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불통’ :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 사흘째인 5일 오전 경기 파주시의 통일대교 군 검문소가 매우 한산해 보인다. 남측 근로자 및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상황을 보여주듯 유턴 도로표지판이 다른 때보다 크게 보인다. 파주 =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북한이 연일 한반도 전쟁을 위협하는 도발적 언사를 쏟아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우방국에 ‘원조’를 요청하는 이중적 행태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이 협상력 극대화를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은 5일 현재 사흘째 개성공단 진입을 차단하고 ‘제2의 조선전쟁’ ‘핵타격’을 운운하며 전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은 그러나 이달 초부터 항공편을 증설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포병을 제외한 북한군이 대거 농촌 지원활동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몇 달 전부터 중국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관광객을 모으러 많이 다녔다”며 “원조도 받기 위해 여러 나라를 다녔는데 냉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최근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 등지의 북한 전문여행사에 관광객 유치 독려활동을 주문하고 있다. 북한의 관광을 총괄하는 김도준 조선관광총국장은 지난달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산시(陝西)성 등지를 돌며 중국 지방정부의 여행국 관계자 및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두루 접촉했다.
특히 김 총국장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으니 안심하고 여행객들을 보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고려항공은 이달 초 중국 상하이·난징(南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평양을 연결하는 직항로를 잇달아 개설했다. 판문점 북측 관리 지역에는 중국, 러시아, 서유럽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또 북한은 지난 3월 말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선언했지만, 현재 포병을 제외한 다수의 북한군이 농촌 지원활동, 지방 경제 건설작업에 동원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관광·투자 유치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이 ‘긴장은 높지만 전쟁은 없다’는 얘기를 한다”며 “북한이 계속 긴장 수위를 높이면서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정치외교학)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북 제재가 본격화하면 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북한의 전쟁위협은 엄포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이화종·오남석 기자 hiromats@munhwa.com