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 강효삼
북방의 여름은 어디가나 록색의 옷을 입고
한껏 자신의 몸뚱이를 부풀린다
다이어트가 필요없는 북방의 여름
더 많이 살 쪄서
이글거리는 태양 하나씩을 움켜쥐거라
그러면 나 또한 풍만한 네가 좋아
굽이치는 싱싱한 젊음의 혈기,
푸르싱싱한 여름의 자궁속으로
내 시상의 깊이를 육박하련다.
나는 안다, 다 같은 여름이지만
북방의 여름이 더욱 싱싱한것은
깊디깊은 설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진눈까비 눅눅한 진창에 뒹굴면서도
다시 일떠서 끝내 오늘에 이른때문이니
자연과 가꿈이 한데 어울려
태양과 대지사이 가장 풍성한 걸작으로
거듭나는 북방의 여름이여, 너는 벌써부터
푸짐한 가을잔치상을 예고하고있구나.
진달래 피는 마을
여기 한 작은 마을이 누워있다.
산을 베고 비스듬이 언덕에 기댄 마을
얼핏보면 여늬 마을과 다를바없지만
저 마을은 알쭌 조선족들만 모여사는 겨레마을
조선족마을을 마을답게 지키려는 모지름
산에 무성한 수림들이 받아 외우고
조선족으로 살려는 애 나는 눈물
마을앞 강물이 안아 찌운다
그냥 겨레로 살고싶은 열망 가을이면
추녀밑 고추타래로 빨갛게 타고있구나
뒤산엔 오랜세월에도 물러앉지 않는
할배 할매들의 무덤이 있고
앞벌엔 마을의 의지를 돌로 깍아세운
'조선족마을'이란 촌명이 서 있다
불어오는 온갖 역풍 가슴으로 막아
이 작은 마을을 지키는 보초군
허거늘 해와 달 별들이여
여늬 곳보다 더 넉넉한 해살 여기에 보내주라
그리고 밤이면 외롭지 않게 별들이여
미소어린 슴벅거림의 대화 더 많이 나누거라
비 바람 눈보라 속에도
마을엔 사철피는 진달래가 있다
산에 가서
산에 가서 산을 돌면서
인생을 바르게 사는 법 배웠네
산들은 높고 낮고 들쑹날쑹
아무리 굴곡지고 경사지였다 해도
산에 자라는 나무들 모두가 똑바로 서 있네
세상이야 어떠하든 세월이야 어떠하든
곧고 바르게 사는것 모두가 자신에게 달렸다고.
빨간 '신호등'
추억이라 하여 죄다 아름다운것만은 아니다
사람이면서도 때론 사람같이 살지 못한 날들이
갑자기 수면우에 떠오른 부표인듯
내 마음 한복판에 떠올라 나를 괴롭힐 때면
나는 마치 불가마앞에 서 있는듯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나의 얼굴 그대로가
하나의 빨간 신호등이 된다
마음에 푸른등이 바뀔 때까지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어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