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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음료 속 설탕의 비밀 SUGAR

[기타] | 발행시간: 2012.11.16일 09:07
무가당, 무설탕이라는 가면을 쓰고 유혹하는 각종 시판 음료는 성장을 방해하고 비만을 유발시키는 주범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시판 음료 속 설탕의 비밀.

물자가 부족했던 1960년대 설탕은 귀한 식품이었다. 최고 명절 선물이었고, 집이나 회사에서는 손님에게 설탕물을 대접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요즘 설탕물을 손님에게 내놓는 사람은 없다.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설탕은 환영받지 못하는 식품이다. 요즘은 손님에게 설탕물 대신 커피를 내놓는다. 대부분 믹스커피이거나 자판기 커피다. 이런 제품의 커피, 설탕, 크림의 혼합 비율은 취향이 제각각인 사람들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킬 만큼 절묘하다. 또한 커피에 크림만 넣어서는 마시기 쉽지 않지만 설탕만 넣은 커피는 혀끝을 자극할 정도로 감미롭다.

커피는 한국인이 당분을 섭취하는 1위 식품이 됐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한국인의 당분 섭취 경로를 조사해보니 커피가 33%로 가장 흔했다. 그다음으로 주스와 같은 음료(21%), 과자나 빵(16%),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14%), 유제품(8%) 순이다. 최근 3년 동안 밥(주식)으로 섭취한 당분량이 4% 증가한 데 비해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한 당분량은 41%나 늘었다. 한마디로 한국인은 커피, 주스, 탄산음료와 같은 가공 음료로 당분의 대부분을 섭취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분 섭취량은 2008년 49.9g에서 2010년 61.4g으로 증가했다. 각설탕 한 개는 약 3g의 당분에 해당하므로 매일 약 20개의 각설탕을 먹는 셈이다. 당분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성인의 경우 45~90g이고, 청소년은 20g이다. 수치로는 한국인이 권장량 이상의 당분을 섭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평균이므로 당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과한 당분 섭취는 성인은 물론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한국인의 주요 당분 섭취 경로가 음료이므로 음료에 녹아 있는 당분이 얼마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공 커피(220mL)에는 각설탕 6개에 해당하는 당분(19~20g)이 들어 있다. 요구르트(150mL)에도 각설탕 3개(당분 10g), 바나나맛우유(240mL)에 9개(당분 26g), 콜라(250mL)에 8개(당분 25g), 이온 음료(620mL)에 12개(당분 36g) 분량의 당분이 각각 담겨 있다. 콜라는 몸에 좋지 않으니까 사이다를 마신다는 사람이 있는데, 당분 함유량은 100mL당 콜라 13g, 사이다 12g으로 비슷하다.

황태영 중원대학교 한방식품공학 조교수는 "교편을 잡기 전에 식품 회사에서 근무했다. 각 음료의 성분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 와서도 각종 음료 성분, 특히 당분에 대해 꾸준히 연구했다. 그 결과를 종합하면, 탄산음료는 말할 것도 없고 이온 음료와 두유, 하물며 유산균이 많아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요구르트에도 당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당분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하루 세끼 식사만으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선조림, 김치, 찌개에는 이미 많은 설탕이 첨가되어 있다. 물 외에 다른 음료를 마시면 당분을 과잉 섭취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절대 먹여서는 안 되는 식품이 바로 인공 음료수다"고 지적했다.

당분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다. 특히 두뇌 활동에 당분은 필수 성분이다. 당분을 먹으면 간이 당분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만든다. 이 에너지는 두뇌뿐만 아니라 세포, 근육, 체온 유지에 유용하게 쓰인다. 즉 몸이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항상성)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당분이다. 그런데 항상성 유지에는 당분보다 지방이 더 우선적인 에너지원이다. 지방을 분해해서 얻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당분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현대인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므로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는 충분하다. 오히려 지방이 남아돌아 비만이 우려되는데, 음료까지 마시면 당분은 간과 근육에 고스란히 쌓여 비만을 촉진한다. 매일 청량음료 1캔을 마시면 1년에 5kg의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식이다.

"간이 다당류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당을 조절한다. 그런데 인공감미료의 단당류는 분해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다. 아무런 조절 기능 없이 혈당만 높아지는 것이다. 당분은 각종 장기에 붙어서 정작 당분이 필요할 때 흡수를 방해하는 구실을 한다. 당분이 당분 흡수를 못 하게 막는 셈이다. 특히 6~18세의 소아, 청소년이 음료를 많이 마시면 몸은 혈당이 높아진 상태를 정상으로 여긴다. 당분이 몸에 많은데도 계속 단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당분은 뼈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뼈가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음료를 많이 마시면 당분이 골밀도 형성을 방해해 성인이 된 후에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 음료에 있는 다른 성분이 뼈의 기능 악화를 촉진한다. 예를 들어 청량음료에 있는 인산과 카페인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고 소변으로 칼슘이 배출되는 것을 촉진하므로 뼈 건강에 더욱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음료 제조사가 음료에 당분을 첨가할 수 있는 비율은 대개 열량(칼로리)의 10~20%로 정해져 있다. 소비자도 가능하면 당분 함량이 적은 음료를 찾는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음료 제조회사들은 설탕을 뺀 제품을 내놓았다. 이른바 무가당이나 무설탕이라는 표시를 붙인 음료다. 이런 제품에는 설탕이 들어 있지 않으므로 열량도 없어서 0(제로) 칼로리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당분이 없을 것 같지만 더 나쁜 당분이 숨어 있다. 오렌지 주스를 예로 들자. 오렌지 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렌지 원액을 주로 외국에서 수입한다. 현지 공장에서 부피를 줄이고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과즙을 농축한다. 이를 수입한 한국 공장에서는 소비자가 마실 수 있도록 물을 타서 희석한다. 농축된 원액을 희석하므로 본래 천연 과즙의 맛이 나지 않는다.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색소, 향료, 인공감미료를 넣는다. 그럼에도 설탕이 없으므로 포장지에는 무가당, 무설탕, 제로 칼로리, 100% 주스라는 표기를 붙인다. 그러나 설탕이 없는 음료라고 해서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음료 제조회사가 설탕이나 인공감미료와 같은 당분을 제품에 첨가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맛과 유통기한 때문이다. 음료에 단맛이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이 즐겨 찾는 음료는 더욱 그렇다. 인공감미료(아스파탐, 스테비오사이드, 액상 과당 등)는 열량이 없으면서 단맛은 설탕의 200~300배에 이른다. 값도 저렴해서 조금만 넣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당분은 유통기한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제품에 어느 정도 들어 있어야 세균 증식을 억제한다. 예컨대 당분 10g을 넣었을 때 6개월 상온 보관이 가능한데, 6g만 넣으면 1개월로 그 기간이 줄어든다. 요즘 냉장 유통 음료가 시중에 나오는 이유다. 당분을 대폭 줄인 만큼 짧아진 유통기한을 냉장고의 힘으로 연장하려는 것이다. 음료 제조회사는 냉장차를 운송하고 매장에서 냉장고에 진열해야 하므로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냉장 유통 음료에 '프리미엄'이라는 문구를 붙여 비싸게 판다.

더 큰 문제는 같은 당분이라도 설탕과 인공감미료의 당분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의 당분은 다당류(서로 다른 여러 당 성분이 결합한 형태)이고, 인공감미료의 당분은 단당류(한 개 당으로 된 형태)다. 설탕을 먹으면 간은 다당류를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든다. 그런데 인공감미료의 단당류는 이미 분해된 형태이므로 간에서의 분해 과정이 생략된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간이 다당류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당을 조절한다. 그런데 인공감미료의 단당류는 분해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다. 아무런 조절 기능 없이 혈당만 높아지는 것이다. 당분은 각종 장기에 붙어서 정작 당분이 필요할 때 흡수를 방해하는 구실을 한다. 당분이 당분 흡수를 못 하게 막는 셈이다. 특히 6~18세의 소아, 청소년이 음료를 많이 마시면 몸은 혈당이 높아진 상태를 정상으로 여긴다. 당분이 몸에 많은데도 계속 단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설탕 섭취량은 선진국일수록 높다. 국제설탕협회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인 1인당 연간 설탕 소비량은 쌀 소비량(75kg)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6kg이라고 한다. 1인당 연간 설탕 섭취량이 35kg인 미국은 오래전부터 설탕의 폐해를 경험했기에 당분 섭취 줄이기에 나섰다. 뉴욕 시는 최근 식당, 경기장, 극장, 가판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16온스(약 453g. 일반 음료병보다 작은 크기) 이상의 음료(탄산음료, 에너지 음료, 아이스티 등)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쯤 되면 물만 마셔야 하느냐고 푸념할 만하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물만 한 음료는 없다고 단언한다. 갈증이 날 때 음료 대신 물을 마시라고 권한다. 꼭 음료가 필요하다면 과일을 먹는 편이 바람직하다. 또한 청량음료나 주스 대신 건강을 위해 흔히 홍삼 음료나 비타민 음료를 찾는 사람도 많다. 물론 몸에 좋은 성분이 있으나 당분, 카페인, 색소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다면 오히려 손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커피를 마실 경우라면 설탕이 없는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글:노진섭( < 시사저널 > 의학 전문기자) | 포토그래퍼:정문기 | 에디터:이진주 | 어시스트: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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