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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폭포’ 방망이로 ‘태평양’ 두드리니 ‘보리수’ 솟아나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11.21일 09:55
강혜라

  허동식시인의 시 3수를 안주해

  (흑룡강신문=하얼빈) 시가 시로 읽혀지는것은 시가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었기때문이고 울림이 있었기때문이며 보다는 시였기때문일것이다.

  소설도 수필도 아니고 하필 시를 보며 감동되였다는 독자는 적어도 그 글을 시로 읽었을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일반 글보다는 시로 감동을 획득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대과는 없을것이다.

  요는 시가 어떻게 시로 독자들한테 다가갈수 있었는가가 될것이다.

  시 ‘황과수폭포앞에서’를 읽어보면 폭포에 대한 낱말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자세히 따져보면 어느것 하나 폭포를 말하지 않은 구절도 없다. 1련의 ‘외마디 말씀을/그냥 곱씹고있는것’이 폭포를 말함이요 2련의 ‘흰 말씀’이 폭포이며 3련의 ‘허무속으로/수만년 흘러드는 말씀과 풍경’이 폭포를 지칭하는것이다. 시 완성도를 떠나서 일단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라 해야겠다. 이 시에서 시인은 폭포앞에 섰지만 폭포를 잠간 밀어버리고 순 시인의 상상세계 내지 내심세계를 그려보이고있다. 폭포를 두고 환경묘사를 하거나 인물의 성격을 그려보였더라면 소설의 한대목이 되였을것이고 그 폭포의 속성을 따져서 인간의 어떤 정신을 촉구했더라면 수필이 되였을지도 모르지만 시인은 폭포를 시로 휘갈겨버렸다. 그래서 시인것이다. 그래서 시인인것이다. 시는 그야말로 보이는것을 그리지 말고 보일것을 그려야 한다는 시의 기본자세를 확실하게 보여준 보기라 할수 있겠다.

  시 ‘태평양을 마주하고’에서 첫련만 보자. ‘미친듯한 푸름을 바라보면/한올의 해빛에도 시행이 튕겨오르던/한줄기 바람에도 꿈이 출렁거리던/과거가 소스라친다’ 넘실거리는 바다와 바다의 파도가 떠올려지지 않는가? 이렇게 바다라는 낱말이 아니더라도 독자들은 충분히 바다를 떠올릴수 있을법하다. 그리고 그런 시어보다 중요한것은 시를 시이게 만드는 소스라치는 과거가 될것이다. 바로 이 소스라치는 과거를 등장시킴으로써 시인은 시적인 상상세계를 마음껏 펼칠수 있는 멍석을 깔아둔 셈이다. 허무와 허상과 잃어버린 의미를 위한 멍석을 말이다. 이 시에서 마지막 련 내지 행에서 여운을 충분히 남겨주고있는데 그것은 시인이 독자들한테 안겨주는 보너스이다.

  시 ‘보리수나무를 쳐다보며’를 보자. 보리수 하면 얼핏 불교가 떠오른다. 불교적인 경건함으로 이 시를 읽어내려가면 느낌이 더욱 충만된다. ‘시간이 구축하는 다리’, ‘공간이라는 이야기’, ‘시간은 불타오른다’, ‘령혼의 추위와 무더위’... 시어들의 조합이 참신함을 넘어 상상의 저변확대로 치달아오른다. 독자들에게 충분히 무겁고 경건하고 불교스런 메시지를 던져주려는 의도였을것이다. 별스런 시어가 아님에도 그 선택으로, 그 조합으로 우리는 시인이 인도하는대로 끌려가고 빨려들어가게 된다. 시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대목이라 해야겠다.

  시의 내용을 떠나서, 시적기교를 떠나서 상기 시 3수가 독자들한테 보다 가까이 다가설수 있는 리유가 있다면 바로 시이기때문이며 좋은 시이기때문일것이다. 시를 아는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그 느낌을 이 3수의 시들은 파워풀하게 보여주고있기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폭포의 몽둥이에 얻어맞고 태평양의 아득함에 질리고 보리수의 경건함에 젖어보는 즐거움을 허시인의 3수의 시를 빌어 체험해보았다고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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