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최나영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과 중 하나는 연기 잘 하는 신인 배우들을 대거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미 극장에서 먼저 관객들을 만나 그 재능을 인정받고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과 보다 가까이 호흡한 배우들도 있고,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얼굴을 알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샛별들도 있다.
부산영화제의 최고 신인은 단연 '은교' 김고은이다. 박범신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은교'에서 70세 노인의 욕망과 애정의 대상인 17세 소녀 은교로 분한 김고은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파격 노출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영화로 센세이션을 불러킨 김고은은 제 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라이징스타 어워드를 수상한데 이어 부일영화상 신인상도 차지하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무한한 가능성의 배우"로 평가 받는다.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또 한 명의 신인 여배우는 유지태 감독이 연출한 '마이 라띠마'의 박지수다.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 영화에서 돌아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이 세상에 고립된 여자 마이 라띠마로 분한 박지수는 태국 여성으로 분했는데, 이번이 첫 영화이지만 관객들은 박지수가 태국 여성이 아닌 한국사람임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랄 만큼 하나하나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갈라 섹션에 초청된 김성홍 감독의 '베드'에서 과감한 연기를 펼친 배소은 역시 주목할 만 하다. 김고은과 같은 한예종 출신인 배소은은 '닥터'에서 사이코패스 남편의 과도한 집착에 시달리는 젊은 아내 역을 맡아 노출을 비롯해 여러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장면들을 소화해냈다. 개막식 레드카펫에서도 의상으로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남자 신인 배우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김성균이 대표적이다. 올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이 영화에서 조직의 보스 최형배의 오른팔 박창우를 연기하며 단 번에 흥행 블루칩이 된 그는 결막염에도 부산영화제에 참석, 관객들과 가까이 호흡했으며 부일영화제 시상식에서는 김고은과 함께 신인상을 차지했다. 앞으로 '박수건달' '은밀하게 위대하게' '남쪽으로 튀어' 등을 차례로 선보인다.
지난 해 방송된 SBS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곽경택 감독과 인연을 맺은 김준구와 조지훈도 부산에서 눈에 띄는 신인들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20대 시절을 그려낸 자전적 영화 '미운 오리 새끼'에 출연, 부산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김준구는 신인 배우였지만 '미운 오리 새끼'를 통해 성공적으로 충무로에 발을 내딛었고, 개그우먼 조혜련의 친동생으로 잘 알려진 조지환은 영화에서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재발견된 배우로는 '터치'의 김지영과 '무게', '콘돌은 날아간다'의 조재현이 있다. '터치'에서 간병인 일을 하며 가족에게 버림받은 환자들을 무연고자로 속여 요양원에 입원시키는 수원 역을 맡아 여연을 펼친 김지영은 상영 후 칭찬세례를 받고 있고, 무려 올해 선보인 굵직하면서도 파격적인 두 편의 독립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조재현은 메이저와 마이너, 장르와 이미지를 넘나들며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임을 여실히 중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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