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폴란드 야당 연합을 주축으로 한 수만명의 시위대는 6일(현지시간) 수도인 바르샤바에 모여 민주주의를 배척하고 유럽연합(EU)에서 멀어지려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자유의 행진’이라는 깃발 아래 모인 시위대는 이날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킬 것’, ‘유럽의 폴란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하며 정부에 헌법 준수를 촉구했다.
이날 시위는 중도성향의 제1야당인 ‘시민연단(Civic Platform)’에 대한 지지율이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벌어졌다. 여론조사업체 칸타밀워드브라운이 지난 달 말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민연단에 대한 지지율은 31%로 법과정의당의 29%를 상회했다. 법과정의당 지지율이 야당에 추월당한 것은 지난 2015년 총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선거 구호를 인용해 ‘법과정의당을 다시 작게(Make Law & Justice Small Again)’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 야구모자를 쓰고 행진을 벌였다.
폴란드 국민들은 법과정의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민주주의 억압에 반대해 수많은 반정부 시위를 벌여 왔다. EU도 지난 해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폴란드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정치인들에게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 헌법재판소와 언론을 직접 통제하며 이를 거부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3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연임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폴란드 정부의 주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렸고 반정부 투쟁을 유도해 정부를 뒤엎으려 했다”며 반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내년 독립 100주년을 맞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한 상태이며, 법과정의당은 교육개혁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폴란드 국민들은 헌법 개정이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하고, 새로운 교육정책이 학생들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보수적인 시각을 심어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정부의 비민주적인 조치가 EU 내에서 폴란드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정부가 유럽 주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EU 탈퇴를 모색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그레체고로츠 쉐티나 시민연단 대표는 이날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독재 통치를 비난하며 야당의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분열되선 안된다”면서 “다음 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하면 그 어느 누구도 헌법을 바꿀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대표는 “폴란드에는 자유가 존재하며 우리는 이를 보장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행진할 수 있고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다”면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이러한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9만명의 시민이 참가했다고 보도했으나, 바르샤바 경찰청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