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식문화 행사 '마드리드 퓨전'을 통해 본 올해의 미식 흐름
스페인에서 매년 1월 열리는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은 세계 최정상급 요리사들이 자신이 개발한 요리기법·식재료 등을 소개하고 다른 요리사들과 공유하면서 그해의 미식(美食) 트렌드를 형성해왔다. 21~23일 열린 올해의 마드리드 퓨전에서도 세계적 셰프들이 각종 시연과 발표회를 통해 올해의 미식 흐름을 선보였다.
①환경을 생각한다
스페인의 미슐랭 3스타 요리사 앙헬 레온(Leon)은 버려지는 부위인 참치 대가리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레온은 "참치 대가리에 붙어 있는 특정 부위의 살코기를 잘 요리하면 소꼬리와 비슷한 맛이 난다"고 했다. 그는 "지중해에 서식하는 작은 생선들은 먹는 법을 몰라 버려지지만 잘 요리하면 양고기 맛이 난다"고도 했다. 모두 바다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스페인 유명 요리사 로드리고 데 라 카예(Calle)는 '채소를 다루는 새로운 테크닉'이란 시연에서 "채소 껍질은 대개 버리지만, 요리하기에 따라서 육수나 소스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감자 껍질을 잘 씻어서 끓이면 흙내가 감도는 독특한 육수가 된다"는 것이다.
②채소의 재발견
'장식' 정도로 치부되던 채소가 차츰 요리의 '주인공'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강을 생각해 고기 대신 채소를 더 먹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요리사들도 이번 행사에서 채소를 더 맛있고 새롭게 먹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스페인 스타 셰프 호세안 알리하(Alija)는 "옥수수의 씨눈만을 골라내 기름에 살짝 볶아 새로운 스타일의 폴렌타(polenta·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요리)를 개발했다"면서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기존 폴렌타와 전혀 다르다"고 했다. 로드리고 데 라 카예는 "파인애플 잎을 아주 얇게 저며 요리하면 독특한 식감이 난다"고 소개했다. 세계적 권위의 요리연구기관인 스페인 '알리시아 재단(Alicia Foundation)'의 자우메 베르네스(Biernes)는 "한국의 장(醬)을 넣으면 채소도 고기 못잖은 깊은 감칠맛이 난다"고 했다.
③전통 속에서 찾은 혁신
전통 공업기술이나 재료들을 오늘날 요리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보인 이들도 있었다. 오스트리아 최고 레스토랑 '슈타이어렉(Steirereck)'의 하인츠 라이트바우어(Reitbauer) 주방장이 주목한 것은 밀랍. 밀랍은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밀봉(密封)하는 데 쓰여왔다. 그는 이를 사실상의 진공상태를 만드는 데 활용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의 대체재격. 라이트바우어는 "밀랍을 녹여 부으면 생선을 완벽하게 밀봉해 수분이 빠지지 않아 퍽퍽하지 않고, 섭씨 60~65도 정도의 뜨거운 밀랍에 의해 생선이 완벽한 정도(미디엄)로 익는다"고 했다. 프랑스 스타 셰프 파스칼 바르보(Barbot)는 전통 한식에서 장아찌 담그는 법을 활용해 식재료의 맛과 풍미를 살리면서도 새로운 식감으로 요리하는 방법을 개발해 시연했다.
[마드리드=김성윤 기자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