(왼쪽). 전주 ’꼬꼬영양통닭’ 의 전기구이 통닭 반 마리. 외국인들이나 혼자 오는 이들을 위한 것(오른쪽).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의 전기 통닭구이 맛집들

40년 전통 꼬꼬영양통닭

한때 약혼식 연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완성하는 데 2년 걸렸다. 때로 최고의 작품은 시간이 만든다. 40여년 이상을 버텨온 전기구이 통닭집의 맛은 촘촘한 시간만큼 아름답다. 집집마다 맛도 사연도 다르다. 추억을 담뿍 담은 전기구이 통닭 명가를 찾아 〈esc〉가 길을 나섰다.

  전주에는 콩나물국밥과 비빔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로 마흔살이 된 ‘꼬꼬영양통닭’(전주시 완산군 경원동)은 전주 사람이라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한때 홀에서 약혼식을 할 정도로 거창했던 이곳은 “88올림픽부터 (영업이) 안 되기 시작”했다. 양념치킨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때다. 주인 장월주(60)씨는 “언젠가 건강 음식을 찾을 때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기름 쏙 뺀 전기구이 통닭을 놓지 않았다. 직원들이 하나둘 떠난 자리에 남편 김금술(64)씨를 끌어들였다. 장씨의 예상은 맞았다. 요즘 ‘꼬꼬영양통닭’은 다시 빈자리가 없다. 이 집 맛의 비결은 다른 집보다 2배 시간을 들여 닭을 손질하는 것이 첫번째, 두번째는 초벌구이 한 뒤 장씨가 개발한 닭기름을 재벌구이에 활용해 바삭한 맛을 만드는 것. 일반적으로 전기구이 통닭은 기계에 1시간가량 익힌 다음 2~3분 식용유에 튀긴다. 속은 잘 익었으나 겉은 바삭하지 않다. 수분이 남아 있어서다. 기름을 공급해 수분을 빼면 바삭해진다. 조리업계의 일반적인 기술이다.

김씨가 직접 담근 무절임도 큼지막하다. 대량생산돼 크기가 같은 공장 무가 아니다. 3년 전부터는 한 대기업의 베이커리사업부에서 일했던 아들 김동환(35)씨가 서울에서 내려와 거들고 있다. “1년간 설거지만 했어요. 이제 겨우 닭 요리법을 알려주시네요.” 부부와 아들, 3명이 운영하다 보니 하루에 만드는 전기구이 통닭의 양은 정해져 있다. 그야말로 150마리 한정판매다. 40년 전 850원으로 시작한 가격은 요즘은 1만6000원이다. “1.5㎏ 크기의 닭을 조리하다 보면 완성된 통닭은 1.1㎏이 돼요.” 아들 동환씨의 말이다. 보통 통닭용 닭은 700~900g이다. 얼큰한 닭곰탕도 인기.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비 오는 날이면 첫사랑 만난 곳이라며 낭만에 젖어 찾아오는 예술인들도 있단다.

40년 ’꼬꼬영양통닭’을 지켜낸 김금술(사진 왼쪽)과 장월주씨 부부.

1960년에 문을 연 ‘명동영양센터’(중구 충무로1가)는 창업주인 김태훈, 이도성 부부의 2세들이 맡아서 한다. 직영점이 9곳이다. 개업한 이래 지인이 운영하는 닭농장의 닭을 재료로 쓴다. 약 600~700g 무게. 닭 속에 소금을 발라 1시간 정도 굽고 유채기름에 1~2분 살짝 튀긴다. 현재는 삼계탕도 판다.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꼭 찾는 명소다. 가격은 1만3500원~1만4500원.

신촌영양센터

모텔 나온 남녀커플

아침식사로도 인기

김현, 이청준, 황지우

문인들 단골이었던

반포치킨

 “아르바이트하고 월급이 나오면 통닭을 꼭 사서 집에 갔다”고 그 옛날을 회상하는 음식칼럼니스트 김학민씨가 즐겨 찾던 영양센터는 ‘신촌영양센터’(서대문구 창천동)다. 고려대 앞에 ‘삼성통닭’이 있다면 연세대 앞에는 ‘신촌영양센터’가 있었다. 41년 전 문을 연 이 집은 초창기 창업자 허길남씨에서 송송심씨로 이어졌다가 4년 전 퇴직 공무원인 김인규(56)씨가 맡았다. 900g 닭에 생강가루, 마늘 등 여러가지 양념을 바르고 1시간 굽는다. 식용유에 2~3분 튀긴다. 김씨는 “모텔 등이 많다 보니 이른 아침에도 통닭을 먹으러 오는 연인들도 있다”고 한다. 가격은 1만3000원. 1970~80년대 문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곳으로 ‘반포치킨’(서초구 반포동)이 있다. 1977년 이정덕(65)씨가 문을 연 이 집을 김현, 이청준, 황지우 등이 단골로 다녀갔다. 가난한 문인들은 카드도 없던 시절 외상 장부에 휙 이름 갈겨 넣고 책이 나오면 갚았다고 한다. 750~800g 닭에 마늘 양념을 넣고 바르는 것이 맛의 특징. 하루 4㎏ 이상의 마늘이 없어진다고 한다. 오랜 세월만큼 기계도 낡아 5번이나 교체했다. 가격은 1만5000원.

‘신촌영양센터’ 외관.

“원래 ‘삼성통닭’으로 특허를 내려고 했는데 ‘삼성’은 안 된다고 하더이다.” 삼통치킨(성북구 안암동) 주인 김병곤(55)씨의 말이다. 1981년 개업 당시 이름은 ‘삼성통닭’이었다. 2005년 상표 등록이 안 돼 ‘삼’자와 ‘통’자를 합쳐 지금의 이름을 만들었다. “여기는 학생들이 단골이어서 900g 크기의 닭을 썼어요.” 요즘은 아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수련중이고 프라이드치킨, 마늘치킨 등 메뉴를 다양화했다. 고려대 졸업생인 연예인 성시경, 박지선 등도 찾았던 곳이라고 김씨는 자랑한다. 80년대 잦은 시위 때문에 이 집의 유리창은 모두 강화유리다. 매운 최루가스를 피해 뛰어들어온 학생들에게 물 대접은 기본이었다.

‘삼통치킨’ 막 꽂은 닭이 뱅뱅 돌아간다.

 전화를 돌리자 “온달왕돈가스 본점”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1978년 문을 연 ‘온달치킨’(성북구 동선동2가)은 전기구이 통닭과 왕돈가스를 함께 판다. 초창기부터 생맥주를 주문하면 채소와 마른안주가 무한리필이었다. 작년에 작고한 홍성욱 사장의 전략이었다. 1987년부터 합류한 동생 홍성운(62)씨는 “형님은 설렁탕이 4000원 하던 시절, 파고다공원 노인들에게는 설렁탕을 1200원에 팔았다”고 회상한다. 900g 무게의 닭에 마늘, 생강 등 갖은 양념을 넣고 굽는다. 다른 점은 바닷물에 살짝 재운다는 점. 가격은 9900원.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이름 때문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형님께 온달의 후손인 온씨 문중의 사람이 찾아와 항의한 적도 있었지요.” 홍성욱 사장은 “가득 찬(온) 달”이란 뜻이라 말해 위기를 모면했다. 40년 역사를 가진 종로5가 ‘삼보치킨’도 전기구이 통닭과 돈가스를 함께 판다. 삼계탕으로 유명한 서울의 ‘토속촌’, ‘논현삼계탕’, 부산 ‘강화삼계탕’, 대구 ‘금곡삼계탕’ 등에도 전기구이 통닭이 있다. 문 연 지 10년밖에 안 됐지만 8000원 가격으로 전기구이 통닭을 파는 ‘오복전기구이’(광진구 중곡동)도 있다.

‘반포치킨’의 마늘 전기구이 통닭. 다 익은 통닭에도 마늘 소스를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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