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따르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모바일로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을 처음 열었고 한때 표준처럼 자리잡았지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강력한 공세에 한 순간에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윈도우도 기본부터 싹 뜯어고치고 속도와 인터페이스 등을 고쳐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갖고 있는 장점보다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무료 문자 메시지, 특히 카카오톡이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아 왔다. 그러던 윈도우폰 마켓플레이스에 카카오톡 외에 네이버의 라인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메신저 가뭄이 단번에 해소되었다. 윈도우폰의 터주대감 메신저 왓츠앱과 더불어 3가지 메신저를 살펴본다.

네이버 라인

네이버의 라인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인기 있는 메신저다. 다소 늦었지만 6월 11일 윈도우폰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됐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이야 사실 어떤 앱이든 같지만 속도와 재미가 인기를 가름짓는 기준이 된다.

라인의 핵심 콘텐츠 네이버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스티커의 재미는 여전하다. 하지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무료 스티커 외에 추가로 판매하는 스티커는 아직 구입할 수 없다.

사진, 동영상, 음성 메시지와 위치 정보를 보낼 수 있다. 그 대신 음성 통화 기능은 빠졌다.

카카오톡

장안의 화제 카카오톡이 긴 기다림 뒤에 6월20일 드디어 윈도우폰용으로 공개됐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겁나 빠른 황소’ 엔진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이로서 카카오톡은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블랙베리에 이어 윈도우폰까지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게 됐다.

사진, 동영상, 음성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윈도우폰용 카카오톡에는 다른 단말기에서 볼 수 없는 ‘손그림 그리기’가 더해져 간단한 그림 메모를 전송할 수 있다. 물론 손그림은 어떤 단말기에서도 받아볼 수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보이스톡은 빠졌고 카카오톡의 주요 수익모델인 선물하기와 플러스친구 기능도 들어가지 않았다.

왓츠앱 메신저

이 역시 윈도우와 블랙베리 등 거의 모든 플랫폼에 제공되고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메신저 응용프로그램(앱)이다. 윈도우폰 뿐 아니라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초기부터 함께했지만 상대적으로 카카오톡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요즘에는 깔아 쓰는 이들이 적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탄탄해서 사진, 동영상, 음성 메모와 연락처, 그리고 위치 정보까지 공유할 수 있다. 왓츠앱 메신저는 아이폰에서는 0.99달러에 판매하지만 윈도우폰을 비롯해 안드로이드, 블랙베리에는 모두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든 플랫폼에 무료로 배포되는 앱들에 1등 자리를 내주었다.

셋 다 쏙 빼닮았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두 메신저 프로그램은 모두 출시 당시 윈도우의 메트로 UI를 강조했는데 묘하게도 두 메신저의 메뉴 구조는 상당히 닮아 있다. 윈도우폰 초기부터 있던 왓츠앱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이는 윈도우폰의 개발 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메트로 UI의 앱은 대부분 닮아 있다. 공교롭게도 닮아 있는 것은 디자인 뿐이 아니다. 애초 이 두 앱을 두고 비교를 하려고 했지만 차이점 보다는 닮은점이 더 많다.

기본적인 윈도우의 환경에 녹아 있어 일단은 쓰기 쉽다. 메트로 UI는 펼쳐서 보면 가로로 긴 판에 여러 가지 메뉴들을 펼쳐둔 모양새다. 옆으로 밀어넘기면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 알기에 직관적이다. 또한 이 앱들의 경우 윈도우폰 기본 메시지 화면과 닮아 있어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간결하다.

매번 다시 실행?

윈도우폰7.5 운영체제는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이 원활하지만 그만큼 메모리 관리도 철저한 편이다. 특별히 앱을 종료하는 과정이 없다는 점은 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계속 열려있었으면 하는 앱이 닫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메신저 앱 모두 겪는 고충이다.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상관없지만 10분 정도 스마트폰을 꺼두었다가 메시지가 도착하거나 새 메시지를 보내려고 앱을 열면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된다. 1~2초 남짓한 시간 안에 열리기는 하지만 어딘가 살짝 거슬리는 부분이다.

음성 통화, 앱내부결제 빠져

두 메신저 모두 요즘 논란의 중심인 mVoIP를 이용한 음성 통화는 빠져 있다. 각 메신저 개발사들은 추후에 무료 통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기능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현재 윈도우폰 앱 마켓 플레이스에서 mVoIP를 통한 무료 음성 통화 기능을 가진 스카이프 뿐이다. 바로 이 스카이프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바 있고 윈도우폰8에는 기본 애플리케이션으로 포함된다. 이 때문에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라인의 스티커가 빠진 것은 아직 윈도우폰에 앱내부결제(IAP) 기능이 없어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는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콘텐츠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윈도우폰에는 8버전부터 들어갈 계획이다. 이후 업데이트에서는 우선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커뮤니케이션에 충실, 윈도우폰에 단비

무엇보다 카카오톡과 라인의 등장으로 윈도우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메신저 때문에 단절되고 있던 부분이 해소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속도도 지체 없이 빠르다. 운영체제 자체가 깔끔하고 빠릿빠릿한 윈도우폰에는 어찌 보면 몇몇 기능들이 빠지면서 더 간결해졌다는 것이 묘하게 장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은 메신저 앱들이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지난 주 발표한 윈도우폰 8의 경우 앱 내 구입이라든가 지도가 확충되는 만큼 하반기 새 윈도우폰이 등장하면 각 메신저들의 개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 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