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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청마문학상당선작품 및 심사평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6.18일 10:11
겨울나무


황정인[도문]


살은 다 뜯기우고

가시뼈만 남은 물고기

온몸이 가야금선이다

바람따라 터져나오는 음향은

몸속에 맨돌던 의문부호를

내 뇌리에 가득 쌓아놓는다

육신을 괴롭히며

개구리들이 뛰여나온다

자기들 령지인 여름의 찬란함으로

정신을 흠뻑 물들이며

까만 폭포수를

내 마음에 쏟아붓는다

태양을 굴려오느라

공중에서 너울너울 춤추는 길들


[우수상]


나의 화음


리련화[연길]


내 몸에 화음이 심겨져있어요

으뜸 화음이 푸른 바람을 일구며

가끔 하늘로 둥둥 떠다니기도 하지요.

어떤 조(调)의 화음이

그 조의 바탕이 되는 음계,

고유(固有)한 음이 아닌 음을 가지고있을 때,

나의 호흡은 둥글게 부풀어 올라

절정의 꼭대기에서

즐거운 락하를 하고있어요.

그 신비한 랑만들도 그 비슷한 음률을

팽창의 한계점에서 확인하는 순간,

봄은 한기를 저만치 밀쳐내고 또다시

거대한 밑음(根音)을 수없이 상승시키죠

웅크린 내 몸 구석구석에서 전률되는 떨림

즐거운 나의 파도

아찔하게 탈선하고

깜쪽같이 사라진 보라빛 환상을 만나며

애당초 퇴적되여버린 회색빛 가슴

심장 가득 협화음은

손 뻗어 주옥들을 걷어내고있죠

예측에서 보기좋게 빗나간 생이 흐르고

몸 가득 화음을 채우고

이젠 소름 돋는 퍼포먼스를 만날테지요


길이 없다


김혁[소주]


내 마음에 길이 없다.

갈대만 무더기로 가을을 속절없이 울제

저 멀리 내 마음엔 길이 없었다.

손을 흔들지 마

바라보는 황혼조차 머리가 어지러워

나는 기다림 그 위에서

손끝으로 수면제만 만지작거렸다.

잠을 잃은 가을에

나는 사랑을 잃었다.

가을은 가고

너도 가고

네 기억조차 잡지 못하는 나는

기억의 골목길에서 가을비를 기다린다.

갈대가 추워한다.

나도 추워지고 싶다.

분명 길이 없는데

나는 길을 잃었다.


[신인상]


커 피


강동한[미국]


봄빛 알갱이

피와 살로 영글었음을

설한풍은 깨우쳐주어

눈속에서 삭히고

언바람에 일어낸

기다림들이

가랑잎 품속에서

샛별되어 뜬다

빛이 떠나던 날

얼어버린 혈맥들이

얼어버린 혈맥들이

앞서오는 바람결에

바다와 줄기지니

응어리들은 부풀어

삼페인 터뜨리고

봄칵테일 축제에

땅은 아지랑이 피고

만남은 알알이

숲을 이루어


아파트


한설매[한국]


검은 두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훑어보다

눈확을 뛰쳐나온 갈색눈동자들

땅에서 뒹굴다

길다란 라선형을 그리며

라선형들은 꾸물꾸물 일어서다

꽃뱀 안경사...

목표물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다

뱀들의 눈속으로 눈알들이 들어가다

노란 탐욕들이 꿈틀거리다

뱀들은 탐욕을 접어 허리에 두르고

흐물흐물 탈피를 하다

투명한 껍질들이 하늘을 껴안는다

하늘에서 녀인이 사쁜사쁜 걸어오다

검은 눈을 가진 녀인이

동자 없는 눈으로 세상을 빗질하다


[제2회청마문학상 심사평]

상상으로 부화시킨 화려한 다선구조

심예란

《제2회청마문학제 청마문학상》 공모는 두달동안 공모를 진행하였는데 시인과 시인지망생들이 도합 36명이 공모에 참여했습니다. 그들이 보낸 시는 도합 108수였습니다. 수십년을 시창작에 정진한 로시인들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금방 껍질을 깨고 나온 햇병아리같은 시 지망생들의 작품이 있었고. 연변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기타 동북 산재지구에서 온 작품도 있었고, 북경, 산동, 절강에서 보내온 작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땅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한국과 미국에서 생활하는 조선족의 작품도 있었습니다.

참신한 이미지, 신선한 언어 및 다선구조라는 세가지 조건을 자대로 평심위원들은 작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시에 번호를 단 시편들을 열독하면서 초심, 복심, 종심 세개 단계로 나누여 평심하였습니다. 초심에서 어렵지 않게 황정인의 《겨울나무》, 리련화의 《나의 화음》, 김혁의 《길이 없다》, 한설매의 《아파트》, 강동한의 《커피》, 정두민의《봄》, 윤동길의《고사리》 이렇게 7수의 시가 올라 왔습니다. 변형이 아무리 잘 된 시라 하더라도 단선구조로 된 시는 아예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복심에서 정두민의《봄》과 윤동길의《고사리》는 변용에서 탈관념이 미숙하였고 다른 시에 비하여 이미지화폭이 넓지 못하다는 평이 있어 아쉽게 탈락되였습니다.

강동한의 《커피》는 시간과 장소의 서열에서 해방되여 시공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마술같은 언어로 독자로 하여금 저도 몰래 시행을 따라가게 하는 매력을 보여 주었지만 마지막 끝까지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는 평이였습니다.

한설매의 《아파트》는 아파트를 탐욕을 허리에 두른 꽃뱀 - 안경사가 땅에서 꾸물거리며 일어난다는 기발한 표현이 충격적이였습니다. 아빠트란 이 움직이지 않는 물체속에 시인이 창조한 캐릭터 꽃뱀을 등장시켜 동영상처럼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여주어 새로운 감각과 상상을 창출하였습니다. 탈관념을 기본 조건으로 하는 분리와 합성의 수법을 조금만 가첨해주었더라면 더 훌륭하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리련화의《나의 화음》은 화음이라는 사물의 세계속으로 들어가 무의식의 넓은 공간에서 련속적인것에서 불련속적인 가상 세계를 만나 마치 물아일체의 디지털 화면을 보는것처럼 순간포착의 이미지 세계를 펼친 놀라운 작품이였습니다. 다만 그 이미지 그림이 좀 더 선명하였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로련한 필체로 디지털화면을 마음대로 움직여 준 작가의 무궁한 저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였습니다.

김혁의《길이 없다》는 탈관념에서 파편문체로 된것이 특징인데 시에 작가의 주관의지를 부여하려는것이 조금 엿보여 순수시의 맛을 떨어뜨린 점이 아쉬웠습니다.

황정인의《겨울나무》는 첫행부터 변용으로 뚜껑을 열었습니다. 겨울나무를 가시뼈만 남은 물고기 – 가야금선 – 음향 – 의문부호 – 개구리 - 까만 폭포 - 태양을 굴려오는 춤추는 길, 이런 자유로운 상상으로 시를 경의롭게 끌고내려가면서 《겨울나무》의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하였습니다. 새로 부각된 겨울나무의 이미지는 겨울나무란 현실이 현실자체가 아니고 탈사물화된 가상현실일 겁니다. 또 겨울나무가 여러가지 사물로 변형되면서 뛰여난 상상으로 다선구조를 부화시킴으로써 제6감으로만 느낄수 있는 화려한 무아세계를 펼치는듯 합니다. 또 부화된 다선구조는 시각적으로 볼때 성질이 다른 이미지로 분리되여 있지만 시의 내면은 생명의 본능이란 고리로 서로 련결되여 있기 때문에 합성과 분리가 공존하는 집합적결합으로 된 디지털 시로도 볼수 있습니다. 즉 의미보다는 감각과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더 중심을 두었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끝까지 평심들의 손에서 쉽게 결정할수 없었던 작품은 황정인의 《겨울나무》와 리련화의 《나의 화음》이였는데 7명 평심들의 투표로 황정인의 《겨울나무》가 제2회 청마문학상 대상으로 선정되였고, 리련화의 《나의 화음》과 김혁의 《길이 없다》가 우수작으로 선정되였고, 강동한의 《커피》와 한설매의 《아파트》가 신인상으로 선정되였습니다.

제2회 청마문학상 작품을 선정하면서 평심들은 상상외로 이번에 공모된 작품들의 높은 수준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당선작들이 확실하게 연변시단에서 새로운 풍경을 이루었다고 보았습니다. 당선되지 못한 103수의 시 가운데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는바 앞으로 청마문학상을 활무대로 연변시단의 새로운 흥성을 기대해 봅니다.

당선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2년 6월 10일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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