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마트폰 판매가가 해외 주요 국가들보다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해외 구매자보다 2배 이상 돈을 내야 하는 등 홀대를 받고 있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9일 '이동통신 시장 단말기 가격형성 구조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애플 아이폰4S(32GB)의 판매가는 한국에서 81만1,000원이었으나 한국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평균 57만9,000원이었다. 한국에서 23만2,000원이나 비싸게 파는 것이다.
KISDI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1개 주요 나라의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일본(86만4,000원)이 가장 비쌌다. 한국과 이탈리아(80만2,000원), 스웨덴(78만1,000원)이 뒤를 이었다. 가격이 가장 싼 곳은 영국(28만8,000원)이고 그 외에 캐나다(30만6,000원), 미국(35만원), 독일(51만8,000원)이 비교적 낮은 가격대에 팔리고 있었다.
국내 스마트폰 판매가가 해외보다 비싼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2도 마찬가지였다. 갤럭시S2의 판국 판매가격은 73만7,000원으로 해외 평균인 39만9,000원보다 33만8,000원이 비쌌다. 중저가형 제품을 생산하는 HTC '센세이션'도 국내 가격은 70만원으로 해외 평균 32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보고서는 국내 스마트폰의 판매가가 해외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스마트폰 기기가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 위주로 유통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스마트폰의 가격은 삼성이나 애플 등 제조업자가 이통사 등 1차 유통업자에게 공급할 때의 가격인 출고가와 이통사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실제 소비자가격인 판매가로 나뉜다.
이번 조사는 국가별로 가입자 수 1위 이동통신사가 공개한 온라인 가격을 통해 출고가와 판매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34요금제, 44요금제, 54요금제, 64요금제의 평균 가격을 산정했다.
KISDI 연구원은 "통신사 위주의 단말기 유통 구조는 다양한 유통망이 존재하는 시장에 비해 경쟁이 제한될 수 있고, 판매가격경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에게 공급되는 출고가격이 비슷함에도 유통망에서의 경쟁이 제한되면서 최종 소비자가 지급해야 하는 가격은 높게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폰4S(32GB)의 한국 출고가는 94만6,600원으로 해외 평균(104만3,431원)보다 저렴했고, 갤럭시S2와 센세이션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이용약관상에 명시된 약정 보조금 외에도 다양한 약정 외에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며 "온라인상 단말기 가격은 실제 이용자에게 판매되는 가격보다 과대평가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