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대부분의 시간을 땅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지낸다. 성충이 된 수컷 매미는 열심히 노래를 불러 암컷 매미에게 사랑의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인간의 시간으로 1~3주, 매미의 일생에서 사랑을 나누기 위한 시간은 너무나 짧다. 그렇다고 24시간 내내 울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 도시는 밤에 매미 우는 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한다. 만약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매미는 어디로 갈가?
수컷 매미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울지만 다른 수컷을 경고하거나 천적을 교란하기 위해서도 운다. 붙잡혔을 때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암컷 매미는 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아 울지 못한다.
수컷 매미의 날개를 들추면 가슴과 배 사이에 갈비대처럼 볼록볼록 튀여나온 진동막을 볼 수 있다. 진동막은 V자 모양으로 생긴 근육과 련결돼있다. 이 근육이 수축하면 진동막이 휘면서 딸깍 소리를 내고 근육이 이완할 때 진동막이 펴지면서 다시한번 딸깍 소리를 낸다. 진동막이 한번 휠 때 발생하는 소리의 압력은 수류탄이 1메터 거리에서 터질 때의 압력과 같다. 매미는 1초에 무려 300~400번이나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수컷 매미의 배속은 거의 비여있는데 이 빈 곳을 리용해서 소리를 20배로 키울 수 있다. 매미의 몸집이 클수록 음량도 커진다.
매미가 울기 위한 조건으로 ‘체온’이 있다. 너무 추운 날에는 근육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 듯이 매미도 발음근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일정한 체온에 도달해야 소리를 낼 수 있다. 매미의 몸이 따뜻할수록 큰소리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맑고 더운 날에 매미가 울 확률이 높아진다.
같은 맥락으로 비가 오는 날에는 매미가 잘 울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거나 거의 그칠 무렵에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질 때는 매미도 울음을 멈춘다. 습도가 높거나 어두워서가 아니라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중이라도 기온이 높다면 매미는 울수 있다. 만약 폭우 속에서도 힘차게 우는 매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저 매미는 정말로 간절하구나.’ 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매미는 종마다 다른 언어를 갖고 있다. 참매미는 새벽부터 울기 시작해서 아침에 최대를 이루고, 말매미는 오후에 가장 많이 운다. 한밤중에는 두종이 모두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매미세계의 규칙과 질서가 깨지고 있다. 바로 인간이 야기한 빛공해와 온난화 때문이다. 빛에 민감한 참매미는 야간 조명 때문에 밤에도 울고 있다. 말매미는 온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인데 열대야가 있는 밤에는 말매미가 울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시끄러운 곳에서 목소리가 커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매미도 주변이 시끄러우면 더 크게 우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조명이 꺼지지 않는 무더운 도시의 밤에 한마리의 말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다른 말매미와 참매미가 자극을 받아 더 크게 울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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