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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나들며 20년 이어온 뜨거운 우정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9.08일 09:18
(흑룡강신문=하얼빈)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민감한 과제로 인해 경직되고 있는 요즘, 민간 차원에서 맺어진 인연을 20년째 이어온 이들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고양시의 벽제농협과 중국 길림성에 있는 조선족 마을 홍기촌이다. 벽제농협과 홍기촌 마을은 지난달 31일 홍기촌 마을회관에서 자매결연 20주년을 기념하는 풍성한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을 비롯한 6명의 임직원과 41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으며, 홍기촌 마을에서는 조철범 촌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 모두가 자리를 함께하며 먼곳에서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을 기쁨으로 환영했다.

  흥겨운 농악과 민속춤으로 벽제농협 방문단을 맞이하는 홍기촌 주민들.

   마을발전기금과 주민 자녀 전원에 장학금 전달

   31일 늦은 오후, 벽제농협 일행을 태운 버스가 먼 길을 달려 홍기촌 마을회관 마당에 다다르자 일찌감치 나와 기다리던 주민들이 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이어 민속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자매결연 20주년 기념행사를 펼쳤다. 홍기촌 부녀회원들의 물동이춤으로 시작된 기념식에서 벽제농협은 자매결연 관계를 지속하는 일에 힘을 쓴 이들에게 공로패를 전했고, 이어 마을발전기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홍기촌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만보진의 중심소학교에는 학교발전기금 50만원을 전달했다. 홍기촌 주민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도 풍성했다. 소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총 41명의 홍기촌 주민 자녀 전원에게 총 321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한 마을 주민들에게 200만원의 행사지원금도 별도로 전해졌다.

  이승엽 벽제농협조합장이 자매결연 사업을 위해 힘쓴 홍기촌 대표들에게 감사패를 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홍기촌 주민 자녀 41명 전원에게 장학금이 전달됐다.

   이승엽 조합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8월 31일)이 정확히 자매결연 20년이 되는 날”이라면서 “오랜 세월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홍기촌 주민 여러분을 다시 만나니 가족을 대하듯 반갑고 정겹다. 홍기촌과 벽제농협의 더욱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홍기촌 마을의 조철범 촌장은 “벽제농협이 보여준 진실한 우정과 호의에 모든 주민들이 뜨겁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고, 중심소학교 창린화 교장은 “우리의 우정과 의의가 성산 백두산의 물처럼 굽이굽이 영원하리라!”고 외치며 힘찬 인사를 건넸다. 또한 장학생들을 대표해 상해대학에 재학 중인 김란씨가 “벽제농협에서 베풀어 준 후원 덕분에 꿈을 키울 수 있었다. 귀한 마음을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벽제농협은 홍기촌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만보진 중심소학교 창린화 교장에게 학교발전기금을 전했다.

   잔칫상 즐기고 민박 체험하며 따뜻한 정 나눠

   20주년 기념행사를 마친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홍기촌 주민들이 마련한 푸짐한 만찬. 잔칫상에는 더덕, 고사리와 같은 백두산의 산나물, 마을 앞 하천에서 잡은 메기로 끓인 찌개, 삶은 닭고기와 돼지고기, 찹쌀순대와 찰떡 등이 한상 가득 올라왔다. 반주로는 홍기촌 주민들이 즐겨 마시는 향기 짙은 고량주가 곁들여졌다. 식탁에 둘러앉은 벽제농협 조합원들은 옛날 어머니 손맛이 담긴 음식을 홍기촌에서 맛본다며 즐거워했다. 술잔이 바쁘게 오가고 흥겨운 건배사가 이곳저곳에서 이어진 저녁만찬을 마무리한 후 조합원들은 각각 주민들의 집으로 흩어져 민박을 하며 연변 조선족마을의 생활을 가까이서 체험했다.

  홍기촌 주민들이 정성으로 마련한 만찬장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있는 벽제농협 방문단. 

  벽제농협 조합원들은 홍기촌 마을 주민들의 집에서 민박 체험을 했다. (사진 위 왼쪽부터

벽제농협 이경섭, 한재수 조합원. 사진 아래는 장학금을 받은 상해대학 김란씨의 가족들)

   참가자 중 가장 연장자인 주병남(81세) 조합원은 “자매결연 초기에 홍기촌을 다녀간 후 오래간만에 다시 방문하니 무척 감회가 깊다”면서 정성을 다해 맞이해준 홍기촌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9월 1일 아침 벽제농협 조합원들은 마을을 함께 둘러보고, 벽제농협의 후원으로 조성된 마을 연못 정자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뜻 깊은 방문의 의의를 마음에 새겼다. 버스가 떠날 때에도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와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벽제농협의 후원으로 조성한 홍기촌 마을 정자에서 방문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자매결연 덕분에 민족적 자긍심 느껴

   벽제농협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홍기촌은 중국 길림성 안도현 만보진에 속한 조선족마을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중심도시인 연길에서 230km 떨어진 마을로서 90여 가구의 주민들이 대부분 쌀농사와 옥수수농사를 짓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그러나 120여 km거리에 있는 백두산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1995년도에 안도현 관광부로부터 조선족민속마을로 지정돼 공연장과 식당, 민속마당 등을 갖추고 관광객들을 맞기도 한다. 마을의 학생들은 만보진에 있는 중심소학교를 다니며 한족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한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중국의 개방과 발전의 바람과 더불어 조선족 마을들은 많은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었다. 홍기촌 역시 마을의 노동력을 가진 청장년층이 대도시로, 또는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간 까닭에 대부분 노년층과 아이들만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기촌은 여전히 조선족의 생활풍습과 민속문화를 모범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마을로 꼽힌다. 이렇듯 홍기촌이 조선족 마을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잘 유지하고 있던 데에는 벽제농협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이 권영경 홍기촌 노인회장의 생각이다.“벽제농협이 보여준 뜨거운 우정 덕분에 우리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조선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홍기촌 마을 연못 정자 입구에는 벽제농협과 홍기촌 마을의 자매결연을 기념하는 비석이 서 있다.

   힘들 때 가장 먼저 손 내밀어 준 사랑

   벽제농협과 홍기촌 마을이 인연을 맺은 건 1995년부터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관계를 맺은 초창기였던 시절, 농협중앙회의 원철희 회장과 중국의 농업부문 책임자가 만나 한국과 중국의 농촌경제 교류를 추진하는 자리에서 조선족 민속마을과의 자매결연을 논의했다. 그 결과 자매결연 당사자로 대한민국의 농협에서는 벽제농협이, 중국의 조선족 마을 중에서는 홍기촌 마을이 선정돼 1996년 8월 31일 역사적인 자매결연의 첫걸음을 뗐다. 이듬해에는 벽제농협의 김보연 조합장을 비롯한 26명의 방문단이 홍기촌을 찾아 연못 한가운데 정자를 준공하고 마을 입구에 ‘백두산 가는 길’이라고 적힌 전통 문을 건립했다. 교류는 꾸준히 이어졌다. 그동안 벽제농협에서는 매해 홍기촌 방문 사업을 펼쳐 이번까지 총 28회, 660여 명의 방문단이 홍기촌을 찾았다. 그때마다 크고 작은 지원과 장학사업을 아낌없이 펼쳤음은 물론이다.

   홍기촌 주민들은 벽제농협이 보여준 우정의 흔적 중 가장 고마웠던 일로 2010년의 기억을 꼽고 있다. 그 해 홍기촌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대규모의 수해를 입었는데, 벽제농협이 가장 먼저 구호의 손길을 건넸던 것이다. 벽제농협이 보낸 담요와 생필품, 그리고 조리기구와 가스버너가 도착했을 때 홍기촌 주민들은 너나 없이 눈물을 흘리며 먼 곳에서 날아 온 사랑의 마음을 받아들었다. 당시 긴급 구호사업을 지휘했던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 역시 그 때의 기억을 인상 깊게 회고했다.“홍기촌에 수해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뭐가 됐든 꼭 필요한 물건들을 제일 먼저 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나뿐 아니라 벽제농협의 모든 조합원들이 한마음이었습니다.”

   환경 변화 아랑곳없이 더욱 단단히 우정 다져

   벽제농협과 홍기촌 마을의 인연이 20여 년 동안 이어진 것은 시대의 변화와 조건의 변수를 뛰어넘는 민간외교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자매결연 관계가 초기에는 의욕적으로 시작되지만, 지도부의 교체 과정 등을 거치며 규모가 축소되거나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벽제농협과 홍기촌은 조합장도 마을 촌장도 몇 번씩 바뀌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자매결연 사업의 정신과 규모를 오히려 더욱 단단하게 계승해왔다. 의미와 성과만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방문과 교류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과 인간적인 정을 함께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초기부터 자매결연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며 사업의 정신과 의미를 오롯이 지켜낸 이승엽 조합장의 뚝심과 리더십도 큰 몫을 감당했다.

   자매결연 사업을 20년 동안 지속시킨 또 한 명의 숨은 일꾼도 있다. 홍기촌 마을 출신인 성순금씨다. 자매결연 당시 27세였던 성순금씨는 만보진의 소학교 교사였다. 그는 홍기촌 마을을 대표해서 자매결연 사업의 실무를 담당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친언니인 성순산씨와 함께 벽제농협과 홍기촌 마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성실하게 맡고 있다. 지금은 연길에서 생활하고 있는 성순금씨는 자매결연 사업에 대한 헌신적인 사명감과 함께 보다 폭넓은 바람도 전했다.“벽제농협과 홍기촌 마을의 우정이 대한민국과 조선족 사회, 나아가 북한의 동포들에게까지 알려져 우리 모두가 한 핏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으면 합니다.” 

  벽제농협과 홍기촌 마을의 가교 역할을 20년째 맡고 있는 성순금, 성순산씨(사진 왼쪽부터)

   벽제농협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홍기촌 마을과의 결연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승엽 벽제농협 조합장은 “홍기촌에서 자란 학생이 성실한 청년으로 성장해 한국을 찾아와 벽제농협에 인사를 왔을 때 정말 보람 있고 기뻤다”면서 “벽제농협의 작은 도움을 받고 자라난 홍기촌 마을의 학생들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꿈을 펼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북 3성의 역사 현장 두루 탐방

   한편 벽제농협 방문단 일행은 홍기촌 마을과의 자매결연 행사 일정과 더불어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을 아우르는 역사탐방을 가졌다. 요녕성의 여순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당한 여순감옥과 역사적인 재판이 열렸던 관동법원을 답사했고, 길림성의 용정에서는 일송정과 해란강을 둘러본 뒤 윤동주를 비롯한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대성중학교 교정을 찾기도 했다. 두만강 건너 북한땅이 건너다보이는 도문에서는 최근 내린 폭우로 수해를 입은 두만강변 마을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9월 2일에는 중국의 고속철도인 CRH를 타고 흑룡강성의 성도인 하얼빈으로 올라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역 현장을 둘러본 뒤 최근 조성된 731부대 기념관에 들러 일제의 잔악한 만행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도 했다.

  요녕성 여순감옥을 찾은 벽제농협 조합원들.

   4박5일 동안 국제선과 중국 국내선 비행기, 버스와 기차를 번갈아 타며 강행군이 이어졌지만, 평균연령 70이 넘는 고령의 조합원들은 탐방지 곳곳의 역사적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질서정연하면서도 즐거운 여정을 함께했다. 한 가지 아쉬움은 폭우 탓에 출입이 통제돼 백두산 천지를 '알현'하지 못한 것. 하지만 나머지 일정의 풍성함과 동행한 멤버들 간의 친밀함이 일말의 섭섭함을 덮고도 남았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승엽 조합장이 “백두산 천지는 다음번에 또 찾아오라는 의미로 우리를 돌려보냈나보다”라며 “내년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분 계시냐?”고 ‘선동’하자 너도 나도 환한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 4박5일간 이어진 벽제농협의 홍기촌 자매결연 20주년 기념행사와 동북3성 항일 역사현장 탐방은 박수와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고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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