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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합숙소'에서 대체 무슨 일?

[기타] | 발행시간: 2012.07.02일 04:43

"앞 줄 XX번. 자꾸 연습 게을리 하고 안무가 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맨 끝으로 보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여러분 개개인도 마찬가지지만 전체 군무도 흐트러지잖아요. 집중해요, 집중!"

장마비가 온 종일 내린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체육관 강당. 2012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 무대 참가자 54명이 합숙 교육을 받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안무 연습을 위해 모인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몸을 풀었다. 자리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볍게 실내 체육관을 뛰며 몸을 푸는 참가자, 전날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 안무연습에 지쳐 동료와 등을 맞대고 쪽잠을 자는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2주간 참가자 54명의 무대 안무와 연출을 맡아 이들과 50시간 이상 안무를 짜 온 채현원(31) 무대총감독은 "미스코리아 후보자들이 힘든 가운데서도 참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봤다. 하지만 음악이 흐르자 어느새 '호랑이 감독'으로 변했다. 채 감독은 "개인 차이가 있어서 부족한 참가자들에게는 최대한 지적을 하는 편"이라며 "실력이 늘지 않으면 맨 뒤쪽으로 보낼 거라고 으름장도 놓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무대를 완벽하게 만들려면 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영화 드림걸즈의 삽입곡'드림걸즈'와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 등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맞춰 안무 연습을 진행했다. 6일 본선무대에서 선보일 뮤지컬 프로그램이다. 미국 지역 예선을 통과해 올라온 한 참가자(23)는 "1부 무대에서 보여줄 드림걸즈 안무는 동선이 어려워 힘이 들지만, 2부에서 보여줄 케이팝(k-pop) 안무는 신나고 흥겹다"며 웃었다. 하지만 춤을 거의 춰보지 못했다는 한 참가자(24)는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평소에 배워둘걸 그랬다"며 속상해 했다.

2시간 가량 연습을 마친 참가자들은 두 대의 버스에 나눠 타 숙소가 있는 제주 스프링데일 리조트로 향했다. 체육관에서 보여준 활기찬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눈 붙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겉보기와 달리 체력소모가 심한 모양이다.

숙소로 돌아온 참가자들에게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합숙기간에 외부와 철저히 떨어져 지내야 하는 참가자들의 가족들 면회 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2주 만에 딸을 만나러 왔다는 서명석(57)씨는 힘든 합숙 교육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있는 딸이 안 돼 보였는지 "어려서 남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사회 활동에 열심인 딸이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1남 1녀 중 막내인 딸이 초등학교 시절에 사정 상 캐나다로 이민을 갈 수밖에 없었다는 서씨는 "지역 예선을 통과할 땐 잘 커준 딸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다 났다"며 대견스러워했다.

서울에서 온 윤태섭(55)씨는 "고교와 대학을 미국에서 홀로 공부할 때도 잘 할 거라고 생각해 찾아 가 보지 않았지만 대회가 대회이다 보니 긴장과 경쟁을 견뎌내고 있는 딸을 직접 응원 해주고 싶었다"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가족 면회의 와중에 합숙 교육의 보안과 경호를 맡고 있는 7명의 경호원들이 분주히 가족 사이를 오갔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 미용업체와의 접촉을 철저히 막는 게 주최측의 방침. 몇 년 전 가족을 사칭한 한 미용관계자가 들어와 참가자에서 개인 시술을 해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어 더 만전을 기하고자 함이다. 주재훈 합숙총괄팀장은 "그 사건 이후 아무리 가족 면회라 할 지라도 제한된 공간 안에서 경호원들이 감시 아래 면회가 허락된다"고 전했다. 이날도 한 참가자를 찾아 온 가족이 그의 머리를 살며시 만진 것을 두고 경호원이 급히 제지를 하기도 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가족들은 떠나 보낸 참가자들이 아쉬움에 풀이 죽어 있을 쯤 또 다른 손님들이 숙소를 찾았다. 2011 미스코리아 수상자 6명이 이날 오후 후배들의 고민 상담을 위해 합숙 현장에 나타났다. 54명의 후배들에게 환영의 박수를 받은 전년도 미스코리아 진(眞) 이성혜(24)씨와 선(善) 김혜선(26), 김이슬(22)씨 그리고 미(美) 수상자 남미연(20), 김수정(19), 이세미나(25)씨는 이구동성으로 "다시 합숙 교육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가 후배들의 장난 어린 원성을 사기도 했다.

2시간 동안의 대화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선배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한 참가자는 혹시 중요한 정보를 놓칠까 수첩을 꺼내 꼼꼼히 기록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22)가 "합숙 땐 자기 시간이 없는데 본선 평가항목인 인터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하자 김이슬씨는 "합숙 때 원만하게 친목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뷰 준비만큼은 친구들 몰래 화장실이나 방에서 혼자 준비하기도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수상 이후 미스코리아로서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하는 참가자도 많았다. '꼭 연예인을 해야 하나' '20대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하나'등의 질문을 받은 이성혜씨는 진지하게 후배들의 걱정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삶 전체가 바뀔 수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어요. 하루 아침에 미스코리아가 되면 사실 멘탈에 이상이 오기도 해요. 그런 순간이 올 때는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나는 누구였고, 어떤 삶을 살고 싶어했다'는 걸. 미스코리아가 됐다고 해서 본인만의 개성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늘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미의 경연에 참가한 미스코리아 후보자들은 선배들의 진심 어린 격려에 다시 힘을 내는 모습이었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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