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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교단을 떠나는 그날까지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8.16일 15:18
《따르릉- 따르릉-》

설날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들리는 전화벨소리에 선잠을 깬 나는 짜증스레 송수화기를 들었다.

《선생님, 새해를 축하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반가운 인사에 방금까지 나던 짜증은 어느새 사라지고말았다. 올해 북경대학에 입학한 순애였다. 순간 옛 제자의 정겨운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선생님, 새해에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을 챙기십시오. 명년에는 선생님의 아드님도 대학시험을 치지요? 많은 제자들을 인재로 길러내신 선생님이 이젠 아드님도 챙기셔야죠.》

순애의 말을 듣노라니 수많은 제자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남보다 붉은기를 더 많이 타겠다고 자기 돈을 주은 돈이라고 속여 바쳤다가 들통이 나서 혼나던 리철이, 매번 교원절이면 가정형편때문에 선생님께 선물을 사드리지 못하고 자기절로 만든 엽서를 가만히 내 책상에 갖다놓던 박향이, 그애들이 있었기에 나의 일상은 항상 활력과 생기로 넘쳤었다. 그애들은 내 인생의 굽이마다에 다채로운 풍경과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남겨준 소중한 존재들이다.

숙명처럼 선택했던 교단, 교단은 나에게 삶 그자체였다. 지긋한 나이에도 학교지도부의 배치에 따라 련속 네번이나 6학년을 맡고나니 몸 여기저기 탈이 나기 시작했다.

견주염때문에 교수안을 쓰다가도 저린 어깨를 잡아두드리기 일쑤이다. 그럴 때면 눈치 빠른 애들이 다투어《선생님, 우리가 안마해드릴게요. 어디예요? 여기? 저기?》하면서 죄꼬만 주먹으로 어깨 여기저기를 자근자근 토닥여준다. 그러면 나는 피곤이 말끔히 가신다.

이젠 교육일선에서 물러서야 할 나이지만 나는 그냥 무언가 다하지 못한듯한 불만족감에 오늘까지도 교단을 지켜서고있다. 남들은 일욕심이 많아서라고 하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한패 또 한패의 졸업생들을 보낼 때마다 그들이 사회의 유용한 인재로 된 먼 앞날까지 그려보노라면 자랑과 긍지로 가슴이 벅차다.

나는 내가 걸을수 있는데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고싶다.

즐거운 새해의 첫 아침, 제자의 설인사를 받으니 가슴이 한없이 부푼다. 지금 교단에 서있는 나에게 석양이 비꼈어도 내 마음은 아직도 아침이다. 내 나이 황혼에 가까운들 어떠랴, 황혼을 붉게 태우는 젊은 마음이 있으니 교단을 떠나는 그날까지 내 마음은 영원히 열정과 사랑으로 불타리.

/김순자(길림성 룡정시 북안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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