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스페인은 흑과 백, 낮과 밤처럼 양극단으로 대비되는 두 얼굴을 가진 나라다. 스페인 대표팀은 세계 최고라는 극찬을 받거나 세계 최악의 팀이라는 혹평을 받는다. 이런 관점은 대단한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스페인이 유로 대회에서 매 경기를 3-0으로 격파하며 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정도다.
“우린 굉장히 빠르게 가난에서 빠져나와 부자가 됐다. 그런데 그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델보스케가 크로아티아를 1-0으로 꺾고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남긴 말은 그의 감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그가 남긴 말에는 일군의 실망감과 고뇌가 담겨 있다.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비난 물결과 언론이 표출하고 있는 비관주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008년 6월 역사상 두 번째 유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스페인은 34차례 공식 경기에서 막강한 성적을 기록했다. 31차례 승리를 거뒀고 1번 비겼으며(유로2012 첫 경기였던 이탈리아전), 2번(컨페더레이션스컵 미국전, 남아공월드컵 스위스전) 밖에 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페인 대표팀을 향해 엄청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스페인이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경기 도중 몇몇 순간에 축구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겪었던 것도 분명하다. 몇몇 선수들은 꽤 지쳤다. 게다가 비록 스페인이 늘 이겨오긴 했지만 무승부 만으로도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요소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종종 우리는 공격을 해야 하는지 수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제라르 피케가 말했다.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게 패한 뒤에도 이미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델보스케는 크로아티아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를 본보기로 삼았다.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이상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에 대한 그의 확신을 재차 말했다. “우리는 안정적인 팀이다. 8강에 올랐고,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세계 챔피언이 되면서 스페인은 매 경기 가슴에 빛나는 별을 달고 나서는 특권을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때부터 눈부신 플레이를 펼치거나 큰 차이를 내지 못할 경우 스페인 유니폼은 비판의 혀놀림에 난도질 당한다.
역사적으로 스페인 대표팀은 경쟁하는 법을 몰랐다. 조금만 팀의 수준이 떨어져도 곧바로 탈락해버리곤 했다. 그리고 영악한 방식으로 승리를 만들어온 이탈리아 같은 나라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탈리아는 스페인과는 정반대의 스타일로 축구를 한다. 하지만 스페인을 상대할 때마다 강한 경쟁력과 승리 유전자를 선보여왔다.
이제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 스페인은 8강에 올랐고, 스페인의 실력을 의심할만한 이유는 많지 않다. 델보스케는 의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비판에 겁먹는 사람도 아니다. 스페인은 조별리그의 경기 양상을 반영해 8강전부터는 조금의 변화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유일한 물음표는 아마 스페인이 계속해서 ‘제로톱 전술’을 가동할지, 아니면 토레스와 같은 순수한 공격수를 투입할지에 대한 문제 일 것이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3경기에서 모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확고 부동한 주전 자리를 장담할 만한 충분한 공을 세웠다. 델보스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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