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할빈) 코로나19로 한국의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탈로 노동력의 한 축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국 매일신문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경산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경산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이탈하는 바람에 빈 일손을 메우느라 애를 먹고 있다. 최근까지 중국,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일을 그만뒀는데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업 공간을 조정하고 숙소 방역에도 신경을 썼으나 코로나19가 무섭다고 나가버렸다"면서 "특히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재입국 허용 방침을 밝힌 뒤 이들 사이에 '이번 기회에 고향에 갔다 오자'는 심리가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의존도가 높은 중소 및 소규모 기업, 건설현장 등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인력수급 대책 없이는 산업 기반이 깨질 수 있다"며 불안감에 싸여 있다.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철근, 콘크리트 부문을 담당하는 A사 대표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져나간 뒤 "인천, 울산 등에 있는 외국인 전문인력사무소에 인력을 보내달라고 했으나 가용인원이 없고, 특히 대구는 다들 꺼린다는 답을 들었다"며 "추가 인력이 이탈하면 대체 인력을 구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13일 지역 건설업체 50곳을 대상으로 한 2분기 기업경기전망(BSI) 조사에서 '인력수급사정'부문은 68로 전분기(76)보다 8포인트나 하락했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과 젊은 인력 보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탈 근로자들은 대다수가 불법체류자로 이들은 내국인이 꺼리는 '위험'한 일을 오랫동안 해온 숙련공들이어서 인력 손실이 크고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힘'을 쓸 젊은 일손이 사라진 것도 업체로서는 부담이다.
대구염색산업단지 내 한 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담당했던 포장, 출고 작업 등은 힘이 많이 들어 나이 많은 내국인 근로자들이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탈 현장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진출국 신고건수는 2월 첫째 주 1천135명, 둘째 주 1천82명, 셋째 주 1천191명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진 넷째 주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5천435명으로 늘었고 3월 첫째 주에는 7천515명으로까지 늘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자진출국 신고 건수도 1월 611명에서 2월에는 1천143명으로 늘었고 3월 29일 현재 1천9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규 유입은 크게 감소했다. 한국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1월과 2월 방문취업(H-2) 비자를 통한 외국인 입국은 3만4천96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27.1% 감소했다. 비전문취업(E-9) 비자를 통한 외국인 입국도 2만8천247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2% 감소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성실근로자 재입국특례'로 입국하기로 했던 외국인 근로자의 취소 사례도 늘어 3월부터는 주당 4, 5명씩 발생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년간 일을 잘했던 인력이라 고용주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내 일손 공급을 해 왔던 주요 나라의 항공편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인력 수급의 길 자체가 막혀버린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몽골, 라오스, 우즈베키스탄에서 비전문취업비자(E-9)로 들어오는 근로자들은 4월까지 입국예정이 없다.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한 업체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