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ㅣ김가연 기자]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이하 내아모)'의 흥행 상승세가 무섭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국 280만 관객을 동원했고, 300만 관객 달성을 눈앞에 뒀다. '내아모'는 소리소문없이 극장가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 결과는 값지다.
이는 극장가에 첫사랑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400만 관객을 동원한 '건축학개론'의 기록을 5일 앞당긴 것이자 지난해 최고 화제작 '써니'의 관객 수 동원보다 19일이나 빠른 것이다. 또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보다도 8일이나 빠른 것으로, 윌 스미스가 까지 방한해 홍보한 '맨 인 블랙3'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다.
사실 '내아모'의 흥행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임수정과 류승룡, 이선균이라는 탄탄한 세 배우가 있었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가 엿보인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내아모'는 감동과 재미를 적절하게 섞었고, 기혼자 3~40대뿐만 아니라 1~20대 층까지 사로잡으며 흥행에 성공했다.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배우들의 눈부신 활약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정인 역을 맡은 임수정은 반전을 꾀했다. 청순하면서 여성스러운 매력을 버리고 7년 차 잔소리꾼 아내로 변신한 것. 남편 두현(이선균)이 먹는 것, 입는 것, 말하는 것까지 일일이 간섭하며 말을 늘어놓는 억척스러운 아줌마, 바로 그가 임수정이다.
임수정과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영악했다. 여배우이기에 예뻐 보여야 한다는 신조(?)를 버리지 않았던 민 감독은 임수정의 매력 포인트를 찾아냈고, 길고 가느다란 각선미를 살린 진짜 '하의 실종' 패션과 빛나는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투명 메이크업으로 또 다른 '여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물론 화려한 패션과 메이크업은 없었지만, 임수정 본연이 가진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표현하면서 '아줌마 여신'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선균과 류승룡도 제 몫을 다했다. 임수정의 '찌질이' 남편 두현을 연기한 이선균에게선 전매특허 '로맨스남'은 없었다. 정인의 말 한마디에 꼼짝 못했고, 아내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하며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면서도 아내가 직접 짜준 녹즙을 받아먹는 그런 남자였다. 그래서 두현은 결국 '세기의 카사노바' 성기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두현의 부탁을 받은 성기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이용해서 정인을 꼬인다. 그런 성기를 연기한 인물이 바로 류승룡이다. 류승룡은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 그동안 작품에서 남성성이 강한 역할을 했다. 짙은 이목구비와 덥수룩한 수염, 걸걸한 목소리까지 '상남자'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내아모'에서는 달랐다. 류승룡은 여전히 진한 수컷의 향기가 물씬 풍겼지만, 여성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진정한 카사노바였다. 류승룡은 스페인어와 불어 등은 배웠으며,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잡다하게 익혀 완벽한 세기의 카사노바로 변신했다.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내아모'의 성공 요인 중 또 하나는 여성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에 있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속 여자 주인공은 짜증을 내면서도 귀엽고, 울어도 예쁘고, 웃으면 더 예쁜 '천사표' 인물이 많았다. 이는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하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예쁘고 어린 20대 여배우들은 로맨틱 코미디만 찾았다.
하지만 '내아모'는 관점 자체를 온전히 바꿨다. 착하고 전형적인 여성성에서 탈피해 윽박지르고 걸걸한 주인공을 만들어내 여성들의 공감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관객층을 동요시켰다. 예쁜 여배우를 보러 간다는 남자 관객보다는 '나와 같은' 여자를 보러 간다는 공감대가 더 컸다. 소재 역시 장기 커플 혹은 부부라면 누구나 겪었을 만한, 커플이 아니어도 사랑을 해봤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소재로 엮어 만족도를 높였다.댄싱퀸',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러브픽션'과 '화차'까지 한국 영화 전성시대를 '내아모'가 잇고 있다. '어벤져스'와 '맨 인 블랙3'는 대작들의 공세 속에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아모'. 마지막 흥행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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