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소다가 자신의 SNS에 올린 피해 사진

지난 14일 일본 남성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성추행을 당한 DJ소다에게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 2차 가해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고양이의 보은’을 제작한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은 자신의 SNS에 DJ소다에게 성추행의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남겼다.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은 "DJ소다가 '주장'하는 성추행은 공개적인 꽃뱀질"이라며 "남자를 유혹한 뒤 무서운 건달이 갑자기 나타나 돈을 뜯어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DJ소다 성추행 사건을 범죄에 비유했다. 이어 그는 "음악 페스티벌 담당자는 그 여자의 수작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 DJ소다는 '일본 오사카 뮤직 서커스 페스티벌'에 참가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그녀는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하던 중 갑자기 일본인 남성 여러 명이 신체 일부를 만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다음 날 DJ 소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으며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DJ소다는 "아직도 무서워서 손이 떨린다"면서 "DJ를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현장에 있었던 팬들이 그녀가 추행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리며 성추행 사건은 온라인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성범죄'의 원인이 피해자 옷차림 탓?

문제의 발언이 올라온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의 계정, 현재는 논란의 멘트를 삭제했다 / 사진=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의 트위터

국내외 팬들의 본격적인 항의가 이어지자, 공연 주최사인 트라이하드 재팬은 15일 공식 SNS 계정에서 성명문을 발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관계자는 "성폭력, 성범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명시하며 "피해를 입은 DJ소다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비열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을 반드시 특정하여, 형사고소 등 민·형사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범죄 행위를 저지른 이들은 팬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영상이 있으므로, 조기에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서에 자진 출두를 권했다. 또한 DJ소다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혐한 발언도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그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국적에 대한 차별 발언을 한다면 법적 대응하겠다"며 일본 네티즌들에게 경고의 말도 남겼다.

해당 사건이 온라인을 통해 번지자 일본 누리꾼들은 피해자인 DJ 소다의 옷차림을 지적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른 바 있다. 이에 그녀는 "내가 어떤 옷을 입든 성추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분노의 글을 올렸다. 또한 일본 유명 가수 각트 역시 "누가 어떤 옷을 입든 개인의 자유"라며 "그런 차림을 하고 있으니까 범죄를 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였다.

한편 2차 가해성 발언으로 논란의 불씨를 지핀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은 현재 해당 멘션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