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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0년, 한국 속 중국이 이렇게 커졌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8.22일 10:52
(흑룡강신문=하얼빈) 서울광장 옆 지하철 시청역 1·2호선 장애인·노약자 엘리베이터에는 조금 특이한 표지판이 있다. ‘시청’이란 큰 한글 아래에 ‘City Hall’ ‘市廳’ ‘市厅’ ‘市庁’ 등 무려 네 종류의 언어가 병기돼 있는 것. 영어, 중국어(번체자), 중국어(간체자), 일본어(약자) 순이다.

  최근 서울 시청광장과 덕수궁 등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급조된 표지판이다. 하지만 ‘市厅’이란 글자를 본 중국인 관광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중국에서는 시청이란 말 대신 ‘시정부(市政府)’ 혹은 ‘시부(市府)’란 말을 쓰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온 바이(柏)모씨는 “간체자를 쓰려면 정확히 써야 한다”며 “중국어 ‘기차(汽車·자동차)’나 ‘지철(地鐵·지하철)’을 한자 그대로 바꾸면 한국인들이 더 헷갈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마친 중국인 관광객들이 결제를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는 시청역과 같이 번체자, 간체자를 혼용해 세운 안내판이 적지 않다. 외국인 관광버스의 안내판도 간체자로 바뀌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생긴 변화다. 서울 시내 주요 문화재 설명은 한글, 영어, 중국어(간체자), 일본어 순으로 돼 있다. 방문객 수가 많은 일본인을 위한 설명이 중국의 기세에 눌리는 모양새다.

  8월 24일은 한·중수교 20주년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이 대만을 대신해 중국과 수교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수천 년간 반도와 중국 대륙은 중화권 안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았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1949년부터 1991년까지 약 40년간의 공백기는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40년간의 공백기를 뛰어넘고 다시 중국 대륙과 교류하기 시작한 지 20년. 한국은 급속히 중화권에 편입되고 있다. 관광객 수는 이를 입증하는 지표다. 한국 관광의 주도권은 사실상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980만명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222만명에 달했다.

  수적으로는 일본(328만명)이 아직 앞서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성장세는 매년 22%가 넘는다. 또 한국에 장기거주하는 중국 국적자 78만명을 비롯해 홍콩(28만명), 마카오(1만명), 대만(42만명) 등지에서 오는 관광객을 포함하면 중화권 관광객은 일본인 관광객을 40만명 이상 웃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은 이미 119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300만명 달성도 시간문제”란 것이 관광공사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롯데월드 중국인 천지

 간체자 표지판이 곳곳에 들어서는 것도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중국어 안내 부족’(16.1%)은 ‘열악한 숙박’(39.1%), ‘부실한 음식’(18.7%)에 이어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불만을 느끼는 부분이다. 경기도는 지난 8월 15일 “1억7000만원을 들여 엉터리 중국어 표지판을 일제 정비할 것”이란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지점들이 ‘환전(換錢)’이란 말 대신 ‘태환(兌換)’ ‘양체(兩替)’란 한자를 내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양체란 말이 일본인에게 더 자연스럽듯, 태환이란 말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와 하나투어의 조사에 따르면, 명동은 동대문에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쇼핑 장소다.

  시내 면세점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을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1층 스타에비뉴는 붉은색 중국 여권을 손에 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의 풍경을 바꿨다. 지난 7월 31일, 롯데백화점 9층 면세점 입구에는 중국인 관광객 전용 편집매장까지 선보였다.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편히 쇼핑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만든 것.

  해외여행 붐이 일고 있는 중국에서는 귀국할 때 가족, 친지, 친구, 직장동료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관례다. 일부는 한국에서 사간 물건을 중국 현지에서 되팔 목적으로 쇼핑을 한다. 이재에 밝은 중국인 관광객이 ‘큰손’이 된 이유다. 면세점에 한국산 전기압력밥솥과 저가 화장품이 입점한 것도 이 같은 까닭에서다. 상하이에서 온 핑핑(平平)씨는 “한국산 가전제품이나 화장품이면 그나마 체면(面子)를 세울 수 있다”고 했다.

  롯데백화점의 중국인 전용 편집매장도 더페이스샵과 미샤, 에뛰드하우스,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등 한국산 저가 화장품 매대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롯데의 이 같은 변신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6년 잠실 롯데월드호텔을 리모델링하면서 꼭대기층에 있는 중식당 ‘도림’을 제외한 모든 식음업장을 통폐합한 것이다.

  일본을 연고로 해서 출범한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호텔에서 중식당을 제외한 채 일식당을 비롯한 모든 식음업장을 통폐합하자 업계는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에 ‘낙천세계(樂天世界)’로 알려진 잠실 롯데월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다. 지난 8월 15일 밤 9시, 롯데월드 남문 도로변에는 관광버스 15대가 관광객을 기다리느라 도열해 있었다. 롯데월드 남문 매표소는 해외단체매표소로 바뀐 지 오래다. 한 버스운전사는 “중국, 홍콩 등지서 오는 사람이 제일 많다”며 “중국인 관광객의 70%는 롯데월드를 찾는다”고 했다.

  한국 거주 중국 국적자 78만명

  한국 사람들의 중국 방문 열기도 뜨겁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관광객 1270만명 가운데 418만여명이 중국을 찾았다. 홍콩(102만명), 마카오(39만명), 대만(24만명)까지 합치면 중화권을 찾은 관광객은 583만명에 달한다. 일본(165만명), 미국(114만명)의 5배에 가깝다. 한국인 관광객의 절반이 중국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성장세는 한국을 압도한다. 소득증대 덕분이다. 수교 전만 해도 비슷했던 한·중 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7조2892억달러(중국)와 1조1162억달러(한국)로 7배 가까이 벌어졌다. 1인당 GDP도 2만2422달러(한국), 5430달러(중국)로 중국이 급속히 따라 붙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지하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소득차가 거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은 외국인·출입국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지난 8월 1일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복수비자 발급을 확대하고 비자발급 절차를 간소화했다. 복수비자 발급 대상을 의료관광객, 공기업 직원으로까지 확대하고, 최초 복수비자 유효기간은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중국인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도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한국 거주하는 외국인은 모두 140만명. 이 중 중국 국적자(중국 국적의 조선족 동포 포함)는 78만명에 달한다. 전체 외국인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5.4%로 절반을 넘는다. 두 번째로 많은 베트남(16만명)의 5배에 가깝다.

  수교 20년 만에 한·중 간 국제결혼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 2011년 국제결혼한 2만9762쌍 가운데 한·중 간 커플은 9328쌍에 달했다. 전체 국제결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1위다. 한·중 커플 대부분은 한국 남성과 중국 여성이 결합하는 경우지만, 한국 여성과 중국 남성이 국제결혼으로 이어지는 커플도 지난해 기준으로 1869건에 달했다. 한·중 간 국제결혼이 늘자 법무부는 지난 2010년부터 외국인 재입국 허가 수수료도 아예 면제했다. 그전까지는 결혼이민자를 비롯해 등록외국인들이 고향에 다녀오려면 수수료 5만원을 부담하고 재입국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한·중수교는 한국내 대학 교육시장도 바꿔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어중문학과의 급부상이다. 1992년 한·중수교 전만 해도 중문과는 대학입시배치표에서 영문과, 독문과, 불문과보다 한참 아래에 있었다. 하지만 한·중수교 후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급증하면서 중문과에 대한 선호도는 영문과를 능가할 정도로 커졌다.

전 세계 HSK 응시자 50% 한국인

 중문과 학생들의 증가는 외국어 자격시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한어수평고시(HSK) 응시자는 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다. HSK를 주관하는 중국국가한반에 따르면, 지난해 HSK에 응시한 외국인 13만1500명 가운데 한국인 응시자는 6만5767명에 달했다. HSK 응시자의 절반이 한국인인 셈이다.

  한국에서 유학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대학가의 풍경을 바꿔놨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재한국 외국인 유학생 8만9000명 가운데 중국 유학생은 모두 5만9000명. 비율로는 66.2%로 2위 일본(4520명, 5%)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인 유학생들을 겨냥한 대학가 중국음식점 등도 수요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중수교는 한국내 노무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초래했다. 수교 직후 중국 국적의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다. 건설현장 일용직과 식당종업원, 가정부, 보모, 마사지사 등 고된 신체노동을 요하는 직종은 사실상 조선족 동포들이 장악했다. 그 결과 한동안 조선족 동포들은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떠맡았다.

  반대로 최근에는 금융권이나 법조계 같은 고급 직종에도 중국 국적자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중국 대학을 졸업한 조선족 동포 변호사들을 고용하는 일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로펌 중국팀의 한국인 변호사는 “중국 변호사들이 중국법이나 중국말에 더 능통하다 보니 한국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하국 1위 로펌인 김앤장을 비롯해 태평양, 광장, 세종, 지평지성 등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위해 중국팀을 꾸리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유학한 국내 변호사 위주로 팀을 꾸렸는데, 최근에는 중국 변호사들을 대폭 보강하는 추세다. 이때 진두(金杜·킹앤우드) 같은 중국 유수의 현지 로펌 근무경력이 있는 변호사는 최고 대접을 받는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 채용과 승진에서도 나타난다. 기업체에서도 중국어 능통자들은 대접을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중국 삼성본사 사장을 지낸 박근희 사장이 삼성생명 사장으로 온 뒤부터 중국어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이 심해졌다”며 “매일 아침 출근 전 중국어 학원에서 1시간씩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수교 직후 중국 금융기관들의 한국 진출도 대폭 늘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신공항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에는 중국공상은행과 교통은행의 대형 입간판이 들어섰다. 공상은행과 교통은행은 중국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과 함께 중국의 5대 국유은행에 속한다.

  중국 5대 은행 모두 한국에

  위안(元)화 수요 등을 겨냥해 중국의 5대 은행 역시 모두 서울에 간판을 걸었다.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은 지난 1993년 한국에 진출한 뒤 1997년 서울지점을 설치했다. 이후 2002년 부산에 이어 2010년에는 조선족 동포들의 송금 수요가 많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지점을 개설했다. 공상은행은 2010년부터 광주은행 인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행도 1994년부터 서울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래 부산, 안산, 대구, 서울 구로 등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사는 곳 위주로 영업망을 늘렸다. 건설은행과 농업은행도 광화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서울파이낸스센터(SFC)의 각각 7층과 14층에 둥지를 틀었다. 교통은행도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빌딩 6층에 자리를 잡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중국 은행과 한 금융사와의 합작도 활발하다. 농업은행과 BC카드는 지난 8월 15일부터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은련(銀聯·유니언데이)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구매금액에 따라 소정의 기념품을 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중국 은행연합카드인 은련카드는 최근 서울 명동과 동대문에서는 일본 JCB카드보다 환영받는다고 한다.

  중국 경제가 커짐에 따라 중국 인재를 채용하는 증권사도 늘었다. 그중 가장 선호하는 인재는 중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공부한 ‘관시(關係)’가 좋은 인재들이다. 여의도에 있는 중국계 신은만국(申銀萬國)증권의 한 관계자는 “여의도 금융권에서 일하는 중국인만 100명이 넘는다”며 “이들은 정기적으로 호텔을 빌려 파티를 열며 관시를 다진다”고 했다.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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