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60세가 넘은 빅토르씨의 원래 집은 로씨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었다. 몇년전 중국 훈춘으로 려행왔던 그는 한눈에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이곳이 조용하고 물가도 비싸지 않다고 생각해 집을 구입했다. 이곳에 정착한 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 대도시를 려행했다. 이 또한 빅토르씨의 퇴직후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빅토르씨처럼 훈춘에 정착한 로씨야인들은 술집을 운영하기도 하고 려행사에서 가이드를 하기도 하며 학교 교사로 일하기도 한다.
중조로의 국경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훈춘은 이름만 들어도 봄기운이 완연한 도시다.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속하는 길림성 최동단 도시이자, 중국에서 유일하게 중국, 로씨야, 조선 3국이 만나는 국경의 창구도시이다. 로씨야와는 산을 경계로, 조선과는 강을 사이로, 일본과는 바다를 두고 마주해 있다.
장백산에서 발원한 두만강이 훈춘까지 쭉 뻗어와 동해로 류입되면서 훈춘은 력사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해상 실크로드” 도시였다. 성당(盛唐)시대에는 화물들이 이곳에서 출발해 동해를 거쳐 일본으로 향했다. 당시 훈춘은 극동의 유명한 상업도시로 배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매우 번화한 도시였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전략 구상을 추진하면서 훈춘은 로씨야, 조선과의 국경지대라는 지리적우세를 리용해 대외무역에서 또 한번의 “봄빛”을 머금게 됐다.
“훈춘의 지리적위치와 자원을 겨냥해 산동성 연태시에서 훈춘으로 회사를 이전했다”
연태다천훈춘수산식품유한공사 책임자는 “수산물 가공기업에게는 원자재가 가장 중요하다. 로씨야와 조선 해역은 수질이 좋고 수산품 품질도 우수하다. 특히 운송로선이 짧아 비용이 크게 줄었다. 로씨야는 대구 자원이 풍부하고 조선은 오징어가 많다. 3국 접경지역이라 운송도 편리하다. 가공이 끝난 오징어는 일본으로, 대구는 영국으로 각각 수출된다”고 했다.
현재 훈춘에는 연태다천훈춘수산식품유한공사처럼 해외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훈춘에서 가공한 다음 다시 해외로 판매하는 수산업 기업들이 많다. 목재가공기업과 의류방직기업, 에너지광산 및 비철금속기업, 상업무역물류기업들중에도 훈춘의 지리, 자원 등의 장점을 보고 훈춘에 자리잡은 곳이 많다.
훈춘시 대외선전판공실 관계자는 “현재 훈춘에는 대 로씨야, 조선의 국가급 륙지항구 4곳이 있다. 200킬로메터 반경안에는 자루비노, 울라지보스또크, 라진, 청진 등 로씨야와 조선의 우수한 항구 10곳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들어 훈춘은 물류인프라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씨야와 조선과는 도로와 철도로, 일본과 한국과는 바다로 련결했다. 고속도로, 철도, 해상 운송이 서로 련결되고 맞물리는 국제물류의 큰 틀을 형성했다”고 했다.
화물수송력을 높이기 위해 훈춘시는 “훈춘-로씨야 자루비노항-한국 부산”을 련결하는 철도해운 련계운송 정기로선을 개통했다. 이로써 화물수송력이 크게 강화됐다.
훈춘시 항무국 관계자는 “이 로선은 길림, 흑룡강 두 성과 한국 전역을 련결했고 중간 지점을 거쳐 미국과 유럽 각국의 운항로선과 련결된다”면서 “이는 길림성 최초로 해외 유명항구와 련결된 륙해련계운송항로”라고 말했다.
훈춘과 자루비노항은 정기철도로 운송하고 자루비노항에서 부산까지는 컨테이너 정기선으로 운송한다. 항로 개통 및 쌍방향 운송이 실현됨으로써 길림성과 동남아 그리고 유럽과 미국 지역을 잇는 물류의 기본 틀이 마련됐다.
훈춘시는 지리적 장점과 자원을 활용해 해산물가공 등 로동집약적인 산업을 시작으로 협력범위를 점점 확대해 나가며 조선과 특색이 뚜렷한 국경간 산업체계를 이루었다.
게다가 2015년 9월 20일, 장훈 도시간 고속철이 개통되면서 “동북의 제일 아름다운 고속철”이란 이름을 안게 되였고 훈춘을 찾는 관광객은 날로 증가하고있다. 올해 1-8월 훈춘시가 접대한 국내외 관광객은 연인원 172만명으로 동기대비 52% 증가했다. 고속철이 열리면서 훈춘은 세계와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고 세계 기업가들의 투자최적지로 주목받고있다.
새해 첫날, 날이 아직 밝기도 전에 훈춘에 위치한 방천풍경구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리고 훈춘의 방천풍경구와 조선의 두만강시, 로씨야의 하쌍시에서 동시에 폭죽이 터졌다. 오색찬란한 불꽃이 일렁이며 새벽 하늘을 수놓자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마음에도 불이 붙었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 새해의 첫 서광을 맞이한다.
함께 새해를 맞는 행사는 중국, 로씨야, 조선간 다국관광협력을 잘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훈춘시 려행부문은 다국관광의 컨텐츠가 점점 풍부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훈춘 현지인에게 로씨야와 조선 관광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뻐스역에는 해외직항 전용버스가 있어 몇시간이면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에 도착할수 있다. 조선에 가고 싶다면 일련의 수속을 밟으면 자가운전 려행도 할수 있다.
매일 새벽 로씨야에서 출발한 뻐스가 훈춘으로 온다. 뻐스에 탄 로씨야인들은 상점, 기차역, 중의약병원, 관광지, 술집 등 도시 각 곳으로 흩어진다. 해마다 년말년시가 되면 하루에도 수천여 명의 로씨야 관광객이 훈춘을 찾아 관광하고 쇼핑한다.
이제 “훈춘을 려행하고, 훈춘에 머물며, 훈춘에 뿌리를 내린다”는 말은 더 이상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훈춘거리를 다니면 어디서나 3개 국어로 쓰여진 간판을 볼수 있고, 작게는 10여평방메터의 상점, 크게는 전국 백화점 체인까지 어디서나 3국의 특산물을 볼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유럽식 거리엔 네온사인이 켜지고 로씨야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한국, 조선의 노래까지 섞이면서 훈춘의 매력은 더욱 짙어진다.
/두만강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