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이세돌-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을 신호탄으로 인공지능 바둑이 인간의 바둑을 뛰어넘은 지는 제법 됐다. 인공지능 바둑의 발전 속도는 놀라워서 날이 갈수록 인간과의 실력 차이를 넓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는 얼마쯤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졌다.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의 이벤트로 마련된 '보스배(博思杯) 인간 vs 인공 바둑대전'이다.
30일 중국 푸저우 동호신세계호텔에서 열린 대결에는 제2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4강에 오른 선수들이 2019 세계인공지능바둑대회를 우승한 골락시(싱천ㆍ星陣)와 대결했다. 중국의 AI바둑 골락시(Golaxy)는 칭화대가 처음 만든 후 다른 팀에서 인수해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치수는 프로기사가 두점을 먼저 놓고 두는 접바둑. 인공지능 바둑의 종류도 많고, 또 시험 삼아 비공식적으로 접바둑 대국이 흔히 이뤄지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네 판 모두 이른 기시부터 인간이 밀리는 양상을 띠었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초읽기는 1분 5회로 진행했다. 오청원배와 같은 규정이다. 프로기사는 이기면 10만위안(약 1700만원)을, 지면 1만위안(약 170만원)을 받는다.
대결에 나선 프로기사는 한국의 조승아 2단을 비롯해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 왕천싱 5단, 리허 5단. 4강에는 최정 9단이 올랐지만 어젯밤 1시가 넘어 출전하기 어려운 몸 상태라고 알려왔고, 오늘 아침에 연락이 닿은 조승아 2단으로 대체됐다. 최정 9단은 며칠 전부터 배탈로 고생하고 있다.
관심을 모은 대국의 결과는 골락시가 4전 전승을 거뒀다. 조승아 2단이 121수 만에 불계패를, 리허 5단이 290수 만에 1집패를, 왕천싱 5단이 271수 만에 1집패를, 루이나이웨이 9단이 불계패를 했다.
조승아 2단은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진 것이 가장 아쉽다"면서 "골락시가 하변의 눈목자 행마 등 예상치 못한 수들을 많이 두어 와서 당황스러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