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일반적 수사도 일반인은 부담 느낄 수 있어…개선 필요"
[대전CBS 김정남 기자] 살인사건 용의자로 떠올랐던 20대 남성이 경찰 조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3. 1. 31 살인사건 조사받은 20대 숨진 채 발견)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남성이 경찰 조사 이후 목숨을 끊는 결과가 발생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31일 대전 둔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쯤 대전시 동구 A(23) 씨의 집에서 A씨가 "경찰이 욕설을 해서 기분이 나쁘다. 억울하다. 범인을 꼭 잡아 달라"는 내용의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숨지기 전날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살인사건 발생 당일 피해자의 집에 들어갔다 혼자 나오는 모습이 CCTV 화면 등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 A씨는 피해자의 집을 찾은 이유와 범행 사실 등을 추궁당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부인했고 거짓말탐지기 등 추가조사를 받기로 하고 귀가 조치됐다. 하지만 다음날 A씨는 집을 방문한 경찰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A씨가 남긴 유서 내용을 토대로 경찰이 과잉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둔산경찰서 관계자는 "범행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나오긴 했지만 무리한 수사는 없었으며 유족에도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찰 입장에서 일반적인 수사라도 일반인들이 느끼는 '충격'은 다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창훈 한남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상대방은 상당한 심리적인 부담을 받을 수 있으며 용의선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심과 명예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사 활동의 특성은 이해하되 수사관들도 좀 더 '섬세함'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고민은 경찰 내부에서도 논의가 계속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A씨가 숨지고 이틀 뒤인 지난 29일 같은 건물에 사는 김 모(27)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며 진범은 김 씨로 밝혀졌다.
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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