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군함도 포스터. 영화사 제공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군함도’가 일본 ‘넷우익(극우 성향 누리꾼)’들의 근거 없는 비난을 받자 한국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현장인 하시마섬(군함도)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핍박의 고통 끝에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역사물이다.
지난 1월 1분9초짜리 군함도 예고편이 공개되자 일본의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하시마는 당시 최고의 주거환경” “군함도는 인기 직장이었다” 등 막말과 조롱 글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에 대한 욕으로 게시판을 뒤덮는가 하면, “한국인들과는 진심 전쟁하는 거 밖에 없다”와 같은 도 넘은 발언도 있다.
일본의 극우 성향 언론들도 군함도를 깎아내리며 넷우익들의 주장을 거들었다. 지난 8일 산케이신문은 군함도에 실제 거주했던 주민들의 말을 인용하며 “지옥섬은 없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시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하기 위해 한국이 군함도를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내놨고, 이런 주장을 넷우익들이 적극적으로 퍼 날랐다. 일반 누리꾼들도 많이 활동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군함도와 한국을 비판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누리꾼들이 일본 넷우익들의 반응을 번역해 유투브 영상으로 만들었다. 인터넷 갈무리
한국 누리꾼들의 반발 여론도 거세다. 다른 나라 누리꾼들의 반응을 번역해 공유하고 있는 커뮤니티 ‘가생이닷컴’과 군함도 관련 기사 댓글 등에는 일본 넷우익을 향해 “근대사를 이상하게 배우니까 저러지”(충*****) “일본의 추악하고 잔인함이 알려질까봐 겁나는 듯”(후*****)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넷우익들의 ‘망언’ 중 일부를 발췌해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하고( ▶ 영상 바로가기 ), 직접 일본 커뮤니티를 찾아가 일본 누리꾼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역사물’을 둘러싼 한-일 누리꾼들의 갈등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임진왜란을 그린 ‘명량(2014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암살(2015년)’ ‘밀정(2016년)’ 등 한국에서 개봉하는 역사물들이 주로 넷우익들의 타깃이 됐다. 이들은 이런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근거 없는 비난을 해왔고, 보다 못한 한국 누리꾼들도 맞대응 해왔다. 최근에는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양국의 역사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역사물뿐 아니라 일본 영화·애니 등을 찾는 한국인들에게까지 일본 누리꾼들이 조롱을 퍼붓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한국서 흥행에 성공하자 일본 커뮤니티 등에는 “한국인들은 역사로 트집 잡는 와중에도 결국 일본 작품 찾는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18km 떨어진 섬으로, 이곳에 끌려간 조선인들은 해저 1000m, 섭씨 40도가 넘는 탄광 갱도에서 채굴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작성된 ‘하시마 탄광 강제동원 조선인 사망자 피해 실태 기초조사’에 따르면 약 800여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5년에는 일본이 군함도를 근대산업시설의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공분을 일으켰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